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야근 없애는 이유는?.. 직원 氣 살리는 조직문화로 분위기 전환
2014.12.10 17:36
수정 : 2014.12.10 22:34기사원문
#.10일 오전 서울 테헤란로 홈플러스 본사에서 진행된 경영진 회의는 평소와 달랐다. 홈플러스 조직문화 개혁 캠페인의 일환으로 이달부터 사장을 포함한 모든 임원들의 호칭을 직급 대신 '님'으로 대체했다. 회의에 참석한 김경수 고객커뮤니케이션팀 과장은 "회의 분위기가 좋아지고 직원들의 참여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6시에는 김인숙 사회공헌본부장이 자신이 선곡한 캐롤 음악을 틀며 직원들의 '칼퇴'를 종용하는 퇴근 방송을 진행했다. 김인숙 본부장은 "최근 사회공헌본부의 정시 퇴근율이 낮아 오늘 일일 DJ로 선정됐다"며 "앞으로는 임원이 진행하던 일일 DJ를 전 직원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는 업무환경 개선을 위환 '와우(WOW, Ways of Working)' 사내 캠페인의 일환으로 직급, 야근, 종이보고서를 없애는 3무실험을 진행 중이다.
모든 임직원의 호칭을 '님'으로 통일하고, 사장 임원이 진행했던 퇴근 방송 DJ를 전 직원으로 확대했다. 또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 간단한 보고는 보고서 대신 구두.이메일로 대체하고, 보고서가 필요한 경우라도 1장 이내로 줄였다. 또 현장 감각을 익히기 위해 본사 직원들은 한 달에 두 번 사무실이 아닌 점포로 출근을 해야 한다.
도성환 홈플러스 사장은 "영업규제와 경기침체 등 어려운 유통 환경 속에서 새로운 시장변화에 신속.과감하게 대응하려면 임직원의 행복이 우선"이라며 "서로 존중하는 회사 문화를 바탕으로 고객.직원.사회 모두가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업규제와 불경기로 3년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 중인 대형마트 업계가 내부 조직 문화 개편을 통한 위기극복에 한창이다. 특히 올해 대형마트 업계는 고객 개인정보 유출, 지역상인과 갈등으로 인한 출점 논란, 경품 사기, 직원 사찰 등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여기에 지난 4월 세월호 사고로 소비심리가 얼면서 힘든 한해를 보냈다. 이에 외부적으로는 해외 시장을 개척해 시장을 넓히고 내부적으로는 내부 직원 '기 살리 기'를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것.
롯데마트의 경우 지난 3월을 비상경영의 해로 선포하고 내부 직원 평가 방식을 변경했다. 종전에는 상반기(1~6월)와 하반기(7~12월)로 나눠 각각 50%씩 직원들의 업무 성과를 평가했으나 올해는 1~4월을 10%, 5~12월을 90%로 반영할 예정이다. 또 2010년 부터 매월 3주차 금요일을 정시 퇴근의 날로 정해 시행하다, 올해부터는 매주 수요일을 '가족 사랑의 날'로 확대했다. 해당 근무일에 야근을 할 경우 본부장까지 야근신청서를 제출해야 하고 오후 6시50분에는 건물내 전등을 강제 소등한다.
이마트 역시 지난 9월부터 신세계그룹 차원에서 조직문화 개혁을 위한 캠페인을 시행중이다. 현장 직원 자율성 강화, 정기적인 직원 의견 청취 및 문제점 개선, 배려하는 조직문화 확산이 골자다.
문병준 경희대 경영학부 교수는 "최근 1인가구 증가 및 소비 침체로 위기에 빠진 대형마트 업체가 내부 직원 관리를 통해 위기 극복에 나서고 있다"며 "단순한 일회성 홍보, 캠페인에 그치기보다 직원 역시 또 다른 고객으로 여기고 지속적인 상호 신뢰 확보를 위해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