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대상 팸투어' '기관장 동행취재' ... 모두 김영란법 위반 소지

      2015.03.04 16:10   수정 : 2015.03.04 16:10기사원문
#. 2년전 모 항공사는 일본의 오키나와 관광국과 공동으로 언론인 대상 팸투어를 기획했다. 이 팸투어에는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내외신 기자 200여명이 참가했다. 3박4일 일정으로 진행된 이 팸투어는 한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려는 오키나와 지방정부가 해당 항공사와 공동으로 개발한 관광상품을 홍보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 팸투어 코스를 개인이 가려면 1인당 80만원~120만원 정도가 소요된다.

#2. 2013년 12월 양승태 대법원장은 전방부대인 15사단을 위로방문했다.
대법원장의 전방부대 위문에는 기자 5명이 동행했고, 서울 한강 노들섬에서 군헬기에 탑승해 부대가 주둔한 강원도 화천까지 이동했다. 부대 주둔지가 산속에 있는데다 전날 눈이 많이 내려 육로를 이용하는 것이 위험했기 때문이다. 이날 기자들은 왕복 헬기와 함께 버스편과 식사, 간식을 제공받았다. 국내 군용헬기 운용비용은 기종에 따라 다르지만 1시간당 300만원 가량이고 서울 한강 노들섬에서 강원도 화천까지는 편도 1시간20분이 소요된다.

지난 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김영란법이 2016년 9월부터 본격 시행될 경우 언론의 취재관행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지금까지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참석했던 팸투어나 동행취재 형식의 편의제공이 모두 불법이 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김영란법에 따르면 공직자는 100만원 이상(연간 합산 300만원이상)의 금품은 어떤 경우도 받을 수 없다. 받으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직무연관성이나 대가성이 없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가족이 받았을 경우에는 신고해야 한다.

100만원 미만의 금품이라고 해도 직무와 연관성이 있으면 절대 받아선 안된다. 받은 돈의 2배~5배를 과태료로 내야한다.

공직자의 범위에는 통상의 공무원을 비롯해,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까지 포함되고, 금품의 범위에는 현금은 물론 숙박권, 교통권, 식사제공 등도 해당된다.

이에 따르면 언론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홍보성 팸투어는 '직무와 관련된 금품'을 받은 것에 해당된다. 국내에서 마치는 팸투어도 많지만 해외로 떠나는 팸투어는 액수가 100만원을 넘는 것이 다반사여서 징역을 살게 될 수도 있다.

문제는 기관장 등과 함께하는 동행취재다. 앞으로 이런 형식의 취재 역시 직무와 관련해 교통 등 편의를 제공받은 것으로 금품에 해당되기 때문에 김영란법에 저촉될 소지가 크다.

이와 관련해 법조계와 언론계에서는 김영란법이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며 위헌성이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취재관행을 직접 제약하는 것은 물론이고 권력에 비판적인 기사를 쓰는 기자의 소속사나 주변 동료기자들을 대상으로 수사를 할 경우, 간접적이지만 효과적으로 언론을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기자협회(회장 박종률)는 법률이 통과된 3일 성명서를 내고 "김영란법의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비판적 언론에 재갈을 물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변호사협회(회장 하창우)도 4일 성명서을 "김영란법이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내용이 모호할 뿐 아니라, 언론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조만간 헌법소원을 제기하기로 했다.

ohngbear@fnnews.com 장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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