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안철수, 통합론 갈등 '점입가경'

'통합론'을 둘러싼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김 대표는 통합의 명분을 내세우며 안 대표를 압박하고 있지만, 안 대표도 원색적 비판을 마다하지 않으며 응수하고 있다. 대표들간의 신경전이 점입가경인 가운데 당 차원에서는 총선을 앞두고 '국민과의 소통' 경쟁도 치열하다. 국민정당 이미지 재고와 수권정당으로서의 역량 부각을 통한 민심 잡기로 야권내 주도권 싸움에서의 우위를 점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4일 더민주 김종인 대표는 국민의당을 향해 '통합 결단'을 재차 호소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강력 반발에도 불구하고 야권 분열이 총선 필패로 이어질 것임을 강조하면서 통합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특히 더민주의 패권주의 청산 의지를 거듭 천명하며 국민의당과의 통합 명분을 제공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김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선대위 연석회의에서 "저는 이 당에 와서 소위 패권정치를 씻어내려고 계속 노력해왔고, 앞으로도 패권정치가 다시 더민주에서 부활하지 않도록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국민의당 내에서 분당의 이유 중 하나였던 '친노 패권주의'가 여전히 남아있는 만큼 통합의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지적에 대한 화답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국민의당 문병호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더민주의 변화 움직임을 "반짝, 짝퉁, 꼼지락"이라며 "이 단계에서 통합은 반대한다"고 말했다. 더민주측의 안 대표를 제외한 통합론 거론에 대해서는 "오만방자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안 대표도 여전히 '통합 거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안 대표는 이날 서울 마포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 대표의 야권 통합 논의 동참 제안에 대해 "아, 호객행위 하셨어요?"라고 뼈 있는 농담을 던졌다. 전날 김 대표를 향해 "국보위 수준으로 전권을 장악했다", "임시 사장", "쿠데타적 발상" 등 높은 수위의 비난을 쏟아낸 데 이어 불편한 심기를 또 드러낸 것이다. 그러면서 "(야권 통합에 대한) 제 생각은 변함이 없다"며 재차 통합 거부 의사를 전했다.

야권 통합 논의를 위한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에 대해서도 "다들 생각은 일치하리라 믿는다. 같은 생각을 공유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고 확신했다.

대표들간의 신경전과 별개로 당 차원의 '민심 잡기'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더민주는 이날 국회에서 '소상공인 20대 총선 정책공약 전달식'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김 대표는 접수 받은 정책안을 면밀히 검토해 소상공인 공약에 최대한 반영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정책 실행을 위해서는 다수당이 되어야 한다며 총선에서의 지지를 호소했다.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당으로서의 이미지 부각과 지지 세력 결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는 전략이다.

또 국민연금 기금 중 일부를 공공임대주택이나 보육시설 확충 등 공공부문에 투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총선 공약도 발표했다.

국민의당은 '야권 심장부'인 광주에서 '찾아가는 공개 면접심사'를 통해 공천 후보자를 선출한다는 계획이다. 국민 가까이 다가가, 국민이 원하는 후보를 찾아내고자하는 의지를 반영한 셈이다.

국민의당측은 "치열한 토론과 검증을 통해 광주 시민들과 소통하고, 광주의 발전을 위해 일할 소양을 갖춘 공천 후보자를 선출해 광주 유권자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e-mail] 김호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