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이혼 경력·자녀 숨긴 결혼은 사기”
2011.08.02 16:59
수정 : 2014.11.06 09:22기사원문
서울가정법원 가사4부(재판장 한숙희 부장판사)는 박모씨(45)가 부인 정모씨(49)를 상대로 낸 혼인취소 소송에서 "아내의 기망행위로 인해 남편이 혼인의 의사표시를 한 것은 혼인 취소사유에 해당한다"며 정씨가 박씨에게 정신적 고통에 따른 위자료로 1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2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정씨는 1994년 8월 지인 소개로 경찰관인 박씨를 만나 곧 동거를 시작, 1996년 4월 결혼식을 올리고 이듬해 혼인신고를 했다. 1998년에는 딸도 낳았다. 그러던 중 2009년 박씨는 정씨가 전 남편 및 자식 1남1녀를 버리고 결혼했다는 내용의 투서를 받았지만 정씨는 자신을 음해하는 것이라고 변명했다.
이후 박씨는 지난해 2월 정씨의 가족관계등록부를 떼보게 됐고 비로소 아내의 이혼사실과 전 남편과 사이에 두 자녀가 있는 사실 등을 알게 됐다. 이로 인해 박씨는 정씨와 심하게 다툰 후 협의이혼에 관한 인증서를 작성했지만 정씨가 협의이혼 절차를 차일피일 미루자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박씨가 초혼이고 혼인 당시 정씨보다 3년 연하인 28세의 경찰관인 점 등에 비춰 이혼 사실 및 자녀 출생사실 등을 알았다면 혼인하지 않았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원고가 피고의 기망행위로 인해 혼인의 의사표시를 한 것으로, 민법상 혼인 취소사유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경찰관 직에서 퇴직할 경우 받게 될 퇴직금 1억3000만원 상당을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는 정씨 주장에 대해서도 "부부 일방이 아직 퇴직하지 않은 채 직장에 근무하고 있을 경우 장차 퇴직금을 받을 개연성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장래의 퇴직금을 청산 대상이 되는 재산에 포함시킬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 관계자는 "사기로 인한 혼인의 취소를 인정한 것은 드문 사례"라며 "이번 판결은 혼인의사를 결정할 때 이혼전력과 자녀를 뒀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라는 점을 인정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다만 여기서 말하는 '사기'는 기망행위에 의해 재산상 이득을 본 것은 아닌 만큼 형법상 사기로 볼 수는 없고 형사처벌로 이어지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mountjo@fnnews.com조상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