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원자재 부족 심각한 업계
2015.05.11 17:56
수정 : 2015.05.11 17:56기사원문
RPS도입 후 폐목재 전소 급증.. PB 생산량 급감
보완제도 있으나 마나.. 혼입 등 제도 피해 땔감으로
주방가구와 사무용 가구의 뼈대 역할을 하는 파티클보드(PB)업계가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RPS) 도입과 저가 수입산 제품의 공세로 생산뿐 아니라 유통까지 위협받고 있다. 그동안 파티클보드는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폐목재와 제재공장, 합판공장에서 사용 후 남은 목재부산물 등을 주원료로 생산돼왔다. 버려지는 자재를 재활용해 자원을 절약하는데 앞장서 온 셈이다. 그러나 2010년 RPS를 규정한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파티클보드업계는 원자재 공급에 어려움을 겪게 됐다. 이 제도에서 발전사업자(화력발전소)들은 일정량 이상의 폐목재를 신재생 에너지로 이용하도록 규정하면서 파티클보드로 재활용할 수 있는 폐목재가 불쏘시개로 전락하기에 이른 것. 이처럼 원재료 공급이 원활하지 않자 파티클보드 생산기업들의 생산량은 매년 감소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9년여만에 수입산에 시장점유율이 역전되기도 했다. 파이낸셜뉴스는 가구시장의 안정적인 원재료 공급에 기여해왔던 파티클보드 업계의 위기를 진단하고 현재 재활용 제도와 유통상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3회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주>
파티클보드업계의 원자재난이 심각하다. 파티클보드는 같은 보드제품인 중밀도섬유판(MDF)에 비해 채산성이 낮은데다 원자재 공급마저 어려워 2개사에 3개 공장만이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MDF 제조사가 6개사에 달하는 것을 감안할 때 심각하게 산업이 위축돼 있음을 알 수 있다. 파티클보드 제조사는 동화기업 및 자회사인 대성목재공업, 부산의 성창기업이다.
이들은 2010년 이후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의무공급제도(RPS) 도입으로 화력발전소에서 폐목재 전소가 늘면서 2008년 연간 국내 생산량이 95㎥에 달했지만 2011년 79만㎥까지 생산량이 급감하기도 했다.
■양질 폐목재 없어 가구 폐기물까지 원료화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버려지던 건설현장의 폐목재 자원화에 앞장서온 파티클보드 제조사들이 신재생에너지 정책으로 원자재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파티클보드 기업들은 1970년대만 해도 국내 대표 수출품이었던 합판공장이 호황일 때 합판 공장의 부산물을 활용해 제품을 제조해왔고 이후 건설업이 활성화되면서 제재소의 제재부산물 등을 활용하면서 폐목재의 재활용에 앞장서 왔다.
그러나 합판공장과 제재소가 감소하면서 원재료 공급이 원활치 않자 이탈리아 등 유럽을 벤치마킹해 건설현장의 폐목재를 원료화하게 됐다.
건설용 폐목재는 합판공장의 부산물과 달리 못이나 이물질이 함유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에 파티클보드 업체들은 불순물을 걸러내는 장비까지 도입해 자원화에 매진해왔다.
원자재 부족이 심각해지면서 건설용 폐목재는 최근 파티클보드업계에서도 양질의 폐목재로 꼽힌다.
폐기물로 수거되는 가구의 경우 경첩, 손잡이 등 가구 하드웨어를 분리하고 표면 마감재를 벗겨낸 후 기존 보드에서 접착제까지 추출해야 하지만 건설 폐목재는 못 등만 걸러내면 바로 생산현장에 투입이 가능하기 때문.
그러나 건설용 폐목재가 대거 화력발전소의 연소용으로 활용되면서 파티클보드 업계는 공장 가동율을 유지하기 위해 효율이 낮고 공정이 복잡한 가구자재까지 울며겨자먹기로 활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재 부족으로 일부 공장에서는 폐가구조차 공급이 쉽지 않아 해외에서 고가의 우드칩을 수입해 공장을 가동할만큼 상황이 심각하다"며 "동화기업이 공장 하나를 폐쇄하지 않았다면 현재 90%대를 유지하고 있는 가동률도 10%포인트 이상 감소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RPS보완제도 '있으나 마나'
그렇다면 화력발전소들은 왜 고열량인 석탄계 대신 폐목재를 연료로 사용할까.
RPS제도에서 폐목재를 연료로 하거나 풍력, 태양광 등으로 전기를 생산하면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 가중치를 석탄계보다 1.5배 많이 부여하기 때문이다.
특히 기존 화력발전소들은 태양광이나 풍력 등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경우 추가 설비투자를 해야 하지만 폐목재는 그럴 필요 없이 가중치를 받을 수 있어 폐목재를 선호하고 있다.
파티클보드·우드칩 등 물질재활용업계가 에너지업계와 원자재를 두고 경쟁이 치열해지자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목재산업체의 원재료 확보에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가중치 미적용 품목을 장관고시로 발표하기도 했다.
양질의 건설폐목재는 물질재활용 위주로 사용하고 그 외의 흙 등이 섞여 있을 수 있는 임목폐기물이나 가구 폐자재를 연료용으로 사용하도록 독려하기 위한 제도를 마련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RPS 보완제도는 사실상 유명무실하다.
한국목재재활용협회는 최근 한국전력의 자회사인 동서발전을 방문해 원재료를 검사한 결과 가중치 미적용을 피하기 위해 가구재나 임목폐기물에 건설 폐목재를 혼입하는 것을 적발했다.
재활용협회측은 "신축건설폐목재와 사업장폐목재가 혼합된 원료를 (동서발전이) 사용하고 있다는 제보가 잇따라 에너지관리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와 산업통상자원부 신재생에너지과에 '동서발전의 REC 미적용 폐목재 사용'건에 대해 사실 확인을 요구했으나 묵살당했다"며 "결국 협회 이사진이 동해바이오매스발전소를 방문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yhh1209@fnnews.com 유현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