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혈포 강도단’,,뿔난 할매들 은행강도 되다

      2010.03.04 17:06   수정 : 2010.03.04 17:06기사원문
'평생친구' 사이인 세 할머니 '정자(나문희)' '영희(김수미)' '신자(김혜옥)'는 8년간 힘들게 모은 돈으로 인생 마지막 소원이었던 하와이 호놀룰루로 여행을 가기로 한다. 그러나 여행 자금을 입금하기 위해 은행에 간 세 할머니들에게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진다. 바로 은행 강도단이 들이닥친 것. 2인조 강도단은 손 쓸 새도 없이 매몰차게 그들의 돈 837만원을 빼앗아 달아난다. 설상가상, 입금도장을 찍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상을 해줄 수 없다는 은행. 평생 소원이었던 여행의 꿈이 물거품이 되기 직전 더 이상 잃을 게 없는 무적의 세 할머니들은 심상치 않은 계획을 세운다. 은행이 돈을 되돌려주지 않겠다면 직접 은행을 털어 돈을 되찾아 오겠다는 것.

은행 강도단이 되기로 한 세 할머니는 전문은행강도인 '준석(임창정)'을 협박해 비법을 전수받기 시작한다.
용감무쌍한 평균 나이 65세 할머니들의 기상천외한 은행강도 특공 훈련이 시작되고, 드디어 권총을 든 복면강도로 변신한 그들은 인질극까지 벌이며 은행을 점거하고 당당하게 외친다. "우리 돈 837만원 주세요!"

'육혈포 강도단'은 할머니들이 은행 강도단이 된다는 신선한 소재로 관객들의 흥미를 자극한다. 그간 한국영화나 드라마에서 그려지던 수동적이고 인자한 할머니들의 이미지와 설정에서 벗어나 독특하면서도 리얼한 캐릭터의 할머니들을 은행 강도라는 의외의 상황에 배치시켜 색다른 유머 코드를 만들어 내는 것.

'할머니들이 강도단이 되어 은행을 턴다면 사람들의 반응은 어떨까' '할머니들이 총을 겨누고 돈다발은 들 수 있을까' '경찰과의 협상은 어떻게 진행될까' '인질들은 그들을 무서워할까' '과연 그들은 성공할 수 있을까' 같은 유쾌한 궁금증이 이 영화의 첫번째 감상 포인트다. 두번째는 실제를 방불케 하며 긴장감 넘치는 은행 강도 장면과 짜릿한 인질극, 도심을 가로 지르는 오토바이 도주 신 등 세 할머니 은행 강도들의 화려한(?) 액션. 마지막은 이들의 맛깔스러운 대사와 환상적인 연기 호흡이다.

'육혈포 강도단'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코미디의 여왕들인 나문희, 김수미, 김혜옥이 한 영화에 출연한다는 것만으로도 영화의 재미를 보장하는 셈이다. 푸근하고 인자한 이미지의 국민 할머니 나문희는 강도단의 리더로 변신해 카리스마 넘치는 터프한 모습을 보여준다. 김수미는 '화끈한 의리파 할머니'로 변신해 특유의 맛깔스러운 코믹 연기뿐 아니라 세 할머니들의 깊은 우정을 드러내 보이며 관객들의 눈물샘도 자극한다. 평소 여성스러운 모습의 김혜옥이 총잡이로 변신한 모습도 볼 만하다.
어수룩하지만 마음은 따뜻한 전직 은행 강도로 맛깔스러운 연기를 선보인 임창정도 영화에 활기를 더한다.

정자 할머니가 간직한 '말 못할 속사정'과 영희, 신자 할머니의 대비되는 두 아들의 모습에서 '과연 진정한 효자란, 효도란 무엇인가'하는 자기 반성의 시간도 가져볼 수 있다.
15세 이상 관람가. 오는 18일 개봉.

/moon@fnnews.com 문영진기자

■사진설명=8년간 힘들게 모은 돈을 은행 강도단에 빼앗긴 정자(나문희), 영희(김수미), 신자(김혜옥) 세 할머니(왼쪽부터)는 보상을 거부하는 은행을 직접 털어 돈을 찾아오기로 하고 '은행강도연습'에 매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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