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산업 맥 짚어보자/김주식 문화레저부장
2009.09.24 18:28
수정 : 2014.11.05 11:06기사원문
도깨비 방망이로 뚝딱하면 대박이 터졌다. 매번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는 골프 얘기다. 그린을 후끈 달군 올 여름부터 지은희, 송민영, 양용은, 허미정, 안병훈, 신지애가 바통을 이어가며 우승 퍼레이드를 펼치더니 엊그제 최나연이 또한번 세계를 제패했다. 짧게는 한나절 몇시간 시차로 세계 무대를 쥐락펴락했으니 어지간한 낭보에도 깜짝 놀랄 일은 아니다.
‘대한민국’표 골프 아이콘들은 이제 한류의 중심에 우뚝 섰다. 그들이 주먹을 불끈 쥐고 포효할 때마다 브랜드 ‘대한민국’은 빛을 발했다. 세계는 주목했고 극적 드라마가 빚어낸 골프 한류의 경제효과는 곧장 날개를 달았다. 핫뉴스는 날갯짓 한 번에 천리길을 휩쓸었다. 양용은 골프가 몰고온 경제가치가 물경 1조원에 달한다는 연구결과까지 나왔으니 이만한 효자 산업이 또 어디 있으랴.
저 비용 최대 효과, 그들은 현대 경제학의 서막을 알린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1776년)이 태동한 이래 ‘가장 경제적인 게 뭔지’를 오롯이 피와 땀으로 얼룩진 맨몸으로 보여줬다. 고부가가치 창출이 따로 없다. 한데 골프한류 열풍에 관광이 불현듯 오버랩되는 건 왜일까. 관광이야말로 고부가가치 산업의 총아여서 일 게다.
요 며칠 사이 전해진 관광소식 한 토막. 일본인 관광 매출 실적이 짧긴 해도 또렷한 상승 곡선을 그려냈더랬다. 일본 연휴인 ‘실버위크’(19∼23일) 특수 덕분이다. 그 기간 서울 명동과 남대문은 붐볐다. 신종플루 신드롬에 가슴 조였던 그곳 쇼핑가들은 전년 동기 대비 일본인 매출이 많게는 갑절가까이 뜀박질했다며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대박이 터졌다.
그러나 맹점 하나가 고개를 내민다. 그 기간 일본 관광객들이 쇼핑에 유난히 눈독을 들였다는 관광업계의 말이 예사롭지 않게 들린다. 원·엔화 환율의 강세(원화가치 평가절하)가 일본관광 특수의 원동력이 됐다는 얘기다. 말하자면 이른바 환율 효과를 등에 업고 상대적으로 물건값이 싼 국내 쇼핑이 일본 관광객들을 불러들였다.
물론 쇼핑도 관광이다. 원·엔화 환율이 그러나 역으로 전개되면 사정은 달라진다. 가격 경쟁력이 뚝 떨어져 관광특수를 견인했던 쇼핑은 시들해진다. 그 수많은 실속파 일본관광객의 다음 행보는? 대비하지 않으면 저 망망대해의 환율 파고에 우리네 관광 운명을 내맡기는 꼴이 될 수 있음을 웅변해주고 있다.
귀 따갑지만 해법은 역시 경쟁력이다. 때마침 신성장동력산업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의료 관광이 경쟁력을 키우고 있어 퍽 희망적이다. 수준 높은 의료 기술력과 서비스가 의료 관광의 밑천이다. 24일 한국관광공사 이참 사장이 본사 ‘2009 서울 국제의료 관광 콩그레스’ 행사에서 인사말을 통해 ‘한국의 수준 높은 의료기술을 관광상품과 접목시켜 2500억원의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겠다’는 희망 메시지를 띄웠다. ‘제2의 한류 붐’을 기대해본다.
또 하나의 경쟁력은 차별화다. 그냥 차별화가 아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살아 숨쉬고 있어야 한다. 그게 세계화다. 한국만이 갖는 볼거리, 먹을거리, 즐길거리, 쇼핑거리를 앞세워 외국 관광객을 불러들일 수밖에 달리 용빼는 재주가 없다. 이방인들이 한 번 오면 다시 찾고 싶어지는 관광명품을 만들면 된다.
경쟁력에 불을 댕길 재료는 많다. 한옥, 한식, 한복, 한약재, 한지, 한우, 사물놀이, 아리랑타령, 하회탈, 굿, 방앗간, 막걸리, 이순신…. 이 재료들을 한데 버무려 이색체험 문화공간을 마련해준다면 이방인 가슴에 깊게 각인될 수밖에. 테마별로 재미 있게 이야기로 풀어내는 이른바 스토리텔링으로 숨겨진 한국의 미를 일깨워줘야 한다. 그저 풍경 구경만 재촉하면 경쟁력이 있을 리 없다.
맥 짚어야 할 또 하나. 먹을거리, 볼거리, 즐길거리, 쇼핑거리 등을 관광산업 이름 아래 두루뭉술하게 하나로 뭉뚱그려 평가해서는 안 된다. 4대 ‘거리’의 평균점수가 100점 만점에 80점이라고 해 모두가 80점은 아니다. 60점·70점·90점·100점, 100점·90점·70점·60점, 100점·100점·80점·40점 등 여러 경우의 조합이 나올 수 있다. 한국관광에 매겨진 ‘거리’별 성적표가 과연 몇 점인지 돌이켜 볼 때다.
/joosik@fnnews.com 김주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