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사고정도 심각했다면 몇년후 트라우마 생겨도 추가로 산재 인정해야”

      2014.08.10 09:00   수정 : 2014.10.24 15:09기사원문
근로자가 작업도중 사고를 당한 지 몇 년이 지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가 발생했더라도 사고 정도가 심각했다면 추가로 산업재해를 인정해줘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9단독(노유경 판사)은 공사현장에서 일어난 사고로 한 차례 요양승인을 받은 이모씨가 "사고에 따른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등에 관한 추가상병을 불승인한 처분을 취소하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10일 밝혔다.

앞서 이씨는 지난 2008년 경기도 평택의 한 공사현장에서 작업 도중 토사가 붕괴돼 매몰되는 사고로 공단으로부터 좌측 비구골절 및 외상성 고관절염에 관한 요양승인을 받았다.

이후 지난해 이씨는 당시 사고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에 시달리고 있다며 공단에 추가상병을 신청했지만 인정기준에 미달한다는 이유로 거절당하자 소송을 냈다.


흔히 '트라우마'라고 불리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신체적 손상과 생명의 위협을 받은 사고에서 심적외상을 받은 뒤에 나타나는 질환으로, 집중력 및 기억력 저하와 공황발작 등의 증상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재판부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판단에 가장 중요한 요인은 외상의 심각도"라며 "2008년에 일어난 사고는 공사장에서 10분~30분간 흙에 파묻히고 동료 근로자 2명이 즉사한 것으로 생명에 위협을 줄 수 있는 매우 심한 외상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이씨가 사고 후 4년이 지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을 받은 것이라 하더라도 해당 질환은 외상 경험 후 길게는 30년이 지나 발병할 수도 있다"며 "이씨의 경우 4년 동안 악화와 호전을 반복하는 만성적 상태라는 것이 의학적 소견인 점 등에 비춰 2008년 사고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된다"며 이씨의 손을 들어줬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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