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속의 디자인 도시를 가다 (끝·4) 일본 고베

      2010.07.13 17:27   수정 : 2010.07.13 17:27기사원문
▲ 일본 고베시는 시민들이 바다와 배, 항구를 즐길 수 있는 친수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광장과 산책로, 문화·오락시설 등을 갖춘 ‘워터 프런트’를 개발 중이다. 고베시 앞 바다를 메워 만든 ‘포트 아일랜드’ 전경.

1995년 1월 17일 오전 5시 46분. 일본 효고현에서 발생한 남부지진(한신아와지 대지진)은 142년 된 일본의 개항도시 고베시를 일순간 무너뜨렸다. 20초간의 강력한 지진으로 고베시에서만 4571명이 죽고 1만4678명이 부상했으며 6만7421가구의 주택이 붕괴됐다. 시내 전역에서 전기공급이 중단됐고 상수도는 대부분의 지역에서 단수됐으며 가스는 80%가 공급이 멈췄다. 지금으로부터 142년 전인 1868년 외국에 문호를 개방해 국제도시로 발돋움한 고베시는 하루아침에 잿더미로 변했다.
그로부터 15년 동안 고베시는 ‘창의적이고 매력적인 도시’를 기치로 내걸고 도시재생프로젝트를 진행, 현재 일본의 6대 도시로 우뚝 섰다.

■도시재생 통해 창의도시로

1868년 개항 당시 고베시의 인구는 2만명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150만명이 넘는 국제도시로 자리매김했다. 일본 열도 중간의 남쪽 해안이라는 지리적 이점을 살려 전 세계 무역을 잇는 무역항으로 개발한 덕분이다. 고베시 중앙의 로코산맥을 중심으로 동남 방향의 오사카만에 접해 있는 남쪽은 도시로 개발됐고 서부와 북부지역은 풍요로운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대규모 뉴타운이 들어섰다. 이 중 로코산에서부터 남쪽 해안 사이에 터를 잡은 도심부는 고베시 인구의 약 60%가 살고 있다. 이곳은 산허리에 위치한 주택지역과 해안주변의 항만산업지역, 산 아래 주택지와 항만산업지 중간 지역의 주택·상업지역으로 나뉘어 조화를 이루고 있다.

고베시가 주거·산업·문화가 잘 어우러진 도시의 모습을 갖춘 것은 개항 이후 꾸준한 도시계획사업을 편 덕분이다. 여기에다 1995년 대지진 이후 대규모로 추진한 도시재생프로젝트는 알록달록한 고베시의 색깔을 한층 뚜렷하게 했다.

고베시는 대지진이 발생한 후 2년 만에 항만, 도로, 철도 등의 공익시설을 모두 재건했다. 주택도 당초 계획에 앞서 정비를 했지만 문제는 도시의 문화가 사라졌고 일본 전반의 경기 침체와 맞물려 고베시의 재정이 고갈됐다는 점이다. 이때부터 고베시는 시청과 시의회뿐 아니라 전 고베시민이 참여해 도시디자인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계속 거주하고 싶은 도시, 방문하고 싶은 매력적인 도시,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도시’를 만들기 위한 고베시민들의 노력은 2008년 10월 국제연합교육과학문화기구(유네스코)으로부터 창의적인 디자인 도시로 선정되면서 결실을 맺었다.

▲ 일본 고베시는 중앙 로코산 자락의 옛 외국 공관과 외국인 주거단지를 미술관과 박물관 등으로 새롭게 단장해 관광객 유치에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옛 외국공관 거리.
▲ 일본 고베시 해안에는 다양한 문화·레저·쇼핑 복합시설이 들어서 있다. 쇼핑·문화센터인 ‘커낼 가든’ 내부. 광장 위로 하늘을 볼 수 있는 천장 구조물이 독특하다.

■전통과 이국적 문화의 조화

고베시 도시디자인의 특징은 역사에서 배어난다. 1868년 일본의 관문이 되기 위해 항구를 개방한 후 적극적으로 서양 문물을 수용해 다양한 문화가 자리를 잡았다. 로코산 아래 옛 외국인 공관과 거주지역은 시에서 미술관과 박물관 등으로 개조해 이국적인 풍경으로 관광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외국인들이 찾던 카페 거리는 현대식 카페와 쇼핑센터가 혼재한 쇼핑·문화타운이 됐으며 중국인들이 거주하던 지역은 차이나타운으로 정비돼 인접한 일본의 전통 스트리트형 상가와 어울려 독특한 매력을 발산한다.

고베시는 항구도시지만 바다에서 밀려오는 비릿한 냄새와 낡은 회색빛 건물이 없다. 컨테이너선이 정박하는 물류항이라는 특징 때문이기도 하지만 항구를 문화·관광구역으로 개발했기 때문이다.

고베시 최남단에 자리 잡은 포트 아일랜드는 이런 고베시의 특징을 단적으로 잘 보여준다. 1996년부터 443ha의 바다를 매립해 1980년대에 완공된 이곳은 항만시설뿐 아니라 주택, 공원, 국제회의장, 전시장, 패션타운, 대규모 물놀이시설 등을 갖춘 복합 도시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또 남쪽 항구에 있던 화물기차역 터 등을 재개발한 고베 하버랜드는 쇼핑, 식사, 오락기능을 갖춰 매일 수만명의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고베시가지를 중심으로 20∼30분 거리에는 각종 산업단지가 조성돼 도시의 경제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한신 고속도로 인근에 건설된 고베 유통센터는 각종 창고·운수 기능을 갖춘 일본의 대표 유통업무단지로 자리매김했다. 서고베 지역의 고베 하이테크 파크는 세이신주택 2단지와 함께 직주근접형 도시개발의 모델이 되고 있다.

산과 바다를 품은 천혜의 자연환경을 살린 관광시설은 고베시의 도시디자인에 매력을 더한다. 고베시 서쪽에 있는 아름다운 해안에는 스마우라공원과 마이코빌라, 스마 해변공원 등 다양한 공원이 있다.
세토나이카이 국립공원 일부로 지정된 로코산에는 하이킹 코스나 자연경관을 즐길 수 있는 곳이 이루 다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로코산 뒤편의 아리마는 쉼터를 제공하는 온천 리조트 단지로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이밖에 왕자 동물원과 스마해변수족원, 삼림공원, 누노비키노 다키 폭포, 고시키즈카 고분 등은 도심부의 이국적인 문화·쇼핑센터와 어우러져 전 세계 관광객에게 볼거리를 제공한다.

/victoria@fnnews.com이경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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