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上) 지방에서 태어난 죄? ‘In 서울’ 동시에 빚쟁이
2014.04.14 18:17
수정 : 2014.10.28 09:09기사원문
#1. 직장생활 4년차 서울 출신 조모씨(33)
조씨는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서울에 있는 대학을 졸업했고 결혼을 앞두고 있는 현재까지 은평구에 있는 부모 소유 주택에서 거주하고 있다. 조씨가 대학 2학년 때 아버지가 은퇴를 했기 때문에 학자금을 부모에게 의존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학업을 쉬면서까지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보다는 졸업을 빨리 하고 취직하는 게 낫다고 생각해 아르바이트는 방학 때만 했다. 조씨는 현재 월급 200만원 을 받으면서 버는 돈의 70% 이상을 재테크하고 있다.
■월평균 수입·지출 내용
대학시절
수입 50만원
아르바이트 30만원 부모 지원 20만원
지출 50만원
학비 분담 30만원 생활비 20만원
부채 없음
취업 후
수입 월급 200만원(세후)
지출 용돈 50만원
여윳돈 150만원
보험 30만원 주택저축 50만원
펀드 50만원 주식 20만원
자산 약 8000만원 부채 없음
#2. 서울생활 15년차 울산 출신 김모씨(33)
김씨는 중소기업에 다니는 3년차 직장인이다. 2000년 울산에서 서울에 있는 사립대학에 진학해 현재까지 서울에 살고 있다. 김씨는 자취생활을 하는 동안 월세와 식비, 학자금을 부모에게 전적으로 지원받을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기 때문에 아르바이트와 학업을 병행하면서 군입대 시기 외에도 1년 동안 한 차례 휴학을 했다. 학자금과 월세 보증금 대출을 갚느라 자산을 늘려 종잣돈을 마련할 기회는 아직 잡지 못하고 있다.
■월평균 수입 지출 내용
대학시절
수입 110만원
아르바이트 90만원 부모 지원 20만원
지출 110만원
학비 분담 40만원 생활비 40만원
월세(공과금 포함) 30만원(동거 통해 줄임)
대출 2200만원
학자금 1700만원 보증금 500만원
취업 후
수입 180만원(세후)
지출 170만원 여윳돈 10만원
월세(공과금 포함) 50만원 생활비 40만원
대출원리금 상환 70만원 부모용돈 10만원
자산 없음
대출 2500만원
학자금 1000만원 보증금 1500만원
'지방에서 태어난 게 죄?'
베이비부머의 자녀세대인 에코세대(20~34세)들에게 이 말은 더이상 가벼운 농담이 아니다. 학업과 직장을 찾아 수도권에 올라온 지방 출신자들에게 있어 주거 문제는 스스로 해결이 불가능한 수준에 이르면서 자식을 둔 부모 마음이 먹먹해진다. 지방에서 태어난 것이 죄가 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대학가를 떠나 습기 찬 반지하 단칸방에서 사는 청년들, 아르바이트로 번 돈의 절반 이상을 주거비용으로 쓰다 보니 정작 학비를 낼 돈은 없는 대학생, 과도하게 높아진 주거비용 때문에 저축할 돈이 없는 사회초년생. 이들에게 주거문제는 개인적으로는 자산성장의 싹을 잘라 중산층 진입을 어렵게 하고 국가 경제에서는 성장의 잠재력을 떨어뜨리는 문제를 낳고 있다. 금융권 대출 등 마이너스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이들 사회 초년생이 빈곤의 악순환 늪에 빠지게 되는 단초가 제공되는 셈이다.
관련기사 ☞ [주거난에 시달리는 ‘N세대’] 청년·독거노인의 전유물.. ‘단칸방’ 다시 늘어난다
■청년 주거가 빈곤 인생의 출발
에코세대 입장에서 처음으로 주거 문제가 현실로 느껴지는 순간은 대학교 3학년부터다. 대학교 1~2학년까지는 기숙사를 이용할 수 있어 서울이 고향인 학생과 지방 출신 학생 간의 격차가 크지 않다. 대학이 직접 운영하는 평균 기숙사 비용은 1인실 기준 국공립 대학교 월 19만2000원, 사립대학교 월 31만5000원이다. 2인실 이상에서 생활하면 비용은 더 적어진다. 중산층 가정에서 어느 정도는 감당이 가능한 수준인 것.
하지만 대학교 3학년으로 진학해 대학가에서 월세집을 구하게 되면 비현실적인 주거비용에 직면하게 된다. 대학가의 월세(공과금 포함)는 대부분 50만~60만원 수준이다. 단순 월세만 놓고 비교해도 원룸이 기숙사 대비 두 배 가까이 비싸다. 여기에 보증금은 500만원에서 1000만원이다. 부모가 보증금을 해결할 능력이 되지 않는다면 금융권 대출을 통해 마련해야 한다. 빚을 지는 이유는 돈을 버는 시기와 돈이 필요한 시기가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청년기에 부채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러나 무심코 방치한 청년기의 부채는 전 생애에 걸쳐 자산 증식의 기회를 영원히 잃어버릴 위험을 안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청년기 부채가 없는 사람의 경우 취업 후 4~5년 동안 자산을 축적하면 이후 생애에 큰 버팀목이 될 종잣돈을 확보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이 종잣돈을 청년기에 확보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은 이후 자산증가율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고 말한다.
