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가족'은 이제 그만

      2016.07.19 16:52   수정 : 2016.07.19 16:52기사원문

경북대 김두식 교수가 쓴 '불멸의 신성가족'은 여러모로 독특하다. 오래전 나온 책이지만 다시 한번 펼쳐본 것은 최근 잇따르는 법조계 문제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에서였다. 책은 다양한 현장 인터뷰를 통해 우리 사회 법조계의 이른바 민낯을 가감없이 드러내고 있다. 책의 형식도 특별하지만 실제로 파헤쳐본 법조현장을 일종의 '가족'이라고 정의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대한민국 사법 패밀리가 사는 법'이라는 부제가 전하려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한마디로 대한민국 법조 전체가 가족으로 작동하는 시스템이 만병의 근원이라고 진단한다.

오랜 세월 몇몇 고등학교, 대학교로 상징되는 소수의 배타적 계급에서만 사법시험 합격자가 주로 배출되었기 때문에 법의 운용도 그런 불평등 체제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독과점체제 내부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모든 문제가 '가족 내부의 일'이 되기 쉽다. 반면 외부에 있는 사람들로서는 그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신뢰가 생길 수 없다. 법조계가 일반 시민의 삶에서 너무 멀리 떨어진 채 마치 '다른 세상'에 존재하는 것처럼 작동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가족' 정서 때문이다.

진경준 검사장, 홍만표·최유정 변호사 사건은 이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좁게는 검찰과 법원, 넓게는 법조 전체가 한 가족처럼 얽히고설켜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사상 초유의 현직 검사장 구속 사태까지 이른 진경준 검사장 사건은 언론에서 여러 차례 문제를 제기했다. 그때마다 검찰과 법무부는 귓등으로 흘렸다. 제 돈으로 주식투자 한 게 뭐가 문제냐는 식이었다. 전형적인 제 식구 감싸기였다. 검사장 승진 시 검증을 대충 넘긴 것도 마찬가지다. 가족 중에서도 법무부 장관 등과 특히 친한 사이인데 야박하게 굴 수 없었을 것이라는 점은 물으나 마나다.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이 같은 날 대국민 사과를 한 것은 검찰에 치욕스러운 일이다. 더 기가 막힌 것은 그 내용이다. '공직을 치부의 수단으로' 사용한 것에 대해 수치심마저 느낀다는 것이다. 물론 진 검사장의 경우야 말할 나위도 없다. 수사권을 활용해 상대를 겁박함으로써 이권을 강탈한 것은 위력을 앞세워 돈을 뜯어내는 조직폭력배를 방불케 한다. 홍만표 변호사도 다를 바 없다. 검찰 고위직 경력이 없었어도 불과 몇 년 사이 오피스텔 100여채를 소유한 거부가 될 수 있었을까. 공직을 치부의 수단으로 삼은 것에서는 오십보 백보다. 검찰이 진 검사장 문제에서 애써 눈을 돌린 것처럼 손쉬운 탈세 명목으로 홍 변호사를 구속한 것 역시 가족에게 가혹하기 어려운 그들만의 구조를 반영한다.

허둥지둥 내놓은 대책 역시 언젠가 본 것들이다. 감찰 강화, 자정노력, 윤리의식 제고 등등이다. 이런 대증요법은 국민을 분노하게 하는 사건이 생길 때마다 조합을 달리하여 내놓은 것들이다. 이런 대책으로 소용이 없다는 사실은 이미 증명이 되었다. 이제는 법조, 좁게는 검찰 내부의 구조를 바꾸는 근본적인 방안이 나와야 한다. 수사권, 기소권 등을 독점하면서 견제장치가 없는 검찰부터 바꿔야 한다. 검찰 권력이라는 말도 옳지 않다.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오듯 검찰의 권한도 국민의 권력을 위임받은 것이다. 이런 단순한 사실만 기준 삼아도 개혁의 방향은 분명하다.
수사권, 기소권을 나누는 것도 생각할 수 있지만 검찰이 국민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는 게 원칙이다. 검찰 내부가 국민의 감시와 시선에서 자유롭지 않은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가족형 검찰이 아닌, 국민형 검찰로 탈바꿈하지 않으면 언젠가 제 식구 감싸기 논란은 또 불거질 것이다.

노동일 경희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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