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한 유일호와 거침없는 아소 다로.. 韓·日 정국경색 풀 비장의 카드는
2016.08.22 17:36
수정 : 2016.08.23 15:35기사원문
12선의 일본 중의원 출신이자 일본 총리를 지낸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이 오는 27일 방한,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한.일 재무장관 회담을 한다. 이번 회담의 관전 포인트는 크게 두 가지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으로 한.중 관계가 냉각기를 보내고 있는 상황에서 아소 부총리가 아베 총리의 사실상 특사로서 한.일 관계 개선의 모멘텀 마련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소위 '망언 제조기'로 불리는 아소 부총리의 개인적 특성과 '순둥이'로 불리는 유 부총리가 정랭경랭의 양국 관계를 과연 얼마나 밀도 있게 풀어나갈 것이냐다.
■'막말 제조기'와 '순둥이'
참여정부 때부터 이명박정부, 박근혜정부 너나 할 것 없이 아소 부총리를 경험해본 사람들의 공통적 평가는 "무례하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 2013년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 때 일본 측 사절로 참석, 박 대통령 면전에 대고 미국 내에서 남북전쟁을 다양한 시각에서 보듯 일본의 과거사도 그런 시각으로 봐야 한다는 궤변을 늘어놓아 정권 시작부터 양국 관계에 찬물을 끼얹은 바 있다. 일본 보수 우파의 뿌리인 요시다 시게루 전 총리의 외손자이자 조선인 강제징용 역사를 배경으로 성장한 조부가 세운 아소그룹 계열사의 사장을 지낸 이력 등이 정치인으로서 그의 유전자(DNA) 형성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준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에 대한 그의 태도는 대체로 극우주의를 바탕으로 실용주의적 성향을 보이기도 했는데, 2008년 이명박정부 당시 약 1년간 일본 총리로 재임하면서 총 6차례에 걸쳐 정상회담을 가지면서 우리 측에 총 300억달러의 통화스와프를 체결해주고, 일본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최에 대한 지지를 요청하기도 했다.
직설적이고 거침없는 언행은 일본 내에서도 유명하다. 지난 일본 민주당(야당)을 독일 나치에 비유하기도 했고, 가장 최근엔 막대한 일본의 재정적자에 대해 엔화를 찍어 갚아버리면 간단하다는 식으로 말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정치권과 외교가에선 '막말 제조기'로 불리지만 대중에겐 유머감각을 갖춘 친근한 정치인으로 각인돼 있다. 자민당 내에서 그의 파벌이 20명 남짓 소수파인데도 지난 2008년 후쿠다 야스오 총리가 실각 직전 그를 자민당 간사장으로 기용한 건 그의 대중적 인기를 감안한 조치였다.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때 사격 국가대표로 출전한 이색 경력을 갖고 있으며, 일본 중의원 공식 홈페이지엔 그의 취미가 독서로 표기돼 있지만 실은 엄청난 만화광이다. 2008년 그가 총리가 됐을 땐 만화 관련 주식이 뛰었고, 심지어 재무상 재임 중인 2014년 4월 일본 소비세율이 인상된 당일 편의점을 찾아 자신이 좋아하는 만화책 '고르고13'을 구입해 현장에서 새 세율이 제대로 적용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개성 강한 아소와 달리 유 부총리는 극단적인 걸 꺼리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사안을 살펴보는 습성이 있다. 막말 정치와는 거리가 먼 스타일이다. 어느 것도 강하게 편을 드는 법이 없어 되레 색채가 약하다는 평가가 따라붙는다. 개인적 성향상 두 사람 간 접점도 있다. 아소가 만화광이듯 유 부총리 역시 역사서와 무협지를 즐기고, 음악.문화 등 다방면에 걸쳐 풍부한 상식을 자랑한다.
■한.중 냉각기 이용하나
현재로선 아소 부총리가 아베 총리의 메시지 없이 '빈손'으로 올 가능성이 커 보인다는 게 정부 안팎 핵심 인사들의 시선이다. 외무상과 총리를 지낸 부총리이지만 어디까지나 자민당 내 파벌 안배 차원에서 부총리에 올랐을 뿐 또 아베 내각에서 실세라고 보기도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 대통령과의 별도 면담 계획도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소장은 "이번 아소 부총리의 방한이 양국 간 관계 개선의 모멘텀이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면서 "위안부 문제, 수산물 수입 재개, 대마도 불상 반환 이슈 등 양국 간 해결되지 않은 사안이 여전히 많아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내에서도 현재 국내 달러 수급상 일본 측에 한·일 통화스와프를 재개하자는 '아쉬운' 소리를 할 상황이 아니라는 기류가 강해 관계 개선의 보폭이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반면 익명을 요구한 전직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한.중 관계 악화의 반작용으로 한.일 관계 개선의 모멘텀을 만들기 위해 아소 부총리가 아베 총리의 메시지를 들고 올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