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구조조정에 국감도 파행인데.. 기재부 "공차기는 좀.."

      2016.09.29 17:13   수정 : 2016.09.29 21:57기사원문

매년 5월 장관 이하 전 직원이 참석하는 기획재정부 체육대회는 행사의 '꽃'으로 불린다. 계주, 축구, 배구, 줄다리기, 피구 등 종목별 대회를 열고 우승자를 가린다.

특히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축구대회의 열기는 뜨겁기로 유명하다.

'축구대회 성적이 곧 실적'이란 분위기 속에 각 실.국의 결속력과 수장들의 리더십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연습경기를 하는 타 실.국의 동향을 관찰하기 위해 '스파이'를 파견하는가 하면 축구경기에 참가하기 위해 신혼여행을 앞당겨 귀국하는 사무관까지 각종 일화가 탄생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올해 기재부는 체육대회를 10월 22일에 개최하기로 잠정적으로 결정했다. 기재부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5월쯤 체육대회 개최를 고려했지만 당시 한계기업 구조조정이 임박한 탓에 행사를 무기한 연기한 바 있다.

그러나 체육대회 개최를 한 달도 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기재부는 이번에도 남모를 속앓이만 계속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달 27~28일로 예정됐던 국정감사가 여야 대립으로 파행을 거듭하면서 기재부 일정이 줄줄이 밀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히 400조원에 달하는 내년도 예산안과 세법개정안 심사 등이 늦춰질 경우 경제정책 집행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기재부 관계자는 "아직 실.국에 체육대회 일정을 공개하지 않아서 확정은 아니다"라며 "불확실한 국회 일정이 먼저 해소돼야 일정이 공지될 수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한진해운 법정관리 사태로 촉발된 물류대란 '후폭풍'에 관한 대책 마련을 모색해야 할 중요한 시기에 한가롭게 내부 행사에 치중한다는 비판 여론도 의식했다는 후문이다. 그야말로 '비상시국'인 상황에서 기재부는 체육대회 일정을 확정짓지 못하고 이래저래 눈치만 보고 있다.

각 실.국에서도 체육대회를 준비하는 분주한 움직임이나 열기는 쉬이 찾아보기 힘들다.


체육대회 일정에 대한 귀띔을 받지 못한 직원이 대부분인 데다 앞서 5월과 마찬기지로 또다시 연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전통의 축구 강호인 세제실도 예전처럼 몇 달 전부터 점심시간이나 업무 전후 시간을 활용한 연습을 하지 못하고 있다.


세제실 과장급 인사는 "실.국에 따로 공지가 되지 않아 대부분 직원들이 체육대회가 언제 열리는지도 모르고 있다"며 "아무래도 국감 일정이 유동적인 데다 산적한 대내외 이슈가 많아 내부 행사를 하기엔 다소 조심스러운 분위기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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