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명품 시장, 시계 최강자 ‘롤렉스’
2010.06.08 16:12
수정 : 2010.06.08 15:57기사원문
명품전당포 A업체 대표는 딱 잘라 말했다. 이 업체의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에르메스 벌킨 등 초고가 핸드백은 물론 버버리, 코치까지 취급품으로 명시돼 있지만 실상은 달랐다. ‘돈이 급한데 가방 밖에 없다’고 사정하자 ‘샤넬이면 한번 가져와보라’고 말하면서도 못마땅한 기색이 역력했다.
다른 업체도 상황은 비슷했다. 명품을 담보로 대출을 해주는 곳 대다수가 잡화보다 보석과 시계를 선호했다. 대개 “롤렉스 정도면 이율이 괜찮다”고 답했다. 한 전당포는 “롤렉스 시계를 가져오면 350만원을 6개월동안 4%의 이율로 빌려줄 수 있다”고 말했다.
중고시장에서도 롤렉스만한 효자가 없다. 1년전 구입한 780만원짜리 롤렉스 시계의 매입가는 430만원이 나왔다. 50% 이상을 쳐주는 셈이니 중고품 매입가로는 퍽 후한 셈이다. 동일 모델은 현재 백화점에서 약100만원이 오른 880만원에 팔리고 있다. 최신형이라 해도 같은 모델이면 중고품 매입가는 변함없이 430만원. 매매업자들이 ‘이 모델 지금 이 가격에 팔면 잘파는 것’이라고 치켜세우는 이유다
이 가격은 어디까지나 정품 보증서와 박스, 시계줄이 모두 갖춰졌을 때의 값이다. 이 중 하나라도 없으면 적게는 10만원, 많게는 50만원까지 빠진다.
흥정 기술이 뛰어나면 430만원보다 더 받을 수 있을까. 답은 ‘아니다’다. 아무리 발품을 팔아봤자 ‘430만원짜리’ 시계는 결국 430만원이다. 5곳의 중고명품 업체를 다녀봤지만 다들 입을 맞춘 듯 430만원이란 답을 내놨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이유는 간단하다. 애초에 가격을 제시한 업체가 흥정 내용을 인터넷에 게재하기 때문이다. 업체들이 실시간으로 내용을 공유하다보니 한번 형성된 시세는 변하지 않는다. 매매업자들이 ‘아무리 다녀봐도 소용 없다’며 자신만만해 하는 이유다.
사실 롤렉스는 ‘어른들이 선호하는 예물시계’로 인식돼 젊은 시계 마니아 사이에선 크게 회자되지 않는 브랜드다. 업계를 쥐락펴락하는 명품시계 15개를 뽑아봐도 롤렉스의 이름은 빠져있다. 그럼에도 중고시장은 롤렉스를 가장 안정적이고 확실한 브랜드로 인식한다. 명품을 찾는 고객들의 성향이 보수적인 탓에 롤렉스를 찾는 이도 꾸준할 것이란 예측에서다.
그렇다면 시계 마니아들이 ‘우상’으로 여기는 파텍필립은 어떨까. 보통 억단위의 몸값을 자랑하는 이 시계는 아이러니하게도 중고명품 매매업자들의 관심 대상이 아니다. 한 중고명품 판매업자는 “각종 세금이 붙어 국내 가격이 터무니없이 높게 책정된데다 찾는 사람도 적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wild@fnnews.com박하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