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임약, 장기복용하면 기형아 출산?

      2013.06.19 09:21   수정 : 2014.11.06 01:33기사원문
피임약에 관한 숱한 소문이 있다. 피임약을 장기간 복용하면 임신이 잘되지 않거나 기형아를 낳을 확률이 높다든지, 호르몬 불균형으로 몸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든지 하는 것들이다. 실제로 경구 피임약이 몸에 해로울까 봐 평소에는 복용하지 않다가 불안한 일이 생길 때마다 응급피임약으로 피임을 해결하는 이들도 더러 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피임생리연구회 전준연 위원은 “피임약에 대한 오해 중 호르몬 변화로 인한 부작용이 많다. 특히 암에 대한 막연한 공포는 정보의 부족으로 인한 오해이므로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과연 피임약에 대해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것,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 피임약이 암을 부른다?

1975년 이전 에스트로젠 함량이 높은 피임약을 복용했던 환자에게서 유방암 발병이 증가한다는 보고가 있었다. 이후 피임약은 개선돼왔고 에스트로젠 함량은 낮아졌다. 2000년 이후에는 피임약을 10년 이상 복용한 여성의 유방암 발병률이 복용하지 않은 여성보다 높지 않다는 연구결과가 속속 나왔다.

전 위원은 “유방의 양성 종양 발생빈도가 피임약을 복용한 여성에게서 감소했다는 연구결과나 피임약을 5개월 이상 복용하면 난소암 발병 확률 또한 크게 낮출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피임약을 먹어서 유방암에 걸린다는 건 기우라고 볼 수 있다”며 피임약의 암 유발설에 관해 해명했다.

피임약에 명시된 복용 유의사항 중 ‘유방암 가족력이 있는 여성은 복용을 의사와 상담하라’는 문구에 대해서는 “직계가족이 유방암에 걸린 사람의 유방암 발생 확률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6배가 높다. 그래서 모든 호르몬제(피임약, 갱년기치료제, 배란 유도제 등)의 사용을 조심해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피임약 먹으면 여드름 생긴다?

예전 피임약에 들어 있던 성분 중 하나인 ‘합성 황체호르몬’은 체내수분과 나트륨 배출을 막아 부종과 체중증가를 유발했다. 최근에 나오는 피임약은 제품마다 용량의 차이가 조금씩은 있지만 대부분 0.03mg 이하의 저용량 호르몬제다.

전 위원은 “피임약의 대표적 부작용으로 꼽히는 것이 여드름 발생과 체중 증가인데, 생체호르몬과 가장 유사한 화학구조를 가진 ‘드로스피레논’을 주성분으로 한 피임약은 오히려 체중이 감소하는 효과가 있고 생리주기에 따라 여드름 등 피부문제가 심했던 사람의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메스꺼움 등 부작용도 개인의 약 순응도에 따라 큰 편차를 보이는 것일 뿐 호르몬 과다로 인한 부작용이 아니다”라고 되짚었다.

◇ 피임약 장기복용하면 기형아 출산한다?

피임약을 오래 먹으면 임신이 잘 안 된다거나 기형아 출산, 유산 확률이 높다는 것은 과학적 근거가 없는 속설이다. 피임약을 복용하는 기간만큼 나이가 들어 임신능력이 떨어질 수는 있다. 전 위원은 “피임약 장기복용으로 불임이 된다는 건 매우 잘못된 오해”라고 잘라 말했다.

전 위원은 “건강한 여성이 피임약을 복용하다가 끊으면 오히려 임신이 잘되는 사례가 발생한다. 배란을 억제하다가 풀어주면 그 반동으로 배란이 활발해져 임신이 잘되는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 생리불순이었던 사람이 피임약 복용 후 정상적 생리주기를 찾는 것도 비슷한 개념이다. 피임약을 복용하면서 몸에 새로운 메커니즘이 생기는 것인데, 적절한 처방, 투약으로 생리불순이 개선되는 등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피임약 복용률이 낮은 국가가 인공 임신중절률도 높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경구피임약 복용률이 3%이다.
경구피임약을 매일 정해진 시간에 복용법대로 복용하면 99% 이상의 높은 피임 효과를 볼 수 있다. 발명 후 50여 년간 귀중한 생명을 구하고 여성 건강을 지켜온 피임약에 대한 막연한 편견은 버리고 실리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만 피임약을 처음 복용하는 여성이라면 전문의 상담 후 자신에게 맞는 약을 선택하고 복용법을 교육받는 것이 유익하며, 35세 이상의 여성 중 흡연자는 혈전(혈액 응고) 예방 등을 위해 반드시 전문의와 상의 후 복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wedding@fnnews.com 파이낸셜뉴스 웨딩뉴스팀 김고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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