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넘은 사법부 흔들기, 법치 부정해서야

      2017.01.20 17:10   수정 : 2017.01.20 17:10기사원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19일 기각되자 정치권과 사이버 공간에서 담당 판사와 법원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영장을 기각한 조의연 영장전담 부장판사와 서울중앙지법은 항의전화에 업무를 보기 어려울 정도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사법부가 삼성에 무릎 꿇었다'는 식의 글로 도배되다시피 했다고 한다. 야당과 여러 대권 주자들도 "가진 자 봐주기 판결" "사법개혁이 재벌개혁의 시작"이라며 비난 대열에 가담했다.



특히 조 부장판사를 겨냥한 인신공격과 조롱.협박은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 SNS에는 심지어 "조 부장판사가 대학 시절부터 삼성장학생이었다" "아들이 삼성 취업을 확약받았다"는 헛소문까지 나돌았다.
반면 조 부장판사의 '소신 있는' 결정을 지지하는 견해는 봇물 같은 비난 여론에 파묻혀버렸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누구든 사법부 판결에 찬성 또는 반대 의사를 밝힐 수는 있다. 그러나 의사 표현의 도가 지나쳐 사법부 흔들기로 번지고 있는 것이 문제다.

조 부장판사는 대략 세 가지 이유를 들어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대가관계와 부정한 청탁에 대한 증거가 불충분하고, 삼성의 자금지원이 뇌물인지 강요에 의한 것인지 다툼의 여지가 있는 데다 뇌물수수자로 지목된 박근혜 대통령을 조사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었다. 특검이 무리한 뇌물죄 적용을 재검토하고 증거를 보완해야 한다는 뜻이다. 법조계에서는 법리에 충실한 결정이라는 평가가 많다. 게다가 영장 기각이 이 부회장의 무죄를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피의자가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와 재판을 받도록 하는 형사법상의 기본원칙을 확인한 결정인 것이다.

그저 '촛불 민심'이나 반(反)기업 정서 때문에 법원의 결정에 비난을 퍼붓는다면 너무나 비민주적인 처사다. 사법부는 민주주의와 체제를 수호하는 최후의 보루다. 사법부가 여론의 눈치를 보고 외부 특정 세력의 압력을 받아 판결을 한다면 법치주의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사법부는 오로지 법과 양심에 따라 재판을 해야 하고 판결은 존중받아야 한다.

사법부를 흔들고 압박하는 것은 민주주의와 법치를 파괴하는 행위다.
지금도 주말이면 시민들이 대통령 탄핵을 심리 중인 헌법재판소로 몰려가 시위를 하고 있다. 한 유력 대권주자는 "대통령 탄핵이 기각되면 그다음은 혁명밖에 없다"고 말해 구설에 올랐다.
여론재판, 인민재판을 하는 사회는 민주사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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