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팩트 투자 중심 메카' 성수동에 20여곳 둥지.. 서로 협업 제안하고 투자 받기도
2016.11.20 18:00
수정 : 2016.11.20 18:00기사원문
서울숲과 인접한 서울 성동구 성수동엔 현재 20개가 넘는 크고 작은 사회적 경제 조직들이 자리를 잡아 '소셜벤처밸리'를 이루고 있다. 오래된 수제화 공장들과 낮은 주택들이 있는 조용한 동네였던 이곳에서는 현재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꾸겠다는 '임팩트투자' 실험이 한창이다.
성수동을 '소셜벤처밸리'로 만든 일등공신은 임팩트 투자기관들이다. 성수동에 둥지를 튼 대표적 임팩트투자기관 소풍(Sopoong)과 루트임팩트는 분당선 서울숲역 출구를 나와 만나는 차로를 기준으로 양 방향에 각각 둥지를 틀었고 이 근방에 관련 기관들이 모여들었다.
이들은 각 기업을 발굴.지원.육성하고 생태계를 만드는 등 중심 역할을 톡톡히 맡고 있다. 다음커뮤니케이션(현 카카오) 창업자인 이재웅씨가 지난 2008년 설립한 소풍은 'Social power of networked group'의 약자로, 소셜벤처의 성장에 필요한 투자뿐 아니라 커뮤니티, 교육, 멘토링 등을 제공하는 기관이다. 특히 신생 및 초기 단계의 소셜벤처를 위한 3개월(12주) 기간의 기수별 프로그램으로 선정된 소셜벤처엔 시드투자를 실시하고 단계별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소풍 사무실 건물 1층에 자리를 잡은 '카우앤독' 카페는 '협업(co-work)'과 '좋은 일을 한다(do Good)'의 합성어로 소셜벤처들의 협업공간이다. '개나 소나(cow&dog)' 자유롭게 와서 일하되 창업을 통해 더 나은 미래를 만들자며 소셜벤처 투자업체인 소풍이 지었다. 때때로 투자설명회가 이뤄지기도 하고 크고 작은 모임이 끊이지 않는 이곳에서 성수동의 '시너지'가 만들어지고 있다.
사회문제를 혁신적 방법으로 해결하는 '체인지메이커'를 발굴.육성하며 이들 사이의 커뮤니티를 구축하는 비영리 사단법인 루트임팩트의 정경선 대표는 2014년 성수동에 자리를 잡았다. 현재 혁신가들의 커뮤니티 공간 '디웰 살롱'과 혁신가들의 셰어하우스 '디웰하우스'를 운영 중이며 임팩트 투자회사인 HGI(Holistic Growth Initiative)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HGI는 특히 핵심가치인 다양성, 포용성, 웰빙 측면의 사회적 가치를 증대할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벤처들을 육성하며 이들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정 대표는 성수동 근방에 연면적 약 6611㎡(2000평), 500명 정도가 업무를 볼 수 있는 셰어오피스, 즉 공유 사무공간을 설립 중이다.
이 밖에 D3 쥬빌리, 미스크(MYSC) 등의 임팩트투자기관도 성수동에 입주해 있다. 임팩트투자 연구.컨설팅 기관인 임팩트스퀘어, 서울시 사회성과연계채권(SIB) 사업 운영기관 팬임팩트코리아도 모두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있다.
임팩트투자기관의 투자 손길을 기다리는 다양한 소셜벤처도 성수동 골목 구석구석에 자리를 잡고 있다. 소외계층의 일자리를 만드는 '두손 컴퍼니', 위안부 할머니들이 미술치료를 받을 때 그린 그림을 이용한 디자인 상품을 판매하고 수익을 기부하는 '마리몬드', 저소득층 청소년에게 멘토링 교육을 실시하는 '공부의 신', 농촌과 도시를 잇는 한식 밥집 '소녀방앗간' 등이 대표적이다.
박보혜 마리몬드 브랜드스토리 실장은 "성수동엔 비슷한 가치관과 지향점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있어 이야기도 잘 통하고 힘이 될 때가 많다"며 "서로 이야기를 하다가 함께 컬래버레이션(협업)을 제안하기도 하고 투자를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박 실장은 "아무래도 투자는 '신뢰'이다보니 같은 동네에 가까이 있으며 쌓인 관계를 통해 투자가 더 용이해지는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성수동에 입주해 있는 또 다른 단체 관계자는 "앞으로 이곳도 미국 실리콘밸리처럼 더 많은 상징성과 힘을 가지고 사회적 트렌드를 만들어나간다면 더 많은 사람이 이쪽(사회적 경제) 분야로 관심을 가져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조창원 팀장 박지영 장민권 김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