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리지널약의 역습
2011.11.01 17:53
수정 : 2014.11.20 12:59기사원문
오리지널 의약품의 역습이 시작됐다. 지난해부터 다국적 제약회사의 시장점유율이 가파르게 늘고 있어서다. 내년 대규모 약가 인하 정책이 예정대로 시행되면 토종약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자칫하면 국내 제약사의 설자리마저 잃어 버릴 수도 있다.
■잠식은 이미 시작됐다
국내 제약시장에서 다국적 제약사에 의한 시장 잠식은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1일 신한금융투자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상위 10대 업체 점유율은 2007년 27.6%에서 2009년 29.9%로 높아졌으나 2011년 28.5%로 하락했다. 지난해 상위 업체의 영업위축을 틈타 반짝 점유율을 확대했던 중소 제약사들 역시 올해 하락세로 돌아섰다.
반면 외자 업체의 점유율은 2009년 29.6%로 2007년부터 감소세를 이어가다가 2011년 30.7%로 높아지며 국내 제약사의 점유율을 넘어섰다.
리베이트 규제로 인한 국내 제약사 영업위축이 지속됐고 병·의원의 오리지널 선호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우리나라에서 많이 처방되는 의약품 100대 품목을 분석한 결과 국내 제약사의 점유율은 2009년 49.87%에서 2010년 47.25%로 하락한 반면, 다국적 제약회사 점유율은 2009년 50.13%에서 지난해 52.75%로 늘어났다.
의사들이 국내 제약사가 생산하는 복제약(제네릭)보다 다국적 제약사의 오리지널 의약품을 처방하는 일이 많아졌다는 것을 뜻한다.
지난해 쌍벌제 도입 이후 의사들의 오리지널 약 처방이 늘면서 다국적 제약사의 성장은 더욱 가속화되는 추세다.
유비스트에 따르면 지난 2008년 4.6%이던 다국적 제약사의 성장률은 2011년 12%로 급증했다. 반면 국내 10개 상위 제약사의 점유율은 같은 기간 13.7%에서 9.2%로 추락했다.
■토종약 경쟁력이 없다
내년 4월부터 약가 인하가 시작되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의료계는 특허가 만료된 오리지널 약과 제네릭의 가격이 일괄 인하되면서 가격 차이가 없거나 미미해지면 국내 제약사가 개발한 제네릭은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된다. 의사들은 물론 환자들 역시 같은 가격대에서 신뢰할 수 있는 오리지널 약을 선호하게 될 것이라는 게 의료계 전망이다.
국내 제약사의 한 관계자는 "국내 제약사들의 구조조정은 이미 시작 됐다고 봐야 한다"며 "제네릭에 의존한 중소 제약사들이 시장에서 퇴출되는 사이 다국적 제약사들의 시장 지배력은 더욱 커지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제약사들 역시 다국적 제약사에 주도권을 빼앗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원희목 의원이 국내 제약사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약가인하 후 '국내 제약산업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하는 기업'에 대한 질문에 전체 61.3%가 "다국적 제약회사가 주도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학교 김진현 교수는 "의약분업 이후 소비자들에게 처방전이 공개되면서 오리지널 처방 선호 현상이 심해졌다"며 "오리지널 특허 강화 등을 골자로 한 한·미 FTA가 발효되면 이런 추세가 더 심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seilee@fnnews.com이세경 허현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