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둘레는?

      2011.07.17 17:17   수정 : 2011.07.17 17:17기사원문
'물 마시는 코끼리, 갈기를 나부끼는 사자, 산불을 바라보는 소년, 폐허가 된 경기장, 초록색이 가득한 숲….' 오는 8월 1일까지 열리는 '지구 상상전'에 걸린 사진 속 풍경들입니다. 이렇게 수많은 장면이 살아 있는 지구의 둘레는 얼마나 될까요.

인공위성과 최첨단장비로 계산한 지구 둘레는 약 4만120㎞로 알려져 있습니다. 시속 100㎞로 달리는 자동차가 400시간 이상 달려야 지구를 한 바퀴 돌 수 있는 거리입니다.

고대 그리스의 과학자 '에라토스테네스'는 인공위성과 첨단장비 없이 최초로 지구의 둘레를 쟀습니다.

당시 도서관 사서로 일하던 그는 책에서 "알렉산드리아 남쪽에 있는 '시에네'에서 1년 중 낮의 길이가 가장 긴 하짓날(6월 21일) 정도가 되면 사원의 돌기둥 아래 그림자가 사라지고 햇빛은 깊은 우물 바닥까지 다다른다"는 내용을 접했습니다.

그는 알렉산드리아에서도 같은 현상이 일어나는지 궁금해 막대기 하나를 꽂아놓고 그림자를 관찰했습니다. 하지만 낮 12시가 돼도 그림자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같은 시간에 시에네와 알렉산드리아의 그림자 길이가 달랐던 것입니다.
에라토스테네스는 여기서 '지구가 둥글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만약 지구가 평평하다면 같은 시간에 잰 그림자 길이는 어디서든 같아야 할 테니까요.

에라토스테네스는 지구 둘레를 계산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이를 위해 먼저 '태양빛은 모든 곳에 평행하게 들어온다'는 가정을 세웠습니다. 하짓날 낮 12시에 시에네 우물로 들어오는 태양빛과 알렉산드리아에 세워놓은 막대기로 들어오는 태양빛을 나란히 그린 후 막대기를 이은 선을 지구 중심까지 길게 늘이면 두 태양빛과 만나는 각이 나옵니다.

지구를 동그란 피자라고 본다면 잘라서 한 조각을 만든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부채꼴' 모양의 피자에서 빵이 있는 바깥쪽 부분은 '부채꼴의 호'라고 합니다. 피자를 60도로 잘라 6조각으로 나누는 것과 30도로 잘라 12조각으로 나눴을 때 빵의 둘레가 다른 것처럼 피자 조각을 자른 각도에 따라 호의 길이는 달라집니다.

여기서 에라토스테네스가 썼던 두 번째 가정이 나옵니다. '호의 길이는 원의 중심각의 크기에 비례한다'는 것입니다.

부채꼴의 각도를 알기 위해서는 '직선 하나가 평행선 두 개와 만나서 이루는 사이각의 크기는 같다'는 또 하나의 가정을 세웠습니다. 태양빛이 막대기와 만나 이루는 각도가 곧 부채꼴의 각도가 되는 것입니다. 에라토스테네스가 이 각도를 쟀더니 7.2도가 나왔습니다. 이렇게 생긴 부채꼴 50개가 모이면 원이 만들어진다는 이야기입니다(360÷7.2=50).

부채꼴의 호는 걸음으로 쟀습니다. 사람을 시켜 알렉산드리아에서 시에네까지 걸어갔다 오라고 한 결과 두 도시 사이의 거리는 5000스타디아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조금 전에 구해놓은 50에 5000을 곱하면 2만5000스타디아라는 값이 나옵니다. 이것이 최초로 계산된 지구 둘레입니다.


1스타디아의 길이는 아직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대략 185m 정도라고 짐작하고 있습니다. 에라토스테네스가 계산한 값을 우리에게 익숙한 거리로 바꾸면 대략 4만6250㎞로 오늘날 잰 지구 둘레 4만120㎞와 비슷합니다.


천재 과학자 에라토스테네스. 그는 과학적 상상력과 섬세한 추리만으로 지구 둘레를 알아낸 셈입니다.

/글:박태진 과학칼럼니스트 <자료:한국항공우주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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