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파탄주의 부분수용?... 대법 "외국거주 가족과 10년 넘게 별거, 이혼청구 가능"

남편과 자녀를 외국에 남겨 둔 채 홀로 귀국 해 10년째 살고 있는 배우자도 이혼을 청구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결별의 원인을 제공하기는 했지만 상대 배우자도 관계회복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무속인 A씨(49·여)가 남편 B씨(51)를 상대로 낸 이혼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이혼불허)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가정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A씨가 최초 원인을 제공한 측면이 있지만 남편도 혼인생활을 장애요소를 극복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고 다른 여성과 새로운 관계를 시작한 것으로 볼 정황도 있는 만큼 혼인파탄의 책임이 있다고 판결이유를 밝혔다.

아울러 두 사람의 혼인기간은 13년이지만 별거한 기간이 11년에 달할 정도고 무속인이 된 A씨가 원래의 가정생활로 복귀할 가능성이 없다는 점도 판결이유로 들었다.

1990년 B씨와 결혼한 A씨는 1998년 세 자녀와 함께 외국으로 이민을 갔다. 하지만 A씨는 2004년 홀로 귀국해 신내림을 받고 무속인이 됐다.

10년 가까이 가족과 떨어져 살던 A씨는 2012년 남편이 다른 여자와 찍은 '가족사진'을 거실에 걸어두고 자녀들과 만날 수 없게 한다며 이혼소송을 냈다.

1·2심 재판부는 A씨가 홀로 귀국해 가족들과 떨어져 살기 시작했고 가족 곁으로 돌아가지 않고 이혼을 청구하는 것으로 볼 때 혼인파탄의 책임은 A씨에게 있다고 판단, 이혼청구를 기각했다.

이는 혼인파탄의 원인을 제공한 '유책배우자'는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기존판례(유책주의)에 따른 판단이다.

그러나 대법원이 A씨 뿐만 아니라 "남편에게도 혼인파탄의 책임"이 있고 양쪽의 책임을 비교할 때 "부인의 유책성이 이혼청구를 배척해야 할 정도로 남아있지 않다"라고 판단, 사건을 원심법원으로 돌려보내면서 법원의 판결 방향에도 다소 변화가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법조계 관계자는 "유책주의의 외관을 유지하고 있지만 파탄주의적 요소를 상당히 수용한 판결"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e-mail] 장용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