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정애 교수 "노블레스 오블리주, 茶와 함께 성숙"
2014.12.10 16:45
수정 : 2014.12.10 16:45기사원문
"특정 문화를 어느 계층까지 향유하느냐에 따라 그 사회의 가치와 역사가 달라집니다. 영국의 차문화는 상류층에서 시작해 노동계급까지 전파됐고, 이는 오늘날 영국 내 가정과 사회문화가 견고히 자리잡는 데 큰 영향을 미치게 됐습니다."
10일 서울 강남대로 엘타워에서 열린 덕형포럼(회장 변창구 서울대 부총장) 조찬모임에서 전정애 원광대 동양학대학원 교수(사진)는 '영국의 홍차(茶) 문화'라는 주제로 차문화가 영국의 품위 있는 문화를 만드는 기반이 됐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차문화의 '대모'로 불리는 전 교수는 2009년 원광대 동양학대학원 예문화와다도학과 문학석사 학위를 취득한 후 올해 초 이 대학에서 한국문화학과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한국홍차협회 상임부회장, 서울홍차교육원장 등을 역임한 뒤 현재 서울티클럽 부회장으로 활약하고 있다.
전 교수는 이날 강연에서 현재 영국의 홍차문화에 대해 설명한 뒤 이 같은 차문화가 영국의 가정과 계급 그리고 전반적 사회문화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를 연관지어 설명했다.
그는 "영국에는 현재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오전 6시쯤 마시는 '얼리 모닝티'로 시작해 조식과 함께 마시는 '블랙퍼스트티', 오전 11시쯤 휴식을 취하며 마시는 '일레븐스티', 점심식사와 함께 마시는 '미드티', 가장 화려한 '애프터눈 티', 저녁식사와 함께하는 '하이티', 식후 마시는 '애프터 디너티' 그리고 잠자리에 들기 전 우유를 듬뿍 넣어 마시는 '나이트 티' 문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다양한 유형의 차문화가 탄생하는 데는 다양한 계급이 골고루 차문화를 향유한 것이 중요한 요소였다고 강조했다. 전 교수는 "홍차는 일본, 중국 등 동양에서 시작해 네덜란드로 건너가 포르투갈을 거쳐 영국에 전파됐는데 특히 네덜란드가 동양에서 서양에 홍차를 전파하는 중요한 다리 역할을 했다"며 "다만 네덜란드는 홍차 문화를 상류층이 즐기는 데서 그쳐 현재까지 차문화가 이어오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에 반해 영국은 왕족에서 노동계급까지 전 국민이 차를 즐기는 문화를 만들어 전통을 이어오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전 계급이 향유하는 차문화가 오늘날 '뿌리 깊은 영국의 전통'을 만들어내는 데 일조했다는 게 전 교수의 설명이다. 전 교수는 "영국에는 유독 300년, 600년 등 수백년 이상 한곳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유서 깊은 회사가 많은데, 성공했다고 섣불리 더 좋은 도시로, 더 넓은 곳으로 옮겨다니지 않는다"며 "왕족, 귀족, 중간계급은 물론 노동계급까지 다양한 차문화를 즐기면서 전 국민이 예절개혁운동이나 자조정신을 기르고 품위 있는 문화를 공유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영국의 차문화는 베푸는 문화도 양산해냈음을 강조했다. "영국 상류층 여성들은 티타임을 가지며 노동계급을 돕고자 하는 자선활동을 활발히 펼쳤는데 이 같은 정신이 오늘날 '노블레스 오블리주'로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pja@fnnews.com 박지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