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백인 경찰이 또다시 흑인 사살, 인종차별 분노 재점화
2016.07.07 16:55
수정 : 2016.07.07 16:55기사원문
미국에서 백인 경찰이 흑인 용의자를 사살하는 사태가 또다시 발생하면서 미 전역에 인종차별과 과잉진압에 대한 분노가 다시금 피어오르고 있다.
AP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미 법무부는 6일(이하 현지시간) 인터넷에 흑인 남성 앨런 스털링이 사살되는 동영상이 공개된 이후 여론이 험악해지자 서둘러 수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전날 루이지애나주 배턴루지의 한 편의점 바깥에서 CD를 팔던 37세의 스털링 오전 0시 35분께 경찰 2명에게 제압을 당하던 중 총에 맞아 숨졌다.
행인이 휴대전화로 찍은 당시의 동영상을 보면, 스털링이 CD를 사려던 고객을 총으로 위협한다는 신고 전화를 받고 출동한 경관 2명은 편의점 밖에서 그를 발견하고 곧바로 체포에 돌입했다.
' 땅바닥에 엎드리라'는 두 차례 경고 후 경관 한 명이 스털링을 덮쳐 자동차 보닛에서 땅바닥으로 밀어 넘어뜨리자 다른 경관이 합세해 그를 제압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누군가가 '스털링에게 총이 있다'고 소리쳤고, 한 경관이 자신의 권총을 집는 게 동영상 카메라에 포착됐다. 스털링은 수발의 총성과 고함이 오간 끝에 가슴과 허리에 수 발의 총탄을 맞고 현장에서 숨을 거뒀다.
사건 당일 오후에 동영상이 공개되자 많은 흑인과 지역 사회 지도급 인사들이 공분하고 진상 규명과 함께 경찰서장의 사임을 촉구했다.
NBC방송은 이 사건에 연루돼 직무 정지된 두 경관은 4년 차 블레인 샐러모니와 3년 차 하위 레이크라면서 둘 다 백인이라고 6일 전했다.
현장을 목격한 편의점 주인 압둘라 무플라히는 스털링이 경찰과 맞닥뜨렸을 때 권총을 들고 있는 것을 보지 못했고 대신 한 경관이 총격 후 스털링의 주머니에서 권총을 꺼내는 것은 봤다고 증언했다. 그는 스털링이 총에 맞았을 당시 그의 손은 주머니 근처에도 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과거 스털링은 20세에 14세의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한 혐의로 체포돼 4년간 복역한 전과가 있다. 이 때문에 성범죄자로 등록돼 있고 2011년에는 불법 무기 소지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기도 했다. 스털링의 지인들은 스털링이 중범죄 전과자로 총을 소지할 수 없는 신분이지만 강도에게서 자신을 지키기 위한 호신용 권총을 지녔다고 증언했다.
경관들은 보디캠을 착용했지만 스털링 제압 과정에서 이를 떨어뜨린 것으로 알려졌다.
흑인 사회는 아무런 고려 없이 무턱대고 이뤄진 경찰의 야만적인 체포에 격앙했다.
최대 흑인 단체인 전미유색인지위향상협회(NAACP) 코넬 브룩스 대표는 "사건 동영상을 지켜보기가 참 힘들지만 이를 무시하긴 더욱 어렵다"며 경찰의 폭력성을 문제 삼겠다고 공언했다.
동영상을 시청한 이들과 스털링의 친구, 가족 수백 명은 사건이 발생한 편의점 앞에 모여 밤샘 집회를 열었다. 일부는 시가행진을 하며 도로를 막아 10여 명이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