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진 풍산홀딩스 회장, 자녀에 지분 직접 증여

류진 풍산홀딩스 회장의 자녀에 대한 지분상속 방식이 간접지원에서 직접증여로 바뀌어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3세경영 토대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채택된 일종의 절세전략으로 풀이된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류 회장은 풍산홀딩스 주식 8만6800주(1.11%)를 부인 노혜경씨와 아들 성곤씨(21), 딸 성왜씨(24)에게 직접 증여했다. 노씨에게는 3만6000주(0.46%), 자녀에게는 각각 2만5400주(0.32%)가 돌아갔다. 류 회장이 주식을 직접 두 자녀와 류 회장의 부인에게 증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로써 노씨와 두 자녀가 보유한 풍산홀딩스 주식은 26만2872주(3.36%), 15만5400주(1.98%)로 각각 늘어났다. 풍산그룹의 지주사 격인 풍산홀딩스는 류 회장 일가가 42.42% 지분을 보유 중이다.

증여 단가는 주당 3만900원으로 이를 환산하면 노씨가 보유한 주식 가치는 81억2274만원, 성곤·성왜씨 두 자녀의 주식은 48억186만원이다.

류 회장이 자녀에게 주식을 준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류 회장은 지난 2009년 풍산홀딩스 지분을 매도하면서 그 자금으로 두 자녀가 지분을 매입할 수 있도록 현금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미성년자였던 성왜씨와 성곤씨는 류 회장이 지분을 매도한 이후 시점부터 장내에서 풍산홀딩스 주식을 각각 2만주 총 8억원어치 매수했다. 류 회장이 2009년과 달리 이번에 주식을 직접증여한 것은 거래세와 수수료, 여기에 증여세를 추가로 부담한 경험을 살려 비용절감방안으로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증여 목적으로 주식 매수자금을 지원해 줄 경우 증여세에다 주식거래 수수료까지 물어야 하지만 직접증여할 경우 증여세만 내면 되기 때문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자녀에게 증여세를 납부할 수 있도록 자금을 지원한 경우 그 돈 역시 증여세 과세기준에 포함돼 40%가 넘는 세율의 증여세를 물게 된다"며 "세금을 아끼기 위해 직접증여 방식을 택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또 한 가지 특이한 점은 류 회장의 부인과 아들의 국적이 미국으로 변경됐다는 점이다.

지난 3월 사업보고서에서는 노혜경·류성곤이라는 이름으로 주주에 등록됐으나 5월에 공시된 주식변동신고서에는 두 사람의 국적이 미국으로 바뀌었으며 이름도 영문으로 헬렌 노(Helen Lho), 로이스 류(Royce Ryu)로 각각 변경됐다.

[e-mail] 강재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