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풍′ 셰익스피어 ′리차드 3세′..″영국만의 셰익스피어 아닌 세계의 셰익스피어″

      2016.03.30 10:32   수정 : 2016.03.30 10:32기사원문

중국의 전통 공연예술 장르인 경극하면 새하얗게 얼굴을 칠한 분장, 화려한 가면, 가늘고 높은 목소리 등 전형적인 요소들이 떠오른다. 그 경극이 가미된 셰익스피어 연극은 어떤 모습일까.

내달 1~3일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국립극단의 초청으로 공연하는 중국 국가화극원의 '리차드 3세'가 그 답을 내놓는다. 올해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을 맞아 국립극단이 지난 1월 '겨울이야기'에 이어 선보이는 두 번째 작품이다. 영국의 폭군이었던 리차드 3세(1452~1485)를 모티브로 왕위 찬탈을 위해 친족을 살해하는 악행을 일삼았던 한 인간의 추악함과 권력의 허무함을 그린다.

29일 명동예술극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윤철 국립극단 예술감독은 '리차드 3세'에 대해 "셰익스피어 작품 중 '오셀로'의 이아고와 더불어 가장 나쁜 악당 2인자 중 하나다.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 캐릭터도 권력욕이 강하고 집착이 심한 캐릭터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며 "어떻게 보면 막장 드라마다. 그래서 인기가 많은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중국 국가화극원 부원장이자 중국 최고의 연출로 인정받는 왕시아오잉은 이 작품을 "이야기의 원형은 그대로 두고 중국색을 입혀 가장 중국적이지만 가장 세계적인 작품"으로 재탄생시켰다. 뉴욕, 런던, 타이페이 등 세계 여러 도시에서 공연할 때마다 특히 경극을 활용한 부분이 가장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왕 연출은 "셰익스피어의 고향 영국에서 가장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며 "이 작품을 통해 셰익스피어가 영국만의 것이 아닌 전 세계의 셰익스피어임을 증명했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경극 요소를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 중국 국가경극원의 배우 3명이 출연한다. 리차드 3세의 형수였다가 아내가 되는 앤부인, 웨일즈 왕자, 마녀 등 1인 3역을 맡은 배우 장신이 대표적이다. 배우들이 중국 전통의상을 입고 경극 '삼차구'(세 갈래 길)의 표현 방식을 곳곳에 녹였다. 왕 연출은 "경극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북을 치는 등 타악기 소리가 많이 들어있다. '리차드 3세'에서도 많은 타악기가 사용된다"며 "한 명의 악사가 서른 개의 악기를 연주하는데 매번 공연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다"고 말했다.

단지 외형적인 모습에만 중국의 문화를 덧입힌 것은 아니다. 악(惡)의 전형으로 익숙한 리차드 3세의 캐릭터에도 새로운 해석을 더했다. 왕 연출은 "원작에서 꼽추인 리처드 3세를 외형적으로 미화시킨 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며 "음모를 꾸미고 자기 만족에 도달하려는 사람들도 내면에는 선함이 있다. 그런 양면성을 부각시켜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 셰익스피어의 다른 작품인 '맥베스'에 등장하는 마녀들을 "인간 내면의 보편적인 욕망의 상징"이라고 보고 이 작품에 차용한 것도 특징이다.

한편 국가화극원의 한국 공연에 이어 국립극단도 교환 형식으로 오는 10월 중국에 간다.
지난해 국내 각종 연극상을 휩쓴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을 공연할 예정이다.

dalee@fnnews.com 이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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