그러나 20대에 짊어진 학자금이나 보증금 대출을 30대에도 해결하지 못할 경우, 이후 결혼과 출산이라는 자금 수요가 닥칠 때 또다시 대출을 받음으로써 생애 전 기간에 걸쳐 종잣돈을 확보할 수 없는 수렁에 빠지게 된다.
신한금융투자 이형우 팀장은 "27~28세에 경제활동을 시작한 경우 부채가 없으면 5년이 지난 시점에 시드머니가 축적되지만 부채를 극복하지 못하면 순자산증가율이 낮아질 수밖에 없어 전 생애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삼포 세대가 성장률 잠식
힘겨운 대학생활을 끝내고 어렵게 취업까지 성공한다고 해도 주거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오히려 더욱 심각해진다.
지난달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www.saramin.co.kr)이 기업 729개사를 대상으로 '2014년 신입 초봉'을 조사한 결과 '대졸'은 평균 2363만원으로 집계됐다. 월 200만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며 세금을 제외한 실수령액은 더욱 낮아진다.
반면 한국감정원의 자료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2억9314만원(지난해 12월 기준)이다. 수도권 지역으로 확대해도 평균 아파트 전셋값은 2억633만원에 이른다. 2000만원 초반대의 연봉으로는 한 푼의 생활비도 지출하지 않고 연봉의 100%를 저축한다고 해도 전셋집을 마련하는 데 10년이 넘게 걸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때문에 지방출신 사회초년생들은 대학가 월세집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서울 지역의 경우 소득에서 임대료를 뺀 금액이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 최저생계비 이하인 가구는 31만1000가구로 96%가 저소득층이다. 이 중 30대 이하 가구주는 30%에 육박한다.
높은 주거비로 저축이 불가능한 사회초년생들은 부모 도움이 없는 경우 결혼을 늦추는 사례가 늘어 나고 있다. 이제 우리 사회에서는 '삼포세대'라는 말이 사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
삼포세대는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20~30대를 가리킨다. 지난 2월 시장조사전문기관 마크로밀엠브레인의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3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삼포세대와 관련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20~30세대 65.7%는 자신들을 일컫는 '삼포세대'라는 표현에 동의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에코세대의 좌절은 개인적인 문제에 머물지 않는다. 국가 경제면에서 볼 때 청년층의 취업 준비기간이 길어지면 당장의 노동 공급이 줄어들 뿐 아니라 이들의 만혼과 출산기피 풍조는 미래의 노동공급을 줄여 국가 성장잠재력에 악영향을 끼친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연구기관들은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2011~2020년 3.6%, 2021~2030년 2.7%로 지속적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청년 주거복지 시민단체 민달팽이 유니온에서 공식 발족한 '민달팽이 주택협동조합' 정남진 정책팀장은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처럼 학생들도 지금까지는 졸업하면 해결된다고 생각하고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며 "하지만 현재는 빚을 내도 집을 사는 것은 물론이고 전세를 구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한계에 도달한 상황에서 정부가 청년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탐사보도팀 최경환·예병정 기자
■월평균 수입 지출 내용
대학시절
수입 110만원
아르바이트 90만원 부모 지원 20만원
지출 110만원
학비 분담 40만원 생활비 40만원
월세(공과금 포함) 30만원(동거 통해 줄임)
대출 2200만원
학자금 1700만원 보증금 500만원
취업 후
수입 180만원(세후)
지출 170만원 여윳돈 10만원
월세(공과금 포함) 50만원 생활비 40만원
대출원리금 상환 70만원 부모용돈 10만원
자산 없음
대출 2500만원
학자금 1000만원 보증금 1500만원
'지방에서 태어난 게 죄?'
베이비부머의 자녀세대인 에코세대(20~34세)들에게 이 말은 더이상 가벼운 농담이 아니다. 학업과 직장을 찾아 수도권에 올라온 지방 출신자들에게 있어 주거 문제는 스스로 해결이 불가능한 수준에 이르면서 자식을 둔 부모 마음이 먹먹해진다. 지방에서 태어난 것이 죄가 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대학가를 떠나 습기 찬 반지하 단칸방에서 사는 청년들, 아르바이트로 번 돈의 절반 이상을 주거비용으로 쓰다 보니 정작 학비를 낼 돈은 없는 대학생, 과도하게 높아진 주거비용 때문에 저축할 돈이 없는 사회초년생. 이들에게 주거문제는 개인적으로는 자산성장의 싹을 잘라 중산층 진입을 어렵게 하고 국가 경제에서는 성장의 잠재력을 떨어뜨리는 문제를 낳고 있다. 금융권 대출 등 마이너스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이들 사회 초년생이 빈곤의 악순환 늪에 빠지게 되는 단초가 제공되는 셈이다.
