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성 한국마사회 지역상생사업본부장 "문화공간으로 바꿔 지역주민과 상생"

      2015.02.23 17:20   수정 : 2015.02.24 11:13기사원문
학습권 침해 등 1년 넘게 갈등
지속적인 주민설명회·홍보로 지역사회 기여 진정성 보여줘



'통즉불통(通卽不痛) 불통즉통(不通卽痛)'

허준의 동의보감에 있는 말이다. 뜻은 '통하면 아프지 않고 통하지 않으면 아프다'라는 것이다. 이를 사람이 아닌 우리 사회에 적용해보면 '소통이 이뤄지면 우리 사회는 건강하지만 불통이 된다면 사회는 아플 수 있다'로 풀이된다.

이에 적합한 사례가 최근 서울 용산에서 있었다. 지난해 한국마사회에서는 용산에 장외발매소(렛츠런CCC)를 개장하려고 했다.

새롭게 개장한 장외발매소는 기존의 화상경마장 형태에서 벗어나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주민들의 개장 반대가 이어지면서 개장은 1년여 동안 미뤄졌다. 주민들의 논리는 화상경마장이 지역 학생들의 등교길 중간에 위치하고 있어 학습권을 침해한다는 논리였다. 즉 등교길에 사행사업은 불가하다는 논리였다. 반대로 마사회측은 장외발매소는 기존 화상경마장과는 차별화된 복합문화공간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면서 1년이 넘는 시간이 흐르게 됐다.

결국 용산 장외발매소는 지난달 장외발매업무를 할 수 있는 복합문회공간으로 일단 개장됐다. 마사회와 지역 주민들의 불통으로 아파하던 지역사회가 소통을 통해 회복되기 시작한 것이다. 마사회에서 용산 지역 주민들과의 상생·소통에 앞장선 박기성 한국마사회 지역상생사업본부장(사진)은 용산 사태에 대해 "아무리 좋은 취지의 사업이라도 초기에 충분한 대화와 소통이 부족할 경우 예기치 못한 반대에 부딪치게 되고 이것이 확산돼 지역 내 문제로 까지 비화될 수 있다"며 "마사회는 용산의 일을 통해 열린 마음으로 지역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고 지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회고했다.

박 본부장이 용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던 이유에는 사기업에서의 경험이 크게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삼성물산에서 마케팅을 하다가 마사회로 영입된 인사다. 마사회로 옮기는 과정에서 박 본부장은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그는 "주변에서 마사회에 대한 좋지 않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어 고민이 많았다"며 "성과를 최우선시하는 사기업에서 근무했던 시각에서 바라볼 때 공기업은 그야말로 수많은 법령과 규정에 휩싸여 움직이지 않는 산이나 갈라파고스 같은 고립된 외로운 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언급했다.

더구나 박 본부장은 지난 2013년 12월 마사회의 지역상생 태스크 포스(TF)의 고문으로 일을 시작하자마자 용산에서 큰 어려움에 직면하게 됐다. 그는 이 같은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안을 현장에서 찾았다. 박 본부장은 "그동안 지역주민들을 상대로 주민설명회 개최, 방문 설명, 홍보물 신문 삽지 투입, 문화센터 운영 활성화, 지역사회 장학금 및 발전기금 출연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며 "이렇게 하자 찬성 입장인 주민대책상생연합회와 상인회 등이 중심이 돼 지역 내 인식 제고를 도왔다"고 설명했다. 용산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현장에서 찾은 이유는 소통이 문제 해결의 열쇠가 될 수 있다고 느껴서다.

박 본부장은 "초기 마사회는 주민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정확히 해당 사실을 알리고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하려는 노력보다는 과거 방식대로 장외발매소 개설을 추진코자 했다"며 "문화공간으로 변화된 새로운 형태의 장외발매소가 지역 주민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찬성하는 사람들도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여전히 반대하고 있는 용산 주민들과도 소통을 이어가겠다는 것이 박 본부장의 의지다.

그는 "지속적으로 주민들과 대화하고 문화교실 운영 활성화 등을 통해 지역사회 기여활동을 하면서 마사회의 진정성을 보여주고 이해를 도모해 나가고자 한다"며 "개장 후에도 지역상생협의회를 구성해 문제점 발생 여부에 대해 꾸준히 모니터링할 것이며 문제가 있다면 개선해 나가는 활동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 본부장은 "물론 시간은 걸리겠지만 이러한 활동을 통해 실질적으로 문제가 없을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에 기여가 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지역 분위기나 인식이 우호적으로 전환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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