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벤처인들이 말하는 창업의 핵심 '협업'

      2015.11.19 17:25   수정 : 2015.11.19 22:07기사원문





"기업가정신이 꼭 스타트업에만 해당되나. 대기업에도 기업가정신을 접목할 수 있다.

특히 한국과 같이 대기업 의존성이 높은 국가는 대기업 안에서 혁신을 이끄는 인재들의 배출 역시 중요한 부분이다."
【 런던·길퍼드(영국)=박소연 기자】 직원이 사장이다(블라블라카), 서로 신뢰하고 도와라(언두), 일할 땐 일하고 놀 땐 놀자(골드아이), 함께 일하는 법을 익혀라(해슬브랜드)… .

영국에서 만난 신생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손수 붙여놓은 사훈이다. 건축, 핀테크, 제약, 정보기술(IT) 등 분야는 각각 다른 스타트업들이었지만 이들이 말하는 기업가정신은 하나로 수렴했다. 다른 이들을 설득하는 능력, '컬래버레이션(협업)'이다.


■막막한 스타트업, 뭉치면 강하다

"빌딩 설계 단계에서부터 참여해 공간 컨설팅과 건축을 동시에 하고 싶었다. 그런데 기존에 있는 공간 활용은 대부분 리모델링이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려면 회사를 차려야 했다."

건축 컨설팅회사 해슬브랜드 공동창업자인 매그너스 캐슬브랜트와 예스퍼 헨릭슨 대표는 한 살 터울 또래다. 스웨덴 출신인 두 사람은 영국의 유명 건축전문대학인 AA스쿨에서 만났다. 우리나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디자인한 자하 하디드가 졸업해 한국에도 잘 알려진 학교다.

창업 과정에서 이들이 가장 중점을 둔 가치는 '협업'이다. 캐슬브랜트 대표는 "두 명은 건축회사라고 하기에 굉장히 적은 수다. 아마 이 업계에서 규모가 제일 작을 것"이라면서 "자연스럽게 공동작업이 많다. 빌딩 소유주부터 웹 디자이너까지 다양하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어 "혼자 하는 일은 개인의 천재성을 요구하지만 창조적인 일은 협업을 통해 나온다. 스타트업을 한다는 건 다른 사람들과 일하는 능력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헨릭슨 대표도 거들었다. "이게 바로 클러스터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도울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다. 제품은 완벽한데 홈페이지 운영에 어려움을 겪으면 옆에서 일하고 있는 웹 디자이너가 이 부분을 해결해 줄 수 있다. 스타트업들은 대부분 2~3명으로 꾸려지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 일하는 능력이 제일 중요하다."

소프트웨어 디버깅 업체 언두(UNDO)의 그렉 로 대표의 생각도 비슷했다. 그는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것도 힘들지만 이를 상업화하는 것은 또 다른 얘기"라고 강조했다. 당시에도 소프트웨어 업체에 근무하던 그는 낮에는 일을 하고 저녁과 주말을 새 회사 차리는 데 반납했다. 창업을 준비한 뒤 일주일 만에 그는 동료 한 명과 의기투합했다. 그렇게 밑바탕을 준비하는 데만 꼬박 7년이 걸렸다. 로 대표는 "누군가를 설득할 만큼 확신이 있을 때 기업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국 거대 제약사인 부츠(Boots)에서 연구원이자 약사로 근무했던 캐빈 라이버스 대표도 창조와 혁신에 목이 말랐다고 회상했다. 그는 "약사로서 능력을 인정받을수록 맡는 일은 인사관리와 결재, 보고서 작성이었다"면서 "혁신이나 창조와는 점점 멀어져갔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약사 전공을 살리고 싶었던 라이버스 대표는 대기업을 박차고 나와 제약회사 매트릭스를 창업했다. 그는 "자신이 잘하는 일이 무엇인지, 약점은 무엇인지를 직시해야 한다"면서 "많은 피드백을 통해 자신의 문제, 회사의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는 것, 그게 기업가정신"이라고 강조했다.

■한국형 창업생태계, 대기업과 융화하라

"기업가정신이 꼭 스타트업에만 해당되나. 대기업에도 기업가정신을 접목할 수 있다. 특히 한국과 같이 대기업 의존성이 높은 국가는 대기업 안에서 혁신을 이끄는 인재들의 배출 역시 중요한 부분이다." 핀테크 기업 골드아이(FX 거래 프로그램 개발사)의 줄리안 엘리엇 운용본부장이 반문했다. 엘리엇 본부장은 현재 런던 퀸스대학교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수료 중이다. 그는 다음주 주제가 바로 '엔트러프러너십(기업가정신)'이라면서 웃었다. 수업에서는 꼭 창업을 통하지 않고 기존 기업 안에서도 기업가정신을 달성할 수 있다고 가르친다.

해슬브랜드의 두 대표도 한국에 특이한 점이 있다고 했다. 둘은 최근 한국을 찾아 서울과 부산을 여행하고 다양한 공모에 도전했다. 그들은 "한국을 접할 기회가 많았다. 특이한 점을 발견했다. 크리에이티브마저도 정부와 대기업 중심이다. 현대카드 뮤직·트래블 라이브러리, 삼성 리움미술관 등은 어떻게 젊은 층을 끌어당길 수 있는지 알고 있었다. 서울에서 둘러본 곳 중 가장 크리에이티브했다"고 회상했다.

이들은 그러면서 한국형 창조공간에 대한 제언도 내놨다. 캐슬브랜트 대표는 "지금 국제 건축가들 사이에서 한국은 도서관으로 유명하다. 도서관들이 공모를 많이 진행하기 때문"이라면서 "여기를 아이디어를 나누는 공간으로 발전시키면 좋을 것 같다. 정보를 공유하는 곳이라는 의미도 들어맞는다"고 말했다.

영국 서리 연구단지를 본떠 만든 충남 테크노파크에 자문차 한국을 29번이나 방문했다는 말콤 페리 서리 연구단지 이사장도 한국만의 문화를 만들 것을 조언했다. 그는 "지금 한국은 대기업이 가져가는 게 너무 많다.
인력도 그렇고 수익도 그렇다. 한국은 여기서부터 문제를 풀어야 한다"면서 "스타트업에 지원을 집중할 것이 아니라 같이 살려야 한다.
이를 통해 대기업이 스타트업들의 발전을 지원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psy@fnnews.com fn·한국언론진흥재단 공동기획

▶ 이 지면은 언론진흥기금 지원으로 제작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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