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40년사
2016.07.17 16:52
수정 : 2016.07.17 16:52기사원문
현대상선은 이 같은 우여곡절을 겪은 후 탄생했다. 국내 최초의 국적선사로 당시에는 아세아상선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회사 설립 5개월 만에 운항사업면허를 취득했다. 1983년 지금의 회사이름으로 바꾼 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부친인 고 현영원 전 현대상선 회장이 일군 신한해운과의 합병을 통해 덩치를 키워 나갔다.
1998년 정주영 명예회장이 통일 소 1001마리와 함께 판문점을 통과해 북한을 방문했다. 이후 현대그룹이 금강산 관광사업의 주체로 선정되면서 현대상선은 금강산 유람선 운항사업을 시작했다. 대북사업은 많은 자금이 들어갔고 순탄하지도 않았다. 2000년대 들어 왕자의 난으로 정몽헌 사장의 손에 현대상선이 남게 됐다. 2003년 정몽헌 회장 타계 후 부인인 현정은 회장이 그룹 총수 자리에 오른 뒤에도 시련은 이어졌다. 시숙부와 시동생의 경영권 위협 등을 견뎌야 했다. 이후 장기 불황이 찾아오면서 현대상선의 위기는 걷잡을 수 없이 커져버렸다.
하지만 현대상선은 계열사인 LNG사업부, 벌크선사업부 매각, 부산신항만터미널 보유지분을 매각하며 몸집을 줄였다. 유동성 위기로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직전까지 내몰렸으나 현대상선은 용선료 협상과 채무재조정, 해운동맹체 가입 등 세 가지 난관을 극복하며 극적으로 회생의 발판을 마련했다. 내달 5일 신주가 상장되면 현대상선은 현대그룹에서 완전히 분리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의 자회사가 된다. 40년 만에 주인이 바뀌는 것이다.
새주인이 되는 산은은 대우조선해양 부실 사태를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한 '전력'이 있다. 현대상선의 경영정상화를 차질 없이 이룰 수 있을지 의심을 받고 있다. 산은은 최소한의 구조조정만 진행한 뒤 빨리 팔아 시장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바람직하다. 영욕의 40년 세월을 지내온 현대상선이 다시 한번 도약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junglee@fnnews.com 이정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