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 밑 가시’된 신데렐라/이재훈 논설위원

      2013.02.14 17:02   수정 : 2013.02.14 17:02기사원문

마치 벌집을 쑤셔놓은 듯하다. 동반성장위원회가 빵집, 음식점을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한 지 열흘,동네상인과 이들 업종의 프랜차이즈기업 간의 갈등은 오히려 커져만 간다. 상생과 동반성장은커녕 진흙탕 싸움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현재 동네빵집 모임인 대한제과협회와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SPC그룹, 파리바게뜨 가맹점주 간에 소송전이 벌어지고 있다. 또 한국프랜차이즈협회는 "중기적합업종 선정에 위헌적 요소가 있다"며 헌법소원을 낼 방침임을 밝혔다.

프랜차이즈업에 대한 규제가 왜 이리도 큰 논란이 될까. 프랜차이즈업의 특수성 때문이다. 우선 시곗바늘을 3년여 전으로 돌려보자. 지금은 동네상권을 죽이는 '손톱 밑 가시'로 낙인찍혔지만 프랜차이즈업은 한때 내수를 살리고 서민층에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줄 수 있는 '미래성장동력'으로 대접을 받았다. 2009년 9월 정부는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에서 '프랜차이즈산업 활성화 방안'을 내놓았다.
2012년까지 가맹점 1000개 이상의 국내 프랜차이즈 브랜드 100개를 육성하고 세계 100대 프랜차이즈 기업군에 국내 브랜드를 3개 이상 진입시키겠다는 야심찬 계획이었다. 프랜차이즈업을 대대적으로 지원해 2012년까지 일자리 22만개를 만들고 자영업자의 폐업률을 크게 낮추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는 금융위기 이후 쏟아진 퇴직자를 중심으로 음식점, 빵집 등 자영업 창업이 붐을 이뤘으나 줄줄이 실패해 사회 문제로 떠오를 때였다. 여기서 정부는 일반 자영업자의 5년 내 폐업 비율이 84%인 반면 프랜차이즈 가맹 자영업자는 25%로 매우 낮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자영업자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이들을 프랜차이즈로 조직화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또 일자리를 늘리고 지키는 데 '서민밀착형 산업'인 프랜차이즈업이 큰 몫을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런 판단은 아직도 유효하다는 점을 통계가 입증한다. 2011년 현재 프랜차이즈업의 시장 규모는 95조원, 31만개 가맹점의 종사자 수는 124만명. 10년 사이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프랜차이즈 음식점 한곳당 평균 종사자 수는 3.1명으로 일반 음식점의 2.7명보다 0.4명 많다. 프랜차이즈 빵집의 경우 한곳당 4.3명꼴로 고용해 일반 빵집의 3.2명보다 1명 이상 더 쓴다. 지난해 1조6000억원의 매출을 올린 SPC그룹의 본사와 공장, 가맹점에서 3만5000여명이 일한다. 비슷한 매출 규모(1조5000억원)의 음식료업체인 동서식품의 직원은 1100여명으로 비교가 안 된다. 프랜차이즈업은 일자리의 보고( 寶庫)다.

그럼에도 정부는 프랜차이즈업 지원계획을 실행에 옮겨보지도 못했다. 오히려 이듬해 상생과 동반성장이 국정의 새 화두로 제시되면서 프랜차이즈업을 보는 시각이 달라졌다. 롯데, 신세계 같은 재벌의 빵집 진출이 사회적 이슈가 되자 불똥은 프랜차이즈업 전반으로 튀었다.

지원계획이 유야무야된 이유다.

그러나 같은 빵집·음식점이라도 롯데, 신세계 같은 재벌이 하는 것과 파리바게뜨, 새마을식당, 놀부처럼 전문 프랜차이즈가 하는 것은 양상이 전혀 다르다. 이들 프랜차이즈 기업은 동네빵집, 동네음식점에서 출발해 한우물을 판 끝에 중견기업, 대기업으로 컸다. 문어발식 확장이라는 잣대를 들이댈 수 없다. 게다가 프랜차이즈업 자체가 기업과 자영업자의 연합체다. 가맹본부는 대기업이지만 가맹점주는 동네상인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중 어느 한쪽으로 나눌 수가 없는 존재인 것이다.
때문에 가맹점에 대한 가맹본부의 횡포나 규제하라는 지적이 설득력 있다.

이런 프랜차이즈업이 출점 규제를 받게 됐으니 자수성가한 중견기업도 더 이상 클 수가 없고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운영하는 상인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사업인 가맹점을 해보려는 예비창업자도 큰 타격을 받게 됐다.
일자리는 얼마나 날아가겠는가. '성장의 사다리' 걷어차기요, '기회의 사다리' 걷어차기란 말이 그래서 나온다.

ljhoon@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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