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 없는 국회.. 그곳에 국민은 없다
2016.02.26 18:04
수정 : 2016.02.26 18:04기사원문
정말 답이 없다. 여야 간 선거구획정안 처리 합의로 겨우 출구가 보이는 듯했던 19대 국회가 테러방지법 직권상정을 둘러싼 야당의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로 '무한대치'를 이어가는 '막장극'을 연출하고 있다.
여야 대표까지 나서 선거구획정안의 26일 본회의 처리를 약속하고도 '합의파기'를 '무한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여야는 지난달 말에도 새누리당·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간에 기업활력제고법(원샷법) 등 미쟁점법안을 처리키로 합의해 놓고서도 잉크도 마르기 전에 손바닥 뒤집듯이 파기해 버린 적이 있어 합의 파기가 새로울 것 없다는 비아냥까지 나오고 있다. 이번에는 1월 말보다 '격상된' 협상파트너인 양당 대표가 직접 나서 정의화 국회의장 주선으로 26일 선거구획정안을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처리키로 합의했지만 결국 테러방지법 처리를 둘러싼 이견으로 이날 처리가 또 무산됐다. ▶관련기사 5면
■19대 국회…끝없는 막장극 연출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같은 막장극 무한반복의 배경에는 민생보다는 당리당략만을 최우선가치로 삼는 정치권의 '몽니'에 있다는 지적이다. 사상 초유의 선거구 공백 사태로 비등하는 비판여론에다 '무대 없는 선거판'에서 마냥 기약없이 뛰어야 하는 정치신인 등 예비후보자들의 강한 반발, 각 당의 경선일정 차질을 막고자 쫓기듯 여야 대표가 선거구획정안에 합의했을 때만 해도 꽉 막혀 있던 정국에 숨통이 트이는가 싶었다.
하지만 선거구획정위원회의 세부 선거구 '미세조정' 작업에서 또 제동이 걸렸다. 선거구획정안 합의라는 '큰 산'을 넘었더니 '지역구 구역조정'이라는 '산'을 만난 것이다.
여야의 '대리전'이 획정위의 지역구 미세조정에서도 펼쳐져 대립하면서 정 의장의 국회 송부 요청 데드라인(2월 25일)은 벌써 넘겼다. 획정위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회의를 속개했으나 두 시간여 만에 획정위원들의 '피로 누적'을 이유로 산회했다. 획정위에선 지역구가 신설되는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10석의 세부 선거구 조정을 놓고 서로에게 유불리를 따지다 보니 한 발짝도 논의가 진전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은 안중에 없는' 與野
획정위의 '태생적' 한계가 이번에도 여지없이 극한 대치를 초래했다. 선거구 획정안 처리를 합의해도 어차피 미세조정작업도 여야 대리인이 각각 4명씩 동수인 데다 의결 규정도 사실상 합의가 어려운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여야 대리인 획정위원들은 각 당의 이해관계에 충실할 수밖에 없어 애초부터 합의는 사실상 어려워 선거법 처리의 '마지노선'으로 삼고 있는 29일 본회의 당일까지 합의가 불가능할 전망이다. 당초 정치권의 입김을 막기 위해 획정위라는 별도의 독립기구를 둔 것이 오히려 여야의 영향력을 대신한 획정위원 동수 구조로 사실상 독립기구 역할을 상실했다.
야당이 테러방지법 직권상정 반대를 위해 나흘째 진행 중인 필리버스터 '딜레마'에 빠져 있는 것도 문제다. 야당은 선거구획정안 최우선 처리를 앞세웠지만 필리버스터 지속으로 선거구획정안 처리를 스스로 막고 있는 형국이다.
■"與가 정치력 발휘 출구전략 주도해야"
29일 본회의에서 처리가 되지 않으면 양당 경선일정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은 물론 최악의 경우 총선 연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더민주는 필리버스터의 장기간 지속효과가 떨어지고 선거구 획정 지연으로 인한 비판 여론을 감안, 테러방지법의 일부 독소조항의 양보를 검토했지만 이미 직권상정돼 있는 수정안 처리를 고수하는 새누리당은 요지부동이다. 출구모색을 위해 더민주가 제안한 양당 지도부 회동도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김윤철 경희대 교수는 "야당은 테러방지법을 이슈화시키고 시간벌기 차원에서 필리버스터를 실시할 수밖에 없었지만 이제는 한계에 왔다"며 "필리버스터에 몰두하지 말고 정 의장의 중재안을 수용키로 한 만큼 정책적 대안을 가지고 국민 의견을 묻고 이를 모으는 작업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이제는 여당이 정치력을 발휘해 대치정국을 풀어야 한다"며 "바로 표결로 가기보단 먼저 협상을 주도해 합의를 통해 문제해결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haeneni@fnnews.com 정인홍 조지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