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한샘 쇼팩대표 “‘조로’만큼 쉽고 대중적인 뮤지컬 없을 걸요”

      2011.02.24 18:05   수정 : 2014.11.07 02:15기사원문
뮤지컬 프로듀서치고 그처럼 지쳐 보이지 않는 이를 만나기도 싶지 않다. 젊기 때문일까. 하긴 대학 졸업 후 곧바로 LG전자 입사, 중국에서 냉장고를 팔다 국내 아이돌 HOT의 중국 공연을 보고 한국으로 돌아온 뒤, 다니던 회사를 접고 공연계로 뛰어든 사람 아닌가. 서른둘에 자신만의 뮤지컬 회사를 차려 지금까지 끌고 있으니 '패기만만'이 그의 아이콘일 수 있다.

'끼'는 학창 시절부터 넘쳤다. 연세대 중문과 재학시절 그의 꿈은 재즈 보컬가수였다. 아르바이트로 각종 행사장에서 노래를 불렀다.
백화점 개원행사, 패션쇼 행사, 호텔 밀레니엄 행사 등. 텔레비전, 라디오 방송을 타기도 했다. 하지만 하면 할수록 힘들었다. 가수로 밥벌이가 될까, 그 생각에 졸업후 진로를 바꿨다. 그렇지만 어디 그게 오래갈 수 있었겠나. 그는 지금 자신이 가장 잘하는 일을 하고 있는 중이라며 웃는다.

실험적인 소극장 뮤지컬을 주로 선보여온 쇼팩의 송한샘 대표(37) 이야기다. 지난 22일 오전 서울 논현동 쇼팩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이른 감은 있지만 올 하반기 최대 기대작 중 하나인 뮤지컬 '조로'가 궁금해서였다. '조로'는 오는 11월 서울 한남동에서 오픈 예정인 뮤지컬 전용극장 쇼파크의 개관작이다. 지난달 중순 오스트리아 뮤지컬 '엘리자벳'과 막판 경합을 벌인 끝에 쇼파크 첫 작품으로 '조로'가 당첨됐다.

쇼팩이 대중적인 대작 뮤지컬을 만든다는 것 자체가 사실 새롭다. 40억∼50억원가량의 제작비는 공동제작사인 행복나눔 측이 전액 조달했다. 이 작품이 초연된 지난 2008년 무렵부터 행복나눔재단 측은 국내 공연을 추진하면서 제작사를 물색하다 지난해 11월 쇼팩에 제작 일체를 맡겼다. "어떤 작품보다 쉽고 대중적이에요. 2시간 반이 눈깜짝할 새 지나갈 겁니다. 10세부터 50대 어른까지 골고루 흥미를 가질 수 있는 내용과 장면이 무궁무진해요."

'조로'는 스릴 넘치는 검술과 천장을 오가는 스턴트 아크로바틱이 압권인 어드벤처 뮤지컬이다. 2008년 런던 웨스트엔드 게릭시어터에서 개막, 1주일에 5억원이 넘는 판매액을 올리기도 했다. 국내 공연에선 '지킬 앤 하이드' 연출가 데이비드 스완과 음악감독 김문정 등이 제작에 참여한다.

배경은 스페인이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점령하고 있던 시기. 정치가 알레한드로의 아들 디에고가 양아들 라몬을 향해 펼치는 흥미진진한 복수극이 주 내용이다. 자유로운 영혼의 디에고가 영웅으로 변하는 일련의 과정을 그린다. 라몬은 자신의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해 쓸쓸한 최후를 맞지만 매력적인 캐릭터다. 와이어를 매달고 천장을 오가며 펼치는 전투 신과 안무가 압권이라는 게 송 대표의 설명. 스페인의 유명 아티스트그룹 '집시 킹즈'의 플라멩코가 넘버의 3분의 2를 차지한다. 나머지 곡은 국내에서 추가로 만들어 무대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통속적인 스토리를 풀어내는 방식이 달라요. 플라멩코 음악이 가득한 뮤지컬도 국내서 처음이고요. 브로드웨이 뮤지컬에선 볼 수 없었던 강한 테크닉도 맛볼 수 있습니다. 드라마도 강하지만 작품 전반에서 유머가 있고 발랄한 느낌을 줘요. 한국 관객들이 이런 대중적인 작품도 있구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될걸요."

송 대표는 올해로 5년째인 쇼팩이 이제 걸음마를 뗀 수준이라며 자신은 만날 배우는 사람이라고 했다. "언제까지 배워야 하나 그런 생각도 들지만 현장에 나가면 배울 거 투성이입니다. 크리에이터들에게서 배우는 것도 얼마나 많은데요."

음악은 여전히 많이 듣는다. 아예 음악만을 듣는 시간도 있다. 국내 프로듀서 중 음악에 관해서는 그를 최고 급으로 꼽는 이들도 있다. "음악을 들을 땐 다른 건 안해요. 하루에 적어도 두 시간 정도는 음악만 들어요. 예전에 잘 몰랐던 곡을 새롭게 알게 될 땐 정말 희열을 느낍니다.
기타, 색소폰, 피아노 이런 악기는 저를 정화시켜주는 공신들이죠. 음악은 제 삶의 동반자예요. 너무 이렇게 살다보니 정치, 시사를 모른다는 핀잔도 많이 듣습니다."

앞으로 상황이 되면 꼭 한번 가수로 무대 위에 서고 싶다는 말도 했다.
"가장 하고 싶어했던 일이잖아요. 제 꿈은 언제나 무대 그 언저리에 숨어 있습니다."

/jins@fnnews.com최진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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