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더 리퍼

      2010.07.29 17:14   수정 : 2010.07.29 17:14기사원문
헤르만 헤세는 "진짜 유일한 마술, 유일한 힘, 유일한 구원, 유일한 행복, 사람들은 이것을 '사랑'이라고 부른다. 세상의 모든 사랑은 아름답다"고 말했다. 또 러시아의 극작가 안톤 체호프는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은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과연 세상의 모든 사랑이 아름다울까…? 잔인한 살인마저도 '사랑'이 이유라면 아름답게 포장될 수 있는 세상이다. 하지만 사랑하는 연인을 잃은 형사 앤더슨에게 살인마 잭의 연쇄살인사건이 '낭만적인 살인마의 로맨스'로 끝이 나는 것은 참을 수 없는 일. 때문에 이 사건은 앤더슨 형사에게는 밝힐 수 없는 미제 살인사건일 수밖에 없다.
작성하던 사건보고서에 불을 붙여 담배를 피워 무는 앤더슨 형사의 등장으로 뮤지컬 '잭 더 리퍼'의 막이 오른다.

'잭 더 리퍼'는 지금으로부터 122년 전인 1888년 런던에서 발생한 연쇄살인사건을 소재로 미스터리 스릴러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실제 내용은 멜로에 가까운 눈물겨운 '사랑'이야기다. 살인사건과 그 속에 숨겨진 애틋한 사랑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은 지난해 '살인마 잭'이란 제목으로 초연돼 스케일 큰 회전 무대와 체코 작품인 원작을 뛰어넘는 오케스트라 편성 등으로 큰 호응을 받았다. 이번 공연에는 초연 공연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안재욱, 유준상, 엄기준, 최민철, 민영기, 김법래, 남문철, 백민정 등이 그대로 투입되고 색다른 이미지 변신을 시도하는 신성우와 김성민, 극단 사키 출신의 김준현을 비롯한 실력파 뮤지컬 배우 서지영, 문혜원, 쏘냐 등이 가세했다.

1888년 런던 거리에서 매춘부들이 잔인하게 살해되고 내장이 꺼내지는 사건이 발생한다. 살인을 놀이처럼 즐기는 듯한 잔인한 살인마 '잭', 순수함과 열정을 지니고 있는 의사 '다니엘' 그리고 사건을 파헤치려는 형사 '앤더슨', 그리고 이 사건으로 한 몫 잡으려는 기자 '먼로'와 두 사람의 매춘부 '글로리아'와 '폴리'가 극을 이끌어 나간다.

지난 26일 공연에는 다니엘역에 안재욱, 살인마 잭역에 최민철, 앤더슨역 김준현, 기자 먼로역에 남문철, 글로리아역에 쏘냐, 폴리역에는 서지영이 연기를 펼쳤다. 특히 활발한 성격으로 바뀐 창녀 글로리아역의 쏘냐는 가슴이 뻥뚤릴 만큼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좌중을 압도했다. 초연 때보다 비중이 줄었지만 폴리역의 서지영이 극의 후반부에 앤더슨의 부탁을 승낙하며 부르는 아름다운 노래는 둘의 애절한 사랑을 짐작케 해준다.


무엇보다 시작이 끝이고 끝이 시작이며 다른 관점에서 벌어진 사건과 이야기들이 자연스럽게 하나로 연결되어 클라이맥스로 향하는 연출은 상당히 인상적이고 재미있다. 다만 대사를 아끼고 대부분을 노래로 표현했지만 대표곡으로 뽑을 만큼 귀에 쏙 들어오는 곡이 없다는 것이 아쉽다.
오는 8월22일까지 경기도 성남시 야탑동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이 펼쳐진다. 3만∼12만원. (02)764-7858∼9

/moon@fnnews.com문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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