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정규직 임금 격차 36.6%.. 남혐·여혐 초래한 소득 불평등

      2016.08.01 17:26   수정 : 2016.08.01 22:10기사원문


지난 5월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으로 촉발된 남혐(남성혐오).여혐(여성혐오) 논란이 여전히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특정 집단에 증오심을 가지고 비난을 일삼는 것은 어떤 핑계로든 정당화될 수 없는 문제이지만 이번 논란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는 크다. 차별이라는 부조리에 대한 불만이 뿌리 깊게 박혀 있다는 점이다.

남혐.여혐은 엄밀히 사회병리적 현상이지만 남녀갈등의 불씨가 됐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사회 내 다양한 문제가 '성'이라는 옷을 입고 남녀갈등으로 촉발되기 쉬운 만큼 남녀대립 구도에서 벗어나 본질적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미 고착화된 남녀갈등

1일 국민대통합위원회가 지난해 성인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민통합국민의식 조사에 따르면 남녀갈등의 심각성은 계층.노사.이념.지역.세대.다문화.환경.남녀 등 주요 8개 사회갈등 가운데 가장 낮다. 전체의 34.4%만이 남녀갈등이 심하다고 답했다. 가장 심각한 갈등인 계층(75.0%)과 비교했을 때 격차는 40%포인트를 넘어선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남녀갈등이 오랜 시간 해결되지 못한 채 고착화되면서 갈등에 대한 인식도 무감각해진 결과라고 보고 있다. 남녀갈등 자체가 심각하지 않다고 해석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사회갈등연구소 박태순 소장은 "남녀갈등이 문제가 아니었던 적은 없다"면서 "다만 수면 아래 잠복해 있던 사회구조적 문제가 최근에는 강남역 살인사건 등을 통해 표출되면서 우리 사회에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국민대통합위원회는 남녀갈등에 대한 인식이 다소 하락한다면서도 성별과 관련된 이슈가 연일 사회적으로 조명을 받고 있어 심화될 우려가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직업현장 등에서 직접적인 갈등과 마주치는 20~30대와 상대적 약자로 구분되는 여성의 부정적인 평가가 높다는 점 역시 갈등 악화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남녀갈등은 전통사회의 위계질서 해체로 여성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나타났지만 사실상 자원배분과 기회를 둘러싼 경쟁 속에서 배제된 여성의 불만이 확산되면서 본격적으로 표출되기 시작됐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특히 유교 영향을 많은 받은 우리나라에서 여성의 사회적 지위는 여전히 낮은 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남녀 정규직 근로자의 임금격차는 36.6%로 OECD 평균인 15.6%의 두 배가 넘는다. 2000년 이후 줄곧 1위라는 불명예도 안고 있다.

그러나 남녀갈등이 모든 갈등을 집어삼키는 블랙홀이 될 수 있는 만큼 문제의 본질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컨대 세대나 계층, 다문화 등 다른 사회갈등도 세부사안이 성별과 연관성을 갖는 순간 남녀갈등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남녀갈등도 결국 대화가 해법

한국행정연구원 김성근 사회통합실장은 사회적으로든 개인적으로든 남녀 문제를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문화가 형성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특히 남녀갈등의 경우 공개적으로 언급하기에 앞서 다음부터 말하지 않을 각오를 해야 할 정도로 민감도가 높고 논쟁이 심하다"며 "이는 갈등을 나쁜 것으로 규정짓고 대화주제로 삼기 꺼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대화를 나눈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대화가 없으면 무엇이 문제인지조차 알 수 없게 된다는 게 김 실장의 주장이다.


김 실장은 이어 "실제 갈등조정을 해보면 생각했던 것보다 해결에 가까운 효과를 낸다는 점에서 놀랄 것"이라면서 갈등을 '해결할 수 없는 문제'로 치부하는 시각부터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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