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인 꼬드겨 보호자 행세.. 청약통장 예치금·대출금 가로채

      2016.11.30 17:27   수정 : 2016.11.30 17:27기사원문
서울 은평구에 거주하는 김모씨(25)는 2급 지적장애인이다. 그는 지난 3월 가출해 찜질방과 PC방을 전전하며 생활하던 중 고등학교 학창시절 처음 알게된 박모씨(44)를 만나게 됐다.

수십회 사기 전과가 있던 김씨는 박씨가 지적장애 2급으로 경제적 관념이 부족해 쉽게 유혹에 넘어간다는 점을 악용했다.

김씨와 대화하던 중 박씨는 김씨 명의의 주택청약통장에 400만원이 들어있다는 사실을 듣고 "청약통장을 해지할 수 있도록 도와줄테니 그 돈을 함께 사용하자"며 김씨를 유혹했다.

김씨는 박씨의 말을 믿고 은행에 동행했으며 박씨는 지적장애인인 김씨의 보호자 행세를 했다.
가족관계가 아니었던 박씨가 은행에서 김씨의 보호자 행세를 했는데도 은행 직원은 박씨의 신원을 확인하지 않았다. 아무 의심없이 김씨의 청약통장을 해지한 박씨는 피해자로부터 400만원중 절반인 200만원을 편취했다.

박씨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가출해 생활비가 없다'는 김씨를 꼬드겨 지난 4월 김씨 명의로 저축은행에서 전화로 500만원 대출을 받아 그중 300만원을 가로챘다.

이후에도 박씨는 대출금까지 모두 소진한 김씨에게 "추가로 대출을 받아줄테니 같이 사용하자"고 유혹, 5월 대출에 필요한 김씨 명의의 통장을 재발급 받던 중 금융거래 시 보호자에게 연락을 달라는 김씨 부모의 사전 요청 덕분에 은행직원의 신고로 현장에서 검거됐다.

경찰 조사 결과, 박씨는 추후 책임을 피하기 위해 자신이 받은 돈 일부는 김씨의 고시원비로 내주고 나머지 돈은 김씨의 친구에게 줬다는 내용의 사실확인서를 작성하게 했다. 박씨는 이 과정에서 김씨가 사실확인서를 제대로 작성하지 않는다며 김씨를 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조사과정에서 "김씨가 불쌍해 도와줬는데 경찰 조사 받는 것이 너무 억울하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이후 은행창구와 금융자동화기기(ATM)에서 김씨와 함께 현금을 인출하는 폐쇄회로(CC)TV 영상을 보여주자 "김씨가 현금인출 방법이나 대출에 대해 잘 알지 못해 도와준 것 뿐"이라며 진술을 번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제2금융권에서 대출 시 직접 대면하지 않고 전화만으로도 신용 대출이 가능한데다 성인인 경우 지적장애가 있더라도 금융거래가 가능한 점을 악용한 사례로, 금융권 역시 거래자가 지적장애가 있는 경우 최대한 보호자에게 연락해 피해를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gloriakim@fnnews.com 김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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