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비대위 만능주의' 경계령..정당기능-조직 자생력 키워야

      2016.07.03 16:20   수정 : 2016.07.03 16:20기사원문
20대 국회들어 여야 3당 모두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에 돌입하면서 정상적인 정당기능이 와해될 우려와 함께 자칫 '비대위 만능주의'에 빠져들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이에대해 전문가들은 정당 고유의 기능과 책임을 외면한 채 무조건 비대위에 떠넘길 것이 아니라, 정당의 기능과 조직력을 대폭 강화해 스스로 위기국면을 돌파할 수 있는 자생력을 키워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비대위 만능주의 경계…책임정치 실종
3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당은 지난달 29일 안철수·천정배 공동대표가 총선 홍보비 리베이트 파동에 책임을 지고 당 대표직을 사퇴, 곧바로 비대위 체제로 전환했다.

이미 1월부터 비대위 체제로 운영중인 더불어민주당은 김종인 비대위 대표와 기존 내부 세력간 내홍으로 한 차례 홍역을 치렀으며 4·13 총선 참패 이후 새누리당도 혁신비대위 체제로 전환하는 등 여야 3당 모두 비대위가 당 지도부를 대신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전신인 한나라당 시절을 포함해 2000년 이후 총 5번 비대위 체제를 꾸렸고, 더민주는 올 1월부터 현재까지 비대위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선 '남용되는' 비대위 체제로 인해 정상정인 정당기능의 상실을 우려하는 목소리와 함께 전문가들은 비대위 체제가 당내 민주성을 위협한다고 지적했다. 통상 비대위는 각당의 당헌당규에 의거, 비상상황 발생시 전국위원회나 중앙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구성되지만 비대위원 등의 선출과정에서 기존 계파간 '밀실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여당의 경우 지난 5월 25일 비대위 출범을 앞두고 정진석 원내대표, 비박계 김무성 전 대표, 친박계 최경환 의원이 3자회동에서 비대위 구성과 비대위원장 합의추대에 뜻을 모았지만 당장 '밀실합의'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당 관계자는 "비대위원장을 의결하지 않으면 당이 망할 거라고 하는 데 불만을 표출할 수도 없었다"고 털어놨다.

특히 정당정치에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비대위체제가 악용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치발전소 학교장인 박상훈 박사(정치학)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비대위 체제는 책임을 떠넘기기 위한 술책"이라며 "정당에서 문제가 생기면 조직에서 책임을 지고 대안을 마련해야 하지만 한국의 정당은 의원 개인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그 의원도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비대위에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희대 김민전 교수는 "비대위는 다른 나라에서는 보기 드문 체제"이라며 "당 주류가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자기 사람을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해 얼굴만 바꿔 나온 셈"이라고 지적했다.

■대안은 정당 정치의 회복
전문가들은 또 비대위 체제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정당 정치의 회복'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민주적으로 선출된 당 지도부가 책임 정치를 실현한다는 것이다.

박상훈 박사는 "현재 정당은 선거에만 매몰돼 시민과 당원의 기반이 무너진 상태로, 이 때문에 의원 1인이 자기 정당인 것처럼 행세를 하고 있다"면서 "튼튼한 정당 조직을 기반으로 윤리위 같은 당 내부 징계를 통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를 위해 당 지도부의 임기를 늘려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김민전 교수는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보다 당 지도부의 임기가 아주 짧다.
어떤 일만 터져도 사퇴하기 때문에 책임질 시간조차 없는 것"이라며 "당 지도부가 큰 문제가 아니라면 조직 내에서 책임을 감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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