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존’ 확정 세운상가 일대
2013.06.26 04:02
수정 : 2013.06.26 04:02기사원문
"몇 년 동안 철거가 되니, 리모델링하니 하던 곳인데 장사가 될 리 있나요. 이제 개발된다 하니 반신반의 하는 마음으로 믿어봐야죠." (서울 종로3가 세운상가 일대 상인)
"세운상가가 없어졌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개발이 돼도 땅값이 오를거라는 보장이 없어요.지금은 오히려 서로 팔려고 하는 상황인 걸요." (세운상가 인근 부동산업체 관계자)
서울시가 25일 종로구 세운상가를 전면철거 대신 리모델링 등을 통해 계속 사용하는 한편 주변구역은 소규모 분할개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세운 재정비촉진지구의 변경계획(안)'을 발표했으나 여전히 주변 상인들은 쉽게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소규모 분할개발 '반신반의'
이날 세운상가 일대는 서울 도심 대표적 번화가에 자리잡은 상가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조용했다. 심지어 가장 장사가 잘 된다는 낮 시간인데도 손님보다 가게를 차지하고 있는 상가 입주민 수가 훨씬 많았다. 간간이 손님이 있는 상점은 손에 꼽을 정도였고 빈 점포가 수두룩했다. 여기저기 '임대'한다는 문구가 눈에 띄었고 전체 골목이 빈 점포로 가득차 그대로 방치된 곳도 있었다.
전자부품 및 난방기기 판매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씨(54)는 "시에서 재개발을 하니 마니 하는 사이 손님들 발길이 뚝 끊겼다"며 "요즘은 오래된 단골손님만 찾아 올 뿐 새로운 손님을 보기 드물다. 하루살이 벌이로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그는 "시의 개발 계획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입장"이라며 "개발과 함께 세운상가 활성화를 위한 대책도 마련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상가 입지에 따라 향후 소규모 개발에 대한 입장차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성숙 세운2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주민대표회 추진위원장은 소규모 개발과 관련, "장사가 잘 되는 곳에 위치한 사람들은 공동 개발을 찬성하지만 투자 목적으로 온 사람들이나 상가가 외진 곳에 있는 상인들은 오히려 보상금을 받고 나가기를 원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이어 "시에서 지속적으로 워크숍 등을 통해 주민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해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개발이 지지부진했던 만큼 환영을 표하기도 했다. 13년째 세운상가에서 전기 회로 설계 및 부품 판매를 하고 있다는 이모씨(47)는 "일대가 너무 낙후된 곳이 많아 리모델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오랫동안 개발이 되니 마니 했던 곳인 만큼 하루빨리 개발이 본격화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상가 시세, 수년째 '제자리걸음'
한편 세운상가 일대 상가 시세는 수년간 큰 변화를 보이고 있지 않다. 현재 세운상가 일대 시세는 점포 하나당 8000만원에서 1억5000만원 선이다.
종로3가 한 공인 관계자는 "이번 발표가 세운상가 일대 시세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며 "전면 재개발보다야 현재 구역별 차등 개발이 가장 합리적인 방안으로 보이긴 하지만 이해당사자간 이해득실 입장차가 큰 만큼 오히려 난개발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인근 또 다른 중개업소 관계자는 "개발 및 상가 존폐 여부를 두고 오랫동안 실랑이를 해온 곳이어서 오히려 점포를 내놓고 나가려는 업주가 더 많다"며 "대로변은 제 가격을 받고 있지만 안쪽은 못 받고 있다"고 전했다.
nvcess@fnnews.com 이정은 기자 고민서 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