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책방거리가 벤처거리로 업그레이드.. 매일 1.6개 기업 탄생

      2015.11.23 17:49   수정 : 2015.11.23 22:21기사원문


【 베이징(중국)=김호연 기자】 날씨는 가을을 지나 겨울로 들어설 채비를 서두르고 있지만 '중국 창업의 메카'인 베이징 '중관촌 창업거리(Inno-way)'는 기업가정신으로 무장한 청년들의 창업 열기로 가득했다. 창업거리 양쪽으로 즐비하게 늘어선 창업카페는 오전부터 저마다의 꿈을 갖고 창업을 준비하는 젊은이들로 북적였다.

애초 서점들이 밀집한 책방거리였던 창업거리는 2011년 창업카페의 원조 격인 '처쿠카페'의 개업과 함께 현재의 모습으로 변신을 시작했다. 이후 젊은 창업가와 이를 돕는 민간단체 및 기업들이 '창업카페'를 플랫폼으로 활발한 창업생태계를 구축해 나갔다. 지난해 6월 중관춘관리위원회는 창업거리로 공식 지정했으며 이후 1년 새 하루 평균 1.6개의 신규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이 탄생하며 명실공히 창업의 메카로 자리잡았다.




■中 기업가정신 '굴기'

창업거리에서는 '중국 기업가정신의 굴기'를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창업 열기가 고조되면서 창업 희망자들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성공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었고, 자연스럽게 기업가정신도 더욱 고취되는 선순환 구조가 자리를 잡아갔다. '창업세대의 역동적인 기업가정신을 찾아보기 어렵다' '현실 안주에 급급하다'는 우려가 나오는 한국과는 크게 대비되는 모습이다.

한 창업카페에서 만난 부동산분야 구직 모바일플랫폼 관련 스타트업 '자오쇼우닷컴' 창업자 허밍중씨는 "리커창 총리를 중심으로 정부 차원에서 많은 젊은이들이 창업에 도전할 수 있도록 용기를 주고 환경을 조성해주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 창업거리도 리커창 총리가 '대중창업 만인혁신(大衆創業 萬人革新)'을 주창하고 창업을 적극 장려하면서 규모와 역할이 커지고 있다. 리 총리는 지난 5월 창업거리를 시찰하고 '창업'을 거듭 강조한 바 있다. 당시 리 총리는 "창업은 모든 것의 기초"라며 청년창업가들을 격려했다.

허씨는 "특히 창업가들에게 투자하는 정부나 기업, 벤처캐피털 등이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도덕적 해이에 대한 우려를 지적하자 "기업이나 벤처캐피털 등은 창업에 대한 경험이 풍부하다. 철저한 사전 선별 과정을 통해 투자를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창업 플랫폼 역할을 하는 창업카페는 젊은이들에게 창업에 대한 기초적인 교육부터 실무적 부분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지원하며 도전정신을 배양할 수 있는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고 있다.

창업카페인 총동카페의 창업자 천웨이씨는 "현재 창업거리에만 30여개의 창업카페가 운영되고 있다. 창업카페별로 차이는 있지만 우리 카페의 경우 하루 평균 100~150명이 이용한다"며 "창업 준비를 위한 장소 제공은 물론이고 창업 교육 및 컨설팅, 세무관리, 지식재산권과 법률상 자문 등 창업을 위해 필요한 다양한 서비스를 지원해 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대부분의 창업카페는 기업이나 개인들이 운영하고 있으며 규모가 크진 않지만 자체적으로 창업자들에 대한 자금투자도 집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창업카페들은 서로를 '경쟁자'보다는 '상생관계'로 인식하고 상호 교류를 통해 운영방식과 정보교환 등을 통해 공동발전방안을 모색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창업거리의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자임하고 있는 중국 기업들도 창업생태계 확대와 젊은이 창업가들의 성장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이날도 창업거리 내 3대 창업카페(빙고카페, 처쿠카페, 3W카페) 중 하나인 빙고카페에서는 중국 최대 검색엔진 바이두가 개최한 빅데이터와 클라우드 설명회가 열리고 있었고 100여명의 창업희망자가 몰려들어 카페를 가득 메웠다.

빙고카페 관계자는 "창업을 위해 창업거리에 모여 있는 사람들 상당수가 고급 인재들이다 보니 대기업에서도 많은 관심과 지원을 하고 있다"며 "오늘처럼 카페를 빌려 회사를 설명하기도 하고 정보를 공유한다. 창업가들 입장에서도 대기업들과의 네트워킹 형성 등을 통해 시너지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 우호적 환경 조성 '앞장'

중국의 창업생태계 구축 및 확대 배경에는 창업 희망자들에게 우호적인 환경을 제공하려는 정부의 강한 의지가 한몫한다.

허씨는 "리커창 총리가 직접 '대중창업 만인혁신'을 주창한 뒤 창업을 적극 장려하고 환경을 조성해 주고 있다"며 "자연스레 정부의 지원도 크게 늘었다. 창업카페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창업을 하면 중관촌 내 사무실도 저렴하게 임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창업 조건도 크게 간소화됐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2월 등록자본금 최소요건을 폐지하고 출자방식을 자율화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있어도 자본금 부족으로 창업을 하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KOTRA 베이징무역관 윤기섭 차장은 "최저자본창업제도가 있어서 일정 자본이 있어야만 창업을 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명목상 '1위안(약 181원)'만 있어도 회사를 설립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 등록절차도 바꿔 등기심사에 걸리는 시간을 종전의 26일에서 15일로 크게 줄였으며 향후 이 기간은 더 줄어들 전망이다. 이와 관련, 리 총리는 올해 정부공작보고에서 등록제도를 더 간소화해 "등록 소요시간을 5일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무역협회 최용민 베이징지부장은 "최근 중국의 창업 열풍은 국내적으로 모바일 인터넷 사용인구가 5억6000만명에 달하면서 전자상거래가 급증하고, 해외에서는 유학생과 외국자본이 동시에 유입되면서 창업 저변이 크게 넓어진 데 기인한다"며 "여기에다 정부가 행정규제 완화에 적극 나서면서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창업 열기가 뜨거운 나라로 변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는 창업거리를 대폭 확대하고 창업 열풍의 고삐를 죈다는 방침이다.

중관촌이 소재한 베이징 하이뎬구는 최근 '중관촌 다제(大街.대로) 발전규획'을 발표해 중관촌 창업거리를 7.2㎞까지 늘리고 좌우 각각 300m 확장하기로 했다. 중국 명문 칭화대 서문에서부터 베이징대, 인민대, 중관촌 전자상가, 국가도서관, 중국과학원을 거쳐 바이스신교까지 새롭게 조성된다.


이곳에는 시너지혁신기능구, 혁신핵심기능구, 전문혁신서비스기능구, 종합혁신기능구, 특색혁신기능구가 각각 들어선다. 인근엔 지식재산권 거리와 과기금융 거리도 갖춰진다.


과기금융.혁신창업서비스.아이디어문화.비즈니스서비스.생활서비스 5개 서비스 산업을 집중 육성하고 정보기술(IT).빅데이터.스마트기기 등 3개 방면에서 경쟁력을 갖춘 산업 클러스터도 만들기로 했다.

fnkhy@fnnews.com fn·한국언론진흥재단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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