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남민우 다산네트웍스 대표이사 "큰 그릇은 2~3번씩 깨져봐야 나온다"

      2015.11.18 17:43   수정 : 2015.11.18 21:35기사원문
기업가정신을 처음으로 정의한 오스트리아의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는 '신제품 발명, 신기술 개발, 신시장 개척 등 기술 혁신에 앞장서는 것'을 기업가정신으로 보았다.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피터 드러커는 기업가정신을 '위험을 무릅쓰고 포착한 기회를 사업화하려는 모험과 도전의 정신'이라고 정의했다. 기업가정신은 시대에 따라, 사람에 따라 각각 다르다.

지금은 고인이 된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가 말했던 "이봐, 해봤어?" 한마디는 그의 기업가정신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이 말은 대기업 전.현직 홍보 책임자들의 모임인 한국 CCO클럽 설문조사 결과 경영인 최고 어록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는 사업보국(事業報國), 인재제일(人材第一), 합리추구(合理追求)를 경영철학으로 삼았다. 기업을 인생의 전부로 알고 살아왔다던 이 회장의 삼성은 지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이 됐다. 그의 경영철학대로 '사업보국'이 된 셈이다.

LG그룹을 창업한 고 구인회 회장은 "남이 미처 안 하는 것을 선택하라. 국민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것부터 착수하라. 일단 착수하면 과감히 밀고 나가라. 성공하더라도 거기에 머물지 말고 그보다 한 단계 높은 것, 한층 더 큰 것, 보다 어려운 것에 새롭게 도전하라"고 말했다.

이처럼 기업가정신은 오늘날 대한민국에 시대적 사명이 되고 있다. 1970~80년대 고도성장을 겪으며 훌쩍 성장했던 우리나라가 이제는 노동력 감소, 수출 부진, 기업 신성장 아이템 부재 등으로 미래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파이낸셜뉴스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도움을 받아 총 5회에 걸쳐 대한민국 서울과 제주, 그리고 영국 런던, 중국 베이징, 일본 도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기업가들을 만나 기업가정신을 들어보았다. 아울러 각국의 창업 시스템과 창업 열기도 현장에서 지켜보았다. 편집자주



【 제주=김승호 기자】 기업가정신에는 '도전' '혁신' '창조'의 세 요소가 필요하다. 무에서 유를 창출해내는 정신, 창업을 꼭 하지 않더라도 평소 주변의 많은 문제점을 혁신하는 자세가 기업가정신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문제의식 속에서 도전하고, 혁신하고, 무엇인가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내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게 문제의식이다. 문제의식이 없으면 기업가정신도 필요없다. 불만이 있으면 도전하라. 이것이 기업가정신의 본질이다.

기업가정신을 말하면서 창업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왜 창업을 해야 할까. 수명이 길어져 80~90세까지 살아야 하는 상황에서 창업은 숙명이다. 낙향을 해서 농사를 짓든, 이젠 내가 스스로 먹고살아야 하는 시대가 됐다. 나이를 먹어 창업하는 것보다 젊었을 때 시작하는 것이 낫다. 창업만큼 좋은 학교가 없기 때문이다. 자기 인생의 경쟁력을 위해서라도 창업은 선택할 만한 가치가 있다. 잘되면 좋지만 (젊을 때 시작하면) 실패하더라도 늦지 않는다. (창업)하려면 젊었을 때 해라.

사람은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 (경험하지 않으면) 들리지도 않는다. 스스로 겪어본 만큼 아는 것이고,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다. 수백억, 수천억 번 벤처 선배들을 부러워할 필요는 없다. 난 청년들이 부럽다. 지나고 보면 내 말을 이해할 것이다.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만족하고, 최선을 다하는 게 행복의 지름길이다. 성공과 실패 차이는 우연일 수도, 운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생존하는 것이다. 서두르지 말라. 때가 되면 다 찾아온다. 계속 걸어라.

25년째 사업을 하고 있는 내 경험으론 사업은 (시간이) 가면 갈수록 매니지먼트(관리)가 된다. 위험한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오히려 월급쟁이보다 더 안정적이다. (사업이) 망하고 어려워지는 것은 (과도한) 욕심 때문이다.

정부의 모든 지원정책은 (생태계 조성에) 도움이 된다. 자원이 효율적으로 쓰이고 있느냐, 아니냐의 의견 차이는 있지만 실질적으로 분위기가 좋아진 것은 사실이다. (전폭적 지원 등을 통해) 그렇게 키워야지 어떻게 키우겠느냐. 정답이 없는 이야기다.

다만 아쉬운 것은 있다. 기득권이 모두 독점하면 도전하려 하지 않는다. 경제민주화 논쟁 등은 여전히 살아 있는 어젠다(의제)다. 진정한 창조경제란 시장에 도전하는 사람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고, 돈을 벌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핵심이다. 기득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보다 도전하는 사람이 더 큰 부자가 되더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성공의 아이콘을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어렵게 성공한 사람조차 피해다니는 분위기다. 그들을 보는 사회적 시각이 어떤가. 기부를 안 하느냐고 뒷다리를 잡는 것이 우리 사회의 모습이다.

정부의 창업정책에 대해 한마디 덧붙이면 일단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관리자적 시각에선 기업가정신이 발휘될 수 없다. (정부는) 방관해야 한다. 정부는 주체가 되지 말고 서포터스가 돼야 한다. 시장은 한참 앞서 가는데 (정부가) 예산이나 제도 등을 통해 규제하려고 하는 것은 좋지 않다.

규제와 관련해선 영국과 미국식으로 규제를 푸는 것이 중요하다. (이들 나라에선) 무엇을 하든 상관없다. 그 대신 사고 치면 (감방에) 들어간다. 우리는 규제가 모든 것을 좌우한다. 철학의 차이다. 정부가 통제하는 라이선스 사업이 아니라 망할 놈 망하고, 클 놈 크게 하는 게 활력이다. 무질서의 효율성이 그것이다. 궁극적으로 이게 훨씬 더 경제적이다. 정부가 갖고 있는 라이선스 사업을 다 풀어야 한다.

실패를 용인하는 사회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두 번 세 번 실패해도 지켜봐줘야 한다.
큰 그릇은 두세 번씩 깨져봐야 나온다. 실패를 엄벌하는 사회에선 신용불량자만 양산되고, 창업정신은 꺼질 수밖에 없다.


bada@fnnews.com fn·한국언론진흥재단 공동기획

남민우 대표는 동반성장위원회 위원, 벤처기업협회 회장, 제1기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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