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 정해운 홈플러스 축산팀장

      2011.08.21 18:07   수정 : 2014.11.05 13:30기사원문
"추석요? 일해야죠. 명절이면 가족들에게 늘 미안한 게 저 같은 신선식품 바이어들의 운명이죠."

대형마트 축산 바이어 생활 11년차인 홈플러스 정해운 축산팀장(39)에게 추석은 명절이 아니다. 일년 중 가장 바쁘고 긴장되는 시간일 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정육 선물세트 최대 특수기인 명절 연휴 축산 바이어들은 꼼짝없이 회사를 지켜야 한다.

연휴기간 내내 선물세트 물량을 수시로 체크해 결품을 막고 판매 동향과 배송 현황도 꼼꼼히 챙기는 등 잠시도 한눈을 팔 수 없다.

전국 120여개 홈플러스 점포에서 어떤 긴급 상황이 벌어질지는 예측할 수 없다. 그래서 정 팀장은 명절 때 축산 바이어를 '5분 대기조'에 비유했다.

"서울이 고향인 저 같은 사람은 그나마 차례라도 지내지만 지방 출신 바이어들은 귀성길은 꿈도 꿀 수 없습니다. 명절 전날은 고향에 못내려가는 후배들을 조금이라도 위로해 주려고 꼭 식사자리를 마련합니다.
" 누구보다 명절을 맞는 축산 바이어의 서러움을 잘 알기 때문이다.

정 팀장은 뼛속까지 축산 바이어다. 축산학을 전공한 그는 대학 시절 유럽 배낭여행을 갔다가 선진 유통시설을 접하면서 바이어의 길을 걷게됐다. "당시 호기심에 영국 테스코 점포 등을 둘러봤습니다. 당시 철저하게 시스템화된 대형 유통 매장은 충격으로 다가왔죠. '아, 내가 할 일이 바로 이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신혼여행에서도 축산 바이어의 기질은 숨기지 못했다. 그는 "태국 여행에서 허니문보다 현지 유통업체 둘러보는데 정신이 팔려 아내에게 여러 번 혼쭐이 났다"며 "어딜 가든지 유통업체 축산코너를 살피는 게 이제는 직업병이 됐다"고 멋쩍어했다.

일에 대한 열정 덕분인지 이른 나이인 37세에 홈플러스 축산팀장이라는 중책을 맡게 됐다.

팀장 승진 이후 가장 보람 있는 성과를 묻자 지난달 초 선보인 특화형 정육 코너인 '바비큐 존'을 꼽았다.

그는 "지난해 여름시즌 피서지에서 간편하게 준비할 수 있는 맞춤형 정육 상품을 기획하게 됐다. 1년간 팀원들과 전국의 캠핑장, 피서지 등을 일일이 답사하며 시장조사한 끝에 야외용 정육 상품을 론칭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바비큐 폭립, 마포식 업진살 구이, 소고기 등심과 돼지 목심 콤보팩, 야외 숯불구이에 맞춘 1㎝ 두께 삼겹살 등 엄선된 20종이 바비큐 존에서 판매됐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전점 바비큐 존에서 6주 동안 3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당초 기획한 8주 동안 목표를 10억원 초과한 40억원의 매출을 예상했다.


정 팀장은 "빠르게 변하는 고객의 라이프 스타일을 정확하게 파악해 상품화한 게 성공 요인"이라며 "100개가 넘는 아이템을 낸 12명의 축산 바이어들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고마워했다.

/cgapc@fnnews.com최갑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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