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한 지 50일 ‘진주운석’ 넌 누구냐..

      2014.04.30 17:17   수정 : 2014.10.28 02:08기사원문

#. 지난 3월 9일 오후 8시4분께 대한민국 광범위한 지역에서 화구(불타는 운석덩어리)가 목격되고 자동차 블랙박스에 장면이 녹화되기도 했다. 화구는 100㎞ 이상을 비행한 후 경남 진주 상공에서 소멸됐고, 당일 밤 폭발음을 수차례 들었다는 진주 지역 주민들의 증언이 이어졌다. 다음 날 아침 진주 지역 파프리카 농장 비닐하우스 지붕을 뚫고 들어온 운석이 발견된 뒤 약 5㎞ 거리 내에서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운석이 추가로 발견됐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주인공만큼 우리나라를 뜨겁게 달궜던, 진짜 지구 밖에서 날아든 '그대'가 있다. 바로 진주 운석이다.

4월 30일 과학계에 따르면 진주 운석은 1943년 11월 23일 전남 고흥군 두원면에 떨어진 '두원 운석' 이래로 71년 만에 떨어진, 날짜와 소재지가 분명한 두 번째 운석이다. 현재 진주 운석은 서울대학교에서 국제운석학회에 보고하기 위한 기초적인 분류작업 등의 감정을 마치고 지난 4월 2일 학회에 보고된 상황이다.

경상대학교 좌용주 교수는 "국제운석학회 내 운석명명위원회에서 서면심의 후 승인 여부가 나는 등 경과를 아는 데까지 한 달 정도 소요된다"며 "이르면 이번 주께 알 수 있고, 이후 본격적인 학술연구가 시작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국내 보유 운석은 남극 운석이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이번에 우리나라에 낙하한 운석으로 연구가 가능하게 됐다"면서 의의를 밝혔다.

■생명 탄생의 수수께끼 풀 열쇠

낙하한 지 50여일이 지난 지금 진주운석의 낯선 방문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먼저 화성과 목성 사이에 존재하는 소행성대에서 대부분 유입되는 운석은 태양계를 구성하는 기본재료이며 이를 바탕으로 태양계의 근원을 파악할 수 있다. 태양계를 생성하고 남은 잔여물인 소행성에는 기초물질들의 특성이 보존돼 있기 때문이다.

또 태양계에 생명체가 존재하는 별은 현재까지 '지구'지만 운석과 지구를 구성하는 재료물질을 비교하면 생명체 조건을 알 수 있어 인류의 새로운 거주가능지역을 찾는 데도 도움이 된다.

반대로 과거 운석이 지구에 남긴 흔적도 학술적인 의미가 크다. 지질층에 남은 운석의 크기, 추락 빈도 연구와 함께 최근 벌어지는 운석 낙하의 통계 정보를 바탕으로 앞으로 있을 소행성 충돌과 같은 자연재해를 예측하고 예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외신에 따르면 지난해 러시아 첼랴빈스크에 운석이 떨어졌을 때 운석 폭발 충격파로 인해 부상자가 1200여명, 재산 피해가 35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진주운석 낙하 피해지역 역시 주거지역이었음을 고려할 때 재난의 위험은 항상 존재한다. 이에 정부는 지난달 진주운석을 계기로 유럽위성 '고체' 추락과 같은 상황은 물론 소행성 등 지구 접근 우주위험 물체에 대한 감시체계 구축을 위해 수립 중인 '우주위험대비기본계획'을 보강하기로 했다.

■금전적 가치만 보면 안돼

이렇듯 운석은 우주에서 생성된 물질이 지구로 진입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천문학적인 가치가 크지만 일반인에게는 '로또'와 같은 금전적 가치로만 주목받은 게 사실이다.

운석 낙하 후 연일 '진주운석 50억' '하늘에서 떨어진 로또' 등과 같은 제목으로 기사가 쏟아졌으며 지금도 포털 연관검색어에는 운석 가격, 가치, 발견자 등이 오른다.

한때 러시아 소치올림픽에서 일부 금메달에 포함된 첼랴빈스크 운석의 가치가 순금의 40배, 1g당 236만원에 거래된다고 알려졌다. 이를 근거로 진주운석의 가치가 수억원에 달한다는 소문이 퍼지고 전국에서 한몫 잡으려는 이들이 진주로 몰려드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그러나 첼랴빈스크 운석의 실거래 가격은 g당 2만~4만원 수준에 불과했다.

학계 전문가들은 운석이 금전적 가치로만 주목받는 것에 대해 경계했다.

이 책임연구원은 "대중에게 운석이 '일확천금'이라는 세속적인 의미만 강조돼 안타깝다"면서 "2020년 달탐사의 미션 발굴 등 우주개발에 관련된 숙제를 제시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운석연구에 대한 학술적 가치를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와 대한지질학회는 '운석, 우주로부터의 선물, 그리고 그 과학적 의미'를 주제로 오는 5월 7일 서울 역삼동에 위치한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토론회를 개최한다.

이번 토론에서 주제 발표를 맡은 좌용주 교수는 "법제도 정비, 운석 운영안 등 우주물질 연구기반에 대해 중지를 모으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bbrex@fnnews.com 김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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