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교리츠이화학연구소 오카우치 회장 "경영자는 종업원 배신해선 안된다"
2015.11.24 16:56
수정 : 2015.11.24 16:56기사원문
【 도쿄(일본)=김승호 기자】 '1952년 설립, 종업원 52명, 독일·미국·한국·스웨덴·대만 등 전 세계 10여개국 수출, 일본 내 수질측정 분야 시장점유율 90% 이상….'
먹는 물, 산업용, 보일러 등에 사용되는 다양한 물의 경도를 측정하는 '팩 테스트'를 대표제품으로 생산하는 일본 ㈜교리츠이화학연구소의 현주소다. 팩 테스트는 손가락 크기의 고무튜브 형태 간이분석기다. 튜브 안에는 이 회사가 오랫동안 노하우를 쌓아오며 개발한 가루 형태의 시약이 들어있어 물을 만나면 변하는 색깔로 성분을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시약을 바꾸면 총 71개의 화학물질을 판별할 수 있다.
이 제품은 공정관리, 배수관리, 수도 등 음용수 관리, 환경조사, 교재용, 농업·수산업 등 여러 분야에서 폭넓게 쓰인다.
"(분석기는) 누구나 어디서든 쓸 수 있도록 조작이 쉬워야 하고, 신뢰성이 생명이다. 또 결과를 바로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안전성은 가장 중요한 요건이다. (진단 시약은) 환경에 무해한 무독성 화학물질을 사용하고 있다."
교리츠이화학연구소 오카우치 회장의 설명이다.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오카우치 회장은 일반 회사를 다니다가 1973년 장인이 세운 이 회사에 취직했다. 그러다 장인이 1982년 작고한 뒤부터는 대표를 맡아 30년 넘게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지금은 아들이 가업승계를 위해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교리츠이화학연구소는 일본의 전형적인 강소기업 중 한 곳이다.
창사 이후 지금까지 60년 넘게 한 우물을 파고 있는 점이 그렇다. 갑작스럽게 회사를 물려받고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다보니 다른 방향으로 눈길을 돌릴 틈이 없었다.
오카우치 회장은 "경영자는 종업원이 (안정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책임을 지는 노력이 필요하다. 회사는 종업원과 함께 커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경영자가) 이익을 내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영자는 종업원을 배신하지 않는다'는 가르침은 현재 아들에게 전수되고 있다. 이렇다보니 회사의 이직률이 매우 낮다는 설명이다.
독보적인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팩 테스트와 같은 수동 분석기는 어느새 시대가 발전함에 따라 디지털로도 탈바꿈했고 UV유기물분해기, 독극물검출기 등도 모두 디지털화했다. 기획 단계부터 개발, 제품화, 마케팅, 판매에 이르기까지 원스톱 작업이 모두 회사 안에서 이뤄지고 있다.
"특허와 개발 등을 통해 내놓은 제품군은 260여가지에 이른다. 다품종, 소량생산이 필요한 데다 일부 제품은 유효기간이 있어 몸집이 큰 대기업이 접근하기 힘들다. 게다가 노하우를 갖추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릴 뿐만 아니라 (제품) 사후관리도 만만찮다."
또 '세상에 이로운 제품을 만들라' '성실하라'라는 장인의 말씀은 오카우치 회장 본인을 거쳐 이제 아들에게도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 다만 만약에 있을 기술침해를 막기 위해 원천기술에 대해선 특허를 아예 내지 않고 있다. 철저한 분업을 통해 종업원의 기술유출도 방지하고 있지만 회사와 종업원 간에 신뢰가 기본적으로 형성돼 있어 큰 문제 될 것은 없다는 게 오카우치 회장의 말이다.
fn·한국언론진흥재단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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