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흘리고, 고삐 당기고..조폭까지 낀 경마 비리 또 터졌다
2016.06.22 17:08
수정 : 2016.06.22 17:08기사원문
제주와 과천 등 전국 경마장에서 승부 조작과 내부 정보 제공 등 '경마 비리'가 검찰 수사로 재확인됐다. 제주경마 소속 기수로 활동했던 이씨 제보로 시작된 이번 수사를 통해 승부조작에 가담한 기수는 물론, 사설경마장 운영자, 조직폭력배, 경마브로커 등이 대거 사법처리받게 됐다.
■상 받은 조교사도 부정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이용일 부장검사)는 승부조작 등 대규모 경마 비리를 적발해 전.현직 기수 8명을 포함, 모두 15명을 마사회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18명은 불구속기소, 6명은 기소중지했다고 22일 밝혔다. 제보자 이씨 역시 과거 처벌 받은 범죄사실 외에 추가 혐의가 드러나 또 다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에 따르면 전 제주경마 소속 기수 A씨(30)는 2010∼2011년 총 5200만원을 받고 11차례 승부를 조작한 혐의다. 다른 기수 3명은 많게는 4900만원을 받고 7차례, 적게는 150만원을 받고 1차례 경기 결과를 조작했다.
이들은 이씨의 제안으로 승부조작에 나섰다. 이씨는 사설경마장 운영자 B씨(54), 폭력조직 부두목 브로커 C씨(46)의 제안으로 동료들을 승부조작에 끌어들이고 자신도 조작에 가담했다.
B씨는 자신의 배당금 지급 위험을 줄이고 다른 경마장에서 적중률 높은 마권을 사서 수익을 높이기 위해, C씨는 자신이 사설경마를 하면서 각각 승부조작을 시도했다.
통상 경마에서 우승이 예상되는 인기마는 경주 당 3∼4필이지만 조작을 통해 1∼2필을 제외하고 나머지 말에 베팅함으로써 적중률을 높였다. 이들이 조작한 경주는 총 18건으로 조사됐다. 한 경주당 매출액은 20억∼30억원대에 달했다.
2011년 7월 23일 한 경주에서는 A씨가 탄 말이 인기순위 1위인데도 1200만원을 받은 A씨는 일부러 6위로 들어오는 방법으로 승부를 조작했다. 말의 고삐를 당겨 제대로 달릴 수 없게 하는 등으로 속도를 늦춘 것이다.
120억원대 사설경마장을 운영한 B씨, 기수들에게 총 1억6000여만원을 주고 승부조작에 나선 C씨도 구속기소됐다. 현직 제주경마 소속 기수 1명과 전 부산.경남 기수 1명은 2005∼2012년 B씨에게서 수천만원을 받고 경마정보를 제공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말 상태 등 알려주고 돈 챙겨
과천경마장에서는 조교사가 말을 소유하고 상금을 가져간 사례가 적발됐다. 마사회법상 조교사는 마주로 등록할 수 없다.
조교사 D씨(48)는 모자 업체 대표를 대리마주로 등록해 2014년부터 상금 약 3400만원을 챙기고 자신이 관리하는 경주마 30필의 상태 등 정보를 제공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E씨의 대리마주는 이 정보를 이용해 사설경마에 참여했다. D씨는 2014년 조교사협회 선정 '최고 조교사'로 선정되고 지난해에는 한국마사회의 '다승 조교사 상'을 받은 조교사다.
말 관리사 E씨(44)는 20억원대 불법 인터넷 도박을 하며 자금 마련을 위해 E씨의 대리마주 등에게 말 상태 등 경마정보를 알려주고 3600만원을 받았다.
이밖에 도박개장 전과나 경제적 기준 미달로 마주 등록이 불가능한 이들이 대리마주를 내세워 상금을 챙기거나 조교사에게 금품을 주고 말 정보를 입수해 사설도박을 한 사례가 다수 적발됐다.
검찰은 사설경마 프로그램 공급, 사설경마장 운영 업자 등 관련자 9명도 구속기소하고 3명은 불구속기소했다.
relee@fnnews.com 이승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