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홍천 힐드로사이CC, '깊은 러프' '좁은 페어웨이'.. 골퍼들 도전정신 불지펴

      2016.08.24 17:52   수정 : 2016.08.24 17:53기사원문

【 홍천(강원도)=정대균 골프전문기자】 '미루나무 꼭대기에 조각구름 걸려 있네. 솔바람이 몰고 와서 살짝 걸쳐 놓고 갔어요~'

초등학교 시절 즐겨 불렀던 동요 '흰구름'을 저절로 흥얼거리게 된다. 다 이유가 있다. 페어웨이 오른쪽 연못 주변에 하늘높이 쭉쭉 뻗은 미루나무 때문이다. 티잉 그라운드에서 내려다 보면 홀의 첫 인상은 영락없이 심술 궂은 시누이상이다. 그 만큼 고약스럽다.
일단 페어웨이 폭이 좁아 보인다. 그리고 오른쪽은 연못이요, 왼쪽은 깊은 러프다. 그린 앞으로는 크리크가 흐른다. 웬만한 강심장이 아니고서는 호쾌한 티샷은 언감생심 꿈도 못 꾼다. 그런데 참 묘하다. 생긴 것과는 달리 마음 한 켠에서 아련한 추억이 꿈틀거린다. 많지도 않은 딱 두 그루의 미루나무가 주는 '디테일'이다.

강원도 홍천 힐드로사이CC(대표 김각수) 파인코스 12번홀(파4) 스케치다. 힐드로사이는 이렇듯 오밀조밀한 세심한 배려로 골퍼들에게 기쁨을 주는 것이 매력이다. 힐드로사이, 즉 '신이 내린 신성한 대지'가 감당해야할 숙명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2009년 회원제로 개장했을 당시 힐드로사이의 탄생은 그야말로 '온 동네 떠날갈 듯' 요란스러웠다. 그만큼 화제가 됐다.

우선 대부분이 산악형인 강원도 골프장 답지 않게 완만한 분지형에 자리 잡고 있어 평원같은 느낌이다. 왜 그럴까. 이 골프장에 들어설 때마다 품었던 궁금증이었다. 그런데 그 궁금증이 최근에서야 풀렸다. 원래는 코스 중간이 움푹 패인 협곡이었는데 여기를 메워 평지로 만들었다는 것. 그래서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평지와 산악 코스를 동시에 즐길 수 있게 됐다고 한다. 물론 자연지형의 변형을 최소화한 모습이 역력하다. 페어웨이와 원형 수림대가 경계선 없이 공존하는 것이 그 방증이다.

총 68만평(224만7933㎡)의 넓다란 부지에 18홀 코스만 앉혔다는 것도 다른 골프장과는 차별점이다. 그래선지 전체적인 느낌은 넓고 길다. 전장이 7423야드나 된다. 그 중에는 678야드짜리 파5홀과 238야드 거리의 파3홀도 있다. 대부분이 도전욕을 불러 일으키지만 그렇다고 장타 일변도로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고도의 전략을 요하는 홀이 더러 있기 때문이다. 다른 골프장에 비해 대략 3~5타 가량 스코어가 더 나오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골프장은 인코스, 아웃코스 모두 클럽하우스 앞의 대형 레이크 주변에서 출발, 중앙의 확 트인 대평원을 가로지르는 것을 시작으로 마지막에는 코스 양쪽에 위치한 숲속에서 주변 능선을 감상하며 클럽하우스로 되돌아오는 코스레이아웃이다. 아웃코스는 자연적인 물의 흐름을 살린 연못과 크리크로 인해 인코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전략성이 우선시되는 코스다. 물론 호쾌한 드라이버샷을 날리 수 있도록 배려한 페어웨이가 넓은 홀도 많다. 원형 그대로의 모습인 기암괴석과 기품 있는 소나무 군락은 또 다른 볼거리다.

인코스는 코스 주변을 둘러싼 울창한 원시림, 변화감 있는 지형과 장송, 그리고 크고 작은 연못들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코스들이 기존 수계의 상단부를 향해 끝없이 펼쳐져 있으며 후반부에 들어서는 홀들이 산의 지세를 따라 조성됐다. 그만큼 높은 지대에 자리 잡고 있다. 따라서 산악지형의 긴장감이 라운드 묘미를 배가시켜 주는 코스다. 특히 15번홀 티 하우스에서 보면 지금까지 걸어왔던 홀들과 앞으로 남은 홀까지 18개 홀들의 모든 전경이 한눈에 들어와 가슴이 후련해진다.

힐드로사이의 또 하나 특징은 자연과 조화를 이룬 조경이다. 이를 위해 기존 자연림을 유지한 가운데 2000여그루의 소나무와 자작나무, 구상나무 등 기존 골프장에선 찾아보기 힘든 8000여그루의 다양한 수종을 식재했다. 이곳이 신설 골프장답지 않게 울창한 수목림을 자랑하는 웰빙 코스로 평가받는 이유다.

힐드로사이는 회원들의 입회금 전액을 모두 반환하고 지난 5월 18일 회원제에서 대중제로 전환했다. 이에 따라 홈페이지 리뉴얼, 모바일 웹을 개발해 인터넷 회원을 모집하고 있다. 가입시 회원들은 실시간 예약과 인터넷 회원요금(할인적용) 혜택을 받게 된다. 김각수 대표는 "퍼블릭으로 전환했지만 운영은 그 어떤 회원제보다 고급스럽게 하고 있다"며 "회원제에서 대중제로 전환한 많은 골프장들이 그린피를 경쟁적으로 인하하는 것과 달리 우리는 적정한 요금을 원칙으로 한다. 대신 잔디 퀄리티 등 차별화된 서비스로 고객 만족을 개런티하고 있다"고 말했다.


접근성도 빼어나다. 행정구역상 강원도 홍천이지만 경기도 양평 접경지에 위치해 있다.
서울 강남 기준 70분, 강일IC에서 50분밖에 소요되지 않아 수도권 골프장으로 분류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golf@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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