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묘해진 불법보조금… 뛰는 방통위, 나는 판매점

      2015.04.15 17:29   수정 : 2015.04.15 21:56기사원문

앱 진동으로 '징징 징징징 징~징~징~징~' 울리면 최신폰이 23만원

'폰파라치' 피하기 위해 녹음기에 액수 녹음해 손님 귀에 이어폰 꽂아 들려주는 수법까지 등장





'징징 징징징 징~징~징~징~.(23만원)' 회사원 박영민씨(가명·33)는 최근 휴대폰 판매조건을 진동으로 알려주는 애플리케이션(앱)을 내려받은 후 스마트폰 진동알림 소리에 민감해졌다. 2년 넘게 갤럭시노트2를 사용하고 있는 박씨는 최신 단말기를 사고 싶지만 공시지원금이 생각보다 적어 판매점에서 지급하는 보조금을 더 받아 휴대폰을 사려고 다양한 루트로 정보를 수집 중이다. 박씨는 "한 달 전만 해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공시지원금 외 보조금 지급정보를 쉽게 구할 수 있었는데, 정부의 단속이 강화되면서 SNS도 금세 조용해졌다"며 "그 대신 앱을 내려받고 여기서 전하는 암호를 통해 어느 지역에서 얼마만큼의 보조금을 주는지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휴대폰 판매 정보를 진동(안드로이드)으로 알려주는 앱은 짧은 진동(징)은 횟수에 따라 숫자 1, 2, 3을 알려주며 긴 진동(징~)은 0을 표시한다. iOS의 경우 진동 대신 빛으로 숫자를 전달한다.
전달된 숫자가 바로 휴대폰 구매가다.

■뛰는 단속반, 날개 단 유통망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휴대폰 불법 보조금 지급에 대한 방송통신위원회의 단속망이 촘촘해지면서 불법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이를 알려주는 방식도 날로 진화하고 있다.

과거 인터넷 커뮤니티 등 온라인에서 활발하게 공유되던 불법 보조금 지급정보가 이제는 정부 단속망을 피해 카카오톡, 네이버 밴드 같은 SNS로 옮겨가더니 최근에는 한층 더 보안이 강해진 앱 알림 암호로 둔갑해 활개를 치고 있다.

최근에는 아예 앱을 통해 일부 신원이 확인된 회원에게 대략의 불법 보조금 정보를 알려주고, 특정 지역 휴대폰 판매점을 직접 찾아가면 암호로 정확한 보조금 금액을 알려주고 현금으로만 거래하는 극비형 판매 형태도 생겨나고 있다.

결국 정부 단속이 강화될수록 음지의 불법 보조금은 진화하고 있어 근본적인 유통망 개선대책 없이 단속만 강화해서는 불법 보조금 지급을 막을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암호까지

박씨는 이 앱을 깔기 앞서 휴대폰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이어왔다.

우선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휴대폰 보조금을 지급하는 판매점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는 것이 시작이었다. 하지만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더 이상 보조금에 대한 정보가 예전처럼 직접적으로 올라오지 않았다.

그런데 직장 동료인 이지영씨(가명·36)가 최근 폐쇄형 SNS인 네이버 '밴드'를 통해 아이폰6플러스를 30만원대 초반에 대금 완납 조건으로 구입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밴드에서 단말기 판매조건 정보를 공유하는 방에 초대해달라고 요청했다.

박씨는 동료 이씨 덕에 밴드 방에 초대될 수 있었지만 한발 늦었다. 이미 방통위가 밴드도 단속에 들어가기 시작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보조금 지급정보가 잘 올라오지 않게 됐다. 불과 2주 만의 일이었다.

그러던 중 박씨가 접하게 된 것이 앱을 통한 암호 해독방식이었다. 박씨는 "군대에서도 잘 사용하지 않는다는 모스부호를 사회에 나와 휴대폰을 사기 위해 해독하고 있는 기분"이라고 우스갯소리를 했다.

■'발품족' 늘며, 폰파라치 '퇴치법'도 발전

최근에는 인터넷에서 개방형 SNS와 폐쇄형 SNS로, 한발 더 나아가 앱을 통한 암호 전달로 진화하고 있는 것도 방통위의 단속망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판단한 일부 유통망이 직접 찾아오는 단골손님이나 단골손님이 추천한 소비자에게만 불법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발품을 파는 고객에게만 불법 보조금을 지급하면 판매조건을 유출한 흔적이 남지 않아 단속에 걸릴 확률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다만 이달부터 정부가 불법 보조금을 지급하는 유통망을 신고할 경우 최대 1000만원(보조금 50만원 이상 적발 시)의 포상금을 준다는 발표와 함께 일명 '폰파라치' 활동이 활발해지는 시기여서 이에 대한 퇴치법도 진화하고 있다.

대학생 임은우씨(가명·27)는 "학교 근처에 '3대 성지'로 불리는 판매점들이 있는데 이곳에 가서 최신 단말기를 사러 왔다고 말하면 아무말 없이 귀에 이어폰을 꽂아준다"며 "이어폰에서는 해당 단말기에 대한 판매조건이 나오는데, 이렇게 하면 증거가 남지 않아 폰파라치들도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방통위는 이런 변화에 대해 "십수년간 불법보조금을 얹어 휴대폰을 파는 유통망들은 어떤 규제를 가해도 근절되지 않았다"며 "최근 SNS 경로를 중심으로 보조금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지 여부는 조사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도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pja@fnnews.com 박지애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