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한숨’.. 중고물품 거래 서울 황학동 주방거리
2017.02.06 17:05
수정 : 2017.02.06 22:30기사원문
"시장 점포에는 물건이 쌓여가는데 살 사람은 없습니다"
6일 찾은 서울 황학동 주방거리는 시장의 활기라고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침체돼 있었다.
30여년의 역사를 가진 황학동 주방거리에는 400여개의 주방 및 가구 판매 업체들이 밀집해 있어 외식업소 폐업과 소자본으로 외식업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방문 필수코스로 불렸다. 새 제품은 물론이고 중고품 거래도 이뤄지면서 대형 업소 냉장고부터 그릇까지 다양한 물건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들어와 팔리지 않는 '중고품'
활기차던 황학동 주방거리도 계속되는 경기부진을 비켜가지는 못했다. 창업을 위해 주방거리를 찾는 사람은 줄었고 반대로 폐업은 계속되니 재고품이 쌓여만 가는 분위기.
주방그릇을 판매하는 윤모씨(48)는 "폐업으로 중고품을 팔려고 사람은 많은데 매입하겠다는 사람은 없다"며 "겨울이어서 더욱 사정이 좋지 않다"고 전했다.
주방거리 내 다른 상인들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중고주방용품 매입업체 직원은 "폐업하는 곳이 너무 많아 (중고로 나온) 물건을 받을 수 없을 정도"라며 "폐업한 업소 물량을 매입하면 다시 팔아야 하는데 물건이 나가지 않아 창고에 재고만 쌓이고 있다. 물량 감당이 힘들 지경"이라고 말했다.
국내 자영업자 생존률도 바닥을 헤매고 있다. 남윤미 한국은행 연구원의 '국내 자영업의 폐업률 결정요인 분석'에 따르면 지난 2013년 기준 음식.숙박업의 3년 생존율은 28.5%에 불과했다. 음식점이나 숙박업 창업 후 10곳 중 7곳 이상은 3년 내 문을 닫았다는 의미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윤씨가 운영하는 주방 그릇 점포 내에는 사실상 새것이나 다름 없는 물건들이 가득 쌓여 있었다. 그는 "어느 때와 비교할 것도 없이 매년 전년에 비해 반토막 난다고 보면 된다"며 "공무원들이 숫자로 보는 것과 실제 상황은 완전히 다르다. 더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폐업, 체인.대형식당까지 번져
최근 황학동 주방거리 상인들은 점포 문을 일찍 닫는 일이 일상이 됐다고 한다. 경기 부진에 따른 자영업 침체가 하루 이틀이 아니어서 상인들도 오랜 시간 점포를 열어둘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주방거리 상인 김모씨는 "폐업으로 물건은 들어오지만 사가는 사람이 없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며 "시장을 찾는 사람이 없으니 점포 문을 열어둔다고 팔리는 것도 아니다"고 털어놨다.
이 같은 상황은 폐업 전문업체도 느끼고 있다. 한 관계자는 "하루에 폐업 상담 문의만 10건 정도"라며 "업계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소상공인의 경우 폐업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더구나 프랜차이즈나 대형식당 등 과거에는 자영업중에서도 안정적인 매출을 올리던 업체들도 폐업이 줄을 잇고 있다. 주방거리의 한 상인은 "가장 많이 폐업되는 곳은 아무래도 음식업소"라며 "카페와 치킨집 등 폐업은 많았지만 체인점이나 대형식당도 인건비 감당을 못해 폐업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구자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