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시장 ‘착한가격’ 마케팅 열풍.. ‘신차=가격 인상’ 공식 깨졌다
'착한 가격 러시' 최근 경쟁적으로 가격을 내리고 있는 국내 자동차 시장을 놓고 하는 말이다. 현대자동차가 그랜저 가격을 100만원 인하해 지난해부터 시작한 '착한 가격'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인한 3차 관세인하 효과로 이달부터 독일차 등 유럽차 가격이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백만원까지 떨어졌다. 이에 위기의식을 느낀 일본차 역시 엔저 효과에 힘입어 지난 5월 시작한 가격 인하 프로모션을 잇따라 연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자동차 시장은 '착한 가격'을 내세운 치열한 경쟁으로 뜨거워질 전망이다.
이런 과정에서 신차 효과를 내세워 신차 가격을 높여오던 관행은 이젠 '옛말'이 됐다.■'착한 가격 러시'
현대차가 그랜저 가격을 최대 100만원 인하해 고객들의 합리적인 선택을 위한 '착한 가격' 행보를 이어간다.
현대차는 8일부터 △그랜저 3.3 셀러브리티 △i40 D-Spec(디-스펙) △40 살룬 D-Spec △벨로스터 D-Spec 등 4개 모델(트림)의 가격을 전격 인하한다고 7일 밝혔다. 인하 가격은 그랜저는 100만원, 나머지 차종은 각 30만원씩이다.
이에 따라 그랜저 3.3 셀러브리티 모델은 사양은 그대로 적용되고도 가격이 기존 4093만원에서 3993만원으로 100만원 낮아졌다.
i40 D-Spec와 i40 살룬 D-Spec는 각각 303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2950만원에서 2920만원으로 30만원씩 인하됐다.
특히 현대차는 인기 옵션인 파노라마 썬루프의 가격을 10만원 인하했다. 가격 인하가 적용되는 차종은 쏘나타를 비롯해 쏘나타 하이브리드, i40, i40 살룬, 그랜저, 싼타페, 맥스크루즈 등 중대형차 7개 차종이다.
또한 국내 수입차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독일차 '빅4'는 일제히 가격인하에 돌입했다.
BMW코리아는 한-EU FTA에 따른 관세 인하분을 미리 적용해 지난달부터 판매 가격을 최대 120만원 인하했다. 이에 따라 520d는 60만원 인하된 6200만원, 6시리즈 그란 쿠페는 120만원 내려 1억850만원, 730d는 120만원이 인하됐다. 메르세데스-벤츠의 경우 이달부터 최저 30만원부터 340만원까지 전 차종의 가격이 내려간다. 아우디는 주력차종인 A6 3.0 TDI, A4 2.0 TDI 콰트로, Q5 2.0 TDI 콰트로에 한해 40만~60만원 가격을 내린다.
이들 평균 가격 인하폭은 1%에 불과하지만 일부 고가 차량들의 경우 최대 300만원 가격이 인하되는 만큼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차들은 가격인하 프로모션을 3개월째 이어가고 있다.
도요타는 이번달 주력 모델인 캠리, 벤자와 렉서스 RX에 대해 200만~700만원까지 할인해준다. 인피니티 M37을 파이낸셜 서비스를 통해 구매하면 600만원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 혼다는 시빅 유로 구매고객에게 350만원을, 어코드 2.4L 구매고객에겐 100만원, 3.5L 구매 고객에겐 200만원을 할인해준다.
■신차 가격인상 '옛말'
착한 가격 행보가 이어지면서 '신차 출시=가격 인상'이란 공식이 깨지고 있다.
기아자동차는 올해 상반기 출시된 2013년형 'K9'과 '더 뉴 K5'의 주요 사양 기본 적용에도 불구, 일부 트림의 가격을 인하 또는 동결하는 등 가격 인상폭을 최소화했다.
르노삼성자동차도 디자인과 편의사양이 개선된 2014년형 SM3를 출시하면서 가격을 동결한 바 있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내수 시장이 악화되면서 구매에 직결되는 가격 정책에 변화를 줄 수밖에 없었다"며 "이는 수입차들의 가격 공세와 무관치 않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고객들이 보다 낮아진 가격에 차량 선택의 폭이 확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yoon@fnnews.com 윤정남 박지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