관련기사 ☞ [주거난에 시달리는 ‘N세대’] 청년·독거노인의 전유물.. ‘단칸방’ 다시 늘어난다
■청년 주거가 빈곤 인생의 출발
에코세대 입장에서 처음으로 주거 문제가 현실로 느껴지는 순간은 대학교 3학년부터다. 대학교 1~2학년까지는 기숙사를 이용할 수 있어 서울이 고향인 학생과 지방 출신 학생 간의 격차가 크지 않다. 대학이 직접 운영하는 평균 기숙사 비용은 1인실 기준 국공립 대학교 월 19만2000원, 사립대학교 월 31만5000원이다. 2인실 이상에서 생활하면 비용은 더 적어진다. 중산층 가정에서 어느 정도는 감당이 가능한 수준인 것.
하지만 대학교 3학년으로 진학해 대학가에서 월세집을 구하게 되면 비현실적인 주거비용에 직면하게 된다. 대학가의 월세(공과금 포함)는 대부분 50만~60만원 수준이다. 단순 월세만 놓고 비교해도 원룸이 기숙사 대비 두 배 가까이 비싸다. 여기에 보증금은 500만원에서 1000만원이다. 부모가 보증금을 해결할 능력이 되지 않는다면 금융권 대출을 통해 마련해야 한다. 빚을 지는 이유는 돈을 버는 시기와 돈이 필요한 시기가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청년기에 부채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러나 무심코 방치한 청년기의 부채는 전 생애에 걸쳐 자산 증식의 기회를 영원히 잃어버릴 위험을 안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청년기 부채가 없는 사람의 경우 취업 후 4~5년 동안 자산을 축적하면 이후 생애에 큰 버팀목이 될 종잣돈을 확보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이 종잣돈을 청년기에 확보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은 이후 자산증가율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고 말한다.
그러나 20대에 짊어진 학자금이나 보증금 대출을 30대에도 해결하지 못할 경우, 이후 결혼과 출산이라는 자금 수요가 닥칠 때 또다시 대출을 받음으로써 생애 전 기간에 걸쳐 종잣돈을 확보할 수 없는 수렁에 빠지게 된다.
신한금융투자 이형우 팀장은 "27~28세에 경제활동을 시작한 경우 부채가 없으면 5년이 지난 시점에 시드머니가 축적되지만 부채를 극복하지 못하면 순자산증가율이 낮아질 수밖에 없어 전 생애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삼포 세대가 성장률 잠식
힘겨운 대학생활을 끝내고 어렵게 취업까지 성공한다고 해도 주거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오히려 더욱 심각해진다.
지난달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www.saramin.co.kr)이 기업 729개사를 대상으로 '2014년 신입 초봉'을 조사한 결과 '대졸'은 평균 2363만원으로 집계됐다. 월 200만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며 세금을 제외한 실수령액은 더욱 낮아진다.
반면 한국감정원의 자료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2억9314만원(지난해 12월 기준)이다. 수도권 지역으로 확대해도 평균 아파트 전셋값은 2억633만원에 이른다. 2000만원 초반대의 연봉으로는 한 푼의 생활비도 지출하지 않고 연봉의 100%를 저축한다고 해도 전셋집을 마련하는 데 10년이 넘게 걸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때문에 지방출신 사회초년생들은 대학가 월세집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서울 지역의 경우 소득에서 임대료를 뺀 금액이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 최저생계비 이하인 가구는 31만1000가구로 96%가 저소득층이다. 이 중 30대 이하 가구주는 30%에 육박한다.
높은 주거비로 저축이 불가능한 사회초년생들은 부모 도움이 없는 경우 결혼을 늦추는 사례가 늘어 나고 있다. 이제 우리 사회에서는 '삼포세대'라는 말이 사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
삼포세대는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20~30대를 가리킨다. 지난 2월 시장조사전문기관 마크로밀엠브레인의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3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삼포세대와 관련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20~30세대 65.7%는 자신들을 일컫는 '삼포세대'라는 표현에 동의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에코세대의 좌절은 개인적인 문제에 머물지 않는다. 국가 경제면에서 볼 때 청년층의 취업 준비기간이 길어지면 당장의 노동 공급이 줄어들 뿐 아니라 이들의 만혼과 출산기피 풍조는 미래의 노동공급을 줄여 국가 성장잠재력에 악영향을 끼친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연구기관들은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2011~2020년 3.6%, 2021~2030년 2.7%로 지속적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청년 주거복지 시민단체 민달팽이 유니온에서 공식 발족한 '민달팽이 주택협동조합' 정남진 정책팀장은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처럼 학생들도 지금까지는 졸업하면 해결된다고 생각하고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며 "하지만 현재는 빚을 내도 집을 사는 것은 물론이고 전세를 구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한계에 도달한 상황에서 정부가 청년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탐사보도팀 최경환·예병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