브로드웨이, 미국 흑인문화에 주목하다

      2009.08.17 13:45   수정 : 2009.08.17 13:45기사원문
미국 첫 흑인 대통령 탄생의 여파가 뉴욕 브로드웨이 극장가까지 불어닥친 것일까. 올해 유난히 흑인 문화와 인종 문제를 다룬 연극과 뮤지컬이 브로드웨이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실제로 이런 주제를 그린 수많은 작품들이 브로드웨이와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공연을 했거나 준비 중에 있으며, 특히 다수의 작품들이 흥행과 비평 양 측면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어 주목된다. 현재도 공연 중인 작품으로는 콩고의 작은 마을에서 벌어진 강간 사건을 소재로 전쟁 중 직면하게 되는 인간의 다양한 감정을 그린 퓰리처상 수상작 ‘루인드’(Ruined·사진)가 있다.

그밖에도 환경적 인종주의를 다룬 ‘잉크드 베이비(Inked Baby)’를 비롯해 남북전쟁 당시를 배경으로 노예와 주인간의 이야기를 다룬 ‘퓨어 컨퍼던스(Pure Confidence)’, 1900년대 초 미국 남부 농장 지역에서 북부 공업지대로 이주한 흑인들의 애환을 소재로 한 어거스트 윌슨의 ‘조 터너의 왕래(Joe Turner’s Come and Gone)’ 등이 올 상반기 성공적으로 공연을 마쳤다.

또 1950년대 미국 남부의 인종차별 문제를 새롭게 조명하는 록앤롤 뮤지컬 ‘멤피스(Memphis)’가 오는 10월 오픈을 기다리고 있으며 비욘세 주연의 영화로도 유명한 뮤지컬 ‘드림걸스’는 11월 리바이벌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무엇보다도 뉴욕 공연 관계자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는 작품은 올 가을 공연될 예정인 미국 극작가 데이비드 마멧의 최신작 ‘레이스(Race)’. ‘기막힌 사내들’ ‘아메리칸 버팔로’ 등으로 유명한 마멧은 주로 남성을 소재로 남성들간의 우정과 갈등을 주제로 하는 작품을 그려 왔는데 이번 작품의 연출을 맡은 제프리 리처드는 한 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제목 자체가 바로 주제를 말해주는 것 아니겠냐”고 말하기도 했다.

브로드웨이 극장 관계자 및 극작가들은 이렇듯 흑인 문화와 인종 문제 등과 관련한 다수 작품들이 브로드웨이에 진출하는 것에 대해 오바마의 당선, 새로운 작품에 대한 수요 증가, 늘어난 관객층의 포용성 등 세가지를 주 요인으로 꼽고 있다.

지난 봄 퍼블릭 시어터에서 성공적으로 막을 내린 연극 ‘더 굿 니그로(The Good Negro)’의 극작가 트레이시 스콧 윌슨은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첫 흑인 대통령의 당선은 문화와 극장에 엄청난 영향을 끼치고 있다. 모든 분야에 미치는 오바마의 영향력은 정말 놀라울 뿐이다”라며 오바마의 영향력을 얘기한 바 있다. 이번 여름 막을 내린 윌슨의 ‘조 터너의 왕래’도 오바마 대통령 부부의 관람 이후 세인의 주목을 받으며 티켓이 불티나게 팔리기도 했다.

다른 관계자들은 오바마의 당선이 브로드웨이 극장가에 신선한 변화를 가져다 준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 흑인 문화가 브로드웨이에서 이슈화되는 것은 새로운 작품을 갈구하는 관객들의 욕구가 커진 것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이에 대해 ‘루인드’의 극작가 린 노티지는 흑인 문화에 대한 더욱 광범위하고 포괄적인 작품들을 보고 싶어하는 관객들이 늘어왔고 이는 바로 지난 세월 동안 일궈온 흑인들의 정치력 신장, 사회·경제적 지위 변화 등이 많은 역할을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 터너의 왕래’를 연출한 바틀렛 셔는 “이제 흑인들의 이야기는 더 이상 비주류가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흑인 예술가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들을 위한 기회의 문은 천천히 그리고 조심스럽게 열리고 있다”면서 “이제 흑인들의 이야기는 바로 미국의 이야기나 다름 없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뉴욕=gohyohan@gmail.com한효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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