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조선해양, 채권단의 자율협약 동의로 한숨 돌려
2013.04.08 15:36
수정 : 2013.04.08 15:36기사원문
8일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따르면 산은이 지난 5일까지 7개 채권은행에 서면 동의서를 제출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이날 오전까지도 농협·신한·외환은행이 동의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그러나 농협·외환은행은 자율협약을 체결키로 결론을 내리고 이날 중으로 동의서를 제출할 것으로 전해졌다. 두 은행의 복수 관계자는 "동의서를 제출키로 내부적으로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안다"며 "오늘 중으로 동의서를 접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신한은행은 이날 오후 4시에 자율협약 관련 자체 심의회를 열어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심의회를 열어 최종 결론을 낼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해 동의서를 제출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유동성·분위기 반전 위한 시간 벌어
업계에 따르면 채권은행들의 자율협약 동의로 STX조선해양은 회생의 전기를 마련하게 됐다.
채권은행들이 자율협약에 동의하면서 채무상환은 동결되고 신규 투자자금은 지원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STX조선해양은 당장 9일 1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포함해 9950억원, 올해 연말까지만 6500억원 규모의 채권을 갚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자율협약 결정으로 채무상환 부담에서 빠져나오게 된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연말 기준 STX조선해양의 자산은 13조5119억원, 이 중 부채는 12조1971억원에 달한 상황이다.
산언은행은 이르면 다음주 초부터 STX조선해양에 대한 실사작업을 진행, 경영정상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STX조선해양은 채권단의 자율협약 동의로 신규투자를 위한 자금도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업 회생을 위해서는 투자가 필요한데 돈줄을 채권은행이 쥐고 있는만큼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실제 자율협약중인 성동조선해양은 지난해 채권단으로부터 5500억원의 추가 자금을 지원받기로 약속을 받은 바 있다. 업계는 채권은행들이 STX조선해양에 상반기에만 5000억원 가량을 투자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채권은행 한 관계자는 "기존에 있던 채무들에 대한 일정기관 유예와 자금지원을 해줘 숨통을 트게 해주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 "법정관리와 달리 자율협약은 은행권만 참여해서 하기때문에 나머지는 정상여신으로 돌려지게 된다"고 말했다.
다른 채권은행 관계자는 "자율협약에 들어가면 STX조선해양 실사에 들어가면서 존속 또는 청산가치와 자산과 부채 규모 등등 정밀히 따지게 된다"며 "그러나 회사채 만기가 잇따라 도래하고 그전에 실사가 끝날리 없어 산은에서 방안을 꾸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룹 규모 축소 불가피
STX조선해양이 채권은행들의 자율협약 동의로 유동성과 시간은 벌었지만 그룹 규모 축소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채권은행들이 기업 회생과 수익성 강화를 위해 자산매각과 비주력사업 매각 등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자율협약은 워크아웃과 달리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채권단 관리가 강화된다는 점에서 사실상 낮은 수준의 워크아웃으로 불린다.
채권은행이 매각할 것으로 예상되는 STX팬오션과 STX대련조선소 지분, STX중공업-메탈 합병에 따른 추가 지분 등이다.
STX팬오션이 매각될 경우 지난 연말 기준으로 STX그룹 자산규모는 24조원에서 17조원으로 줄어들게 된다.
산업은행이 현재 STX팬오션에 대해 실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실사는 한달, 빠르면 이달 안에 마무리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산업은행이 재무약정에 따라 정기 모니터링을 지속적으로 진행했기 때문으로 이번 실사가 기본적인 내용보다는 우발채무 확인 등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기 때문이다.
매각은 특혜 시비 등에 대한 우려로 산업은행 독자보다는 사모투자펀드(PEF) 조성을 통한 인수가 예상된다. 산업은행은 STX팬오션 지분 14.99%를 보유하고 있다. STX대련 조선소의 경우 STX그룹은 경영권 매각에 대해서는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경영권까지 매각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STX조선해양 회생을 위해 채권은행들이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그룹 규모가 줄어드는 것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TX그룹은 STX팬오션 매각과 STX대련 조선소 지분 매각 등 기업회생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hjkim@fnnews.com 김홍재 김기석 김호연 박지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