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 광역화 논란 가열 "장벽 허물기" vs."출혈경쟁 예고"

      2016.10.04 17:38   수정 : 2016.10.04 22:10기사원문

정부가 전국 78개 권역으로 잘게 쪼개진 케이블TV 방송사업자(SO)의 사업영역을 전국으로 확대하거나 10개 미만으로 축소해 케이블TV의 사업권역을 광역화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케이블TV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업 인수합병(M&A)이 활성화돼야 하는데 78개로 쪼개진 권역 구조에서는 케이블TV의 유료방송 가입자 점유율이 높아 M&A가 사실상 정부 인가를 받기 어려운 구조다. 지난 7월 공정거래위원회가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M&A를 금지한 것도 CJ헬로비전의 일부 권역에서 점유율이 높아져 시장독점 우려가 있다는 명분이었다. 이 구조를 바꾸겠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다.

그러나 정작 케이블TV 업계는 정부의 광역화정책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케이블TV의 핵심인 지역성이 훼손될 수 있고, 케이블TV 업체 간 경쟁이 불가피해 오히려 경쟁력이 더 저하될 것이라는게 이유다. 케이블TV 광역화 문제는 지역성에 기반을 둔 정치권의 이해와도 밀접하게 맞물려 있어 케이블TV의 광역화 논란은 유료방송 산업과 정치권의 뜨거운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전국 단일권역.8개 권역 고심 중

4일 정부와 케이블TV 업계에 따르면 미래창조과학부는 '유료방송 균형발전 방안' 정책에서 케이블TV의 권역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SO는 전국 78개 권역에서 방송을 하고 있다. 정부는 현재 △전국을 단일권역으로 만들어 케이블TV 사업자들이 인터넷TV(IPTV) 처럼 전국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안 △전국을 8개 권역 정도로 나눠 서비스 지역을 대폭 확대하는 안 등을 놓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케이블TV 권역 확대를 추진하는 것은 유료방송 시장의 M&A를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풀이된다. 유료방송 업계 한 전문가는 "정부는 유료방송시장에서 다양한 형태의 M&A가 일어나야 글로벌 경쟁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는데,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M&A 금지에서 보듯이 케이블TV의 권역이 M&A에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권역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78개 권역 유지되면 케이블TV M&A 불가능"

지난 7월 공정위는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M&A를 불허하면서 두 회사가 M&A할 경우 CJ헬로비전이 서비스하는 권역에서 독과점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CJ헬로비전은 전국 23개 권역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이 중 21개 권역에서는 시장점유율이 1위다.

공정위는 당시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이 기업결합할 경우 21개 권역의 유료방송 시장에서 두 회사의 시장점유율은 총 46.9~76.0%에 이른다"며 "2위 사업자와의 격차도 최대 58.8%포인트에 이르는 등 결합 당사회사의 시장 지배력이 더욱 강화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권역을 확대할 경우 이런 우려를 줄일 수 있다. 미래부에 따르면 전국을 단일권역으로 했을 때 유료방송시장에서 CJ헬로비전의 점유율은 2015년 말 기준 13.72%다. SK브로드밴드(12.05%)와 합병한다 해도 25.77%로, 유료방송 시장 1위인 KT와 위성방송 자회사인 KT스카이라이프를 합친 29.34%에도 못 미친다.

유료방송 시장에서 M&A가 성사되기 위해서는 광역화를 먼저 풀어야 공정위 심사를 통과할 수 있는 것이다.


■케이블TV "SO 간 경쟁만 부추겨"…반대

그러나 그간 M&A 필요성을 주장해온 케이블TV 업계는 방송권역 확대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광역화를 해도 자본력에서 밀리는 IPTV 사업자와 대등한 경쟁을 펼칠 수도 없고, 오히려 SO 간 경쟁만 부추겨 케이블TV 산업 전체의 경쟁력이 낮아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케이블TV 업계 한 관계자는 "IPTV 3사의 매출은 90개 SO의 매출을 합친 것보다 15배 이상, 영업이익은 10배 가까이 더 많다"며 "이런 환경에서는 권역을 확대해도 대등한 경쟁이 불가능하고, 오히려 SO 간 경쟁만 유발해 케이블TV의 수신료 하락 현상을 더욱 가속화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ronia@fnnews.com 이설영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