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운명 가를 최종변론.."탄핵 정당"vs "사회적 혼란, 각하해야"(종합2보)

      2017.02.27 17:33   수정 : 2017.02.27 17:33기사원문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운명을 가를 탄핵심판의 마지막 변론기일에서 대통령 측과 국회 측이 사활을 건 최종 법정공방을 벌였다. 대통령 측은 탄핵심판이 기각이나 인용으로 결론나면 엄청난 사회적 혼란을 줄 수 있다며 '각하'해야 한다는 새로운 주장을 들고 나왔다. 반면 국회 측은 탄핵과정이 정당했다며 박 대통령을 파면해 달라고 마지막 공세를 펼쳤다.

특히 박 대통령은 이날 최후진술서를 통해 "최순실에 대한 믿음을 경계했어야 하는데 후회된다"면서도 "정치 20여년간 부정과 부패에 연루된 적이 없고 최순실의 국정농단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기업의 부정청탁을 받지 않았고 불법이익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국회측, 대통령측 '각하' 주장 정면 반박
헌법재판소는 27일 오후 2시 대심판정에서 대통령 탄핵심판의 17번째이자, 마지막 변론을 진행했다.

전날 피소추자인 박 대통령이 불출석 의사를 밝히면서 최종변론에는 앞선 변론과 같이 국회 소추위원단과 대통령 대리인단만 참석했다.

국회 측은 이날 1시간 가량 소추사유 전반에 걸쳐 탄핵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첫 발언자로 나선 권성동 국회 탄핵 소추위원장은 "(이번 사태로) 많은 대통령 비서진이 구속됐는데 그들이 자신들의 사익을 채우려고 범죄를 저지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 그들이 대체 누구를 위해 불법을 저질렀겠느냐"며 "헌재가 국민이 만든 대한민국을 민주주의 적으로부터 지켜달라. 파면을 통해 정의를 갈망하는 국민이 승리했음을 소리높여 선언해달라"고 강조했다.

국회 측 대리인인 황정근 변호사는 총 17개의 소추사유를 설명하면서 "헌법 위배를 다루는 탄핵심판에서, 돈을 안 받았으니 책임이 없다는 식의 논리는 성립하지 않는다"며 박 대통령이 파면을 정당화할 만한 중대한 헌법 및 법률을 위배했다고 주장했다.

황 변호사는 특히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과정에서의 절차적 문제점을 지적하며 '각하'해야 한다는 대통령 측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국회법상 국회 법사위의 조사절차는 재량 사항이고, 국회가 소추사유를 하나의 안건으로 묶어서 의결해도 위법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황 변호사는 "국회는 당시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 및 피청구인이 공동정범으로 기재된 최서원.안종범.정호성 등에 대한 공소장을 비롯해 각종 언론보도 등을 근거로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 300명 각자가 헌법기관으로서 자유로운 심증으로 적법하게 의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대통령 대리인단 손범규 변호사는 "탄핵심판 기각과 인용은 정당성 여부는 별론으로 하고 둘 다 국민분열을 초래한다"며 국회 소추를 각하시켜야 한다는 변론요지를 헌재에 제출했다.

황 변호사는 이어 "이번 심판을 통해 국가의 최고지도자인 대통령이 국민을 위해 마땅히 어떻게 행동해야 하고 어떻게 행동해선 안 되는지를, 그리고 '대통령은 결코 법 위에 있지 않다'는 법치의 대원칙을 분명하게 선언해 달라"고 최종변론을 마쳤다.

국회 측 이용구 변호사는 '세월호 7시간'에 대해 "세월호 참사의 1차적 책임이 선정과 선원들에 있다는 것은 명백하다"면서도 "대통령의 잘못은 죽어가는 국민을 구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구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고, 국민을 구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않은 것으로 명백한 자신의 책임을 하위직 공무원에게 돌렸다. 이 사유 하나만으로도 대통령은 파면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측 "탄핵 인용시 엄청난 후폭풍"
이에 맞서 대통령 측은 일시적 여론과 국회의 잘못된 결정으로 대통령이 ‘유폐’됐다는 표현을 써가며 탄핵이 인용될 경우 엄청난 후폭풍을 야기할 것이라며 헌재를 압박했다.

헌법재판관 출신의 대통령 측 이동흡 변호사는 “대통령 재임중에도 얼마든지 민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며 “다른 책임추궁 수단이 충분히 있는데도 굳이 대통령을 파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헌재가 이번 사건을 기각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또 “현재 최순실 등의 재판이 진행 중이고, 이들은 억울해 하고 있다”며 “홍준표 경남지사 등 검찰이 기소한 사건에서 무죄가 선고된 경우가 적지 않다. 만약 최순실 등에게 무죄가 선고되면 헌재는 엄청난 비난에 시달릴 것이다. 헌재가 탄핵을 인용하면 대통령 단임제를 무력화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박 대통령이 설령 일부 헌법 위반을 했더라도 적극적 의사가 있진 않았다"며 "심기일전해 국가적 통합을 위해 희생할 기회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朴대통령, 연설문 유출·세월호 의혹 반박
박 대통령은 이날 의견서를 통해 최순실씨에게 연설문을 유출한 것은 일반 국민 시각에 맞춰 단순히 조언을 구하기 위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은 “5번의 국회의원 선거와 17대 대선 후보 경선, 18대 대선을 치르면서 각종 연설 포인트는 보좌진과 의논해 작성했지만 때로는 전문 용어 등으로 인해 일반 국민에게 전달되지 않은 경험을 했다”며 "18대 대선에서 보통국민이 이해하기 쉽고 공감할 수 있는 표현에 대해 최씨에게 조언을 들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세월호 논란과 관련해선 참사 당시 자신이 정상적으로 보고 받고 지시했다는 기존 주장을 이어갔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당일 관저 집무실에서 국가안보실과 정무수석실로부터 사고 상황을 지속해 보고받았고 실장과 해경청장에게 인명피해를 최소화하라고 수회에 걸쳐 지시했다"며 "다만 재난구조전문가가 아닌 대통령이 지나치게 개입할 경우 구조작업에 도움되지 않고 계획 실행에 방해만 된다고 판단해 구조상황에 대한 진척된 보고를 기다렸다"며 세월호 참사에 무신경했다는 국회 측 주장을 반박했다.

아울러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 논란에 대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을 언급하며 거듭 ‘선의’에 의한 행동이었음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적극적으로 참여한 유수 기업 관계자들이 특검에 소환돼 장시간 조사 받고, 국가경제에 헌신해 온 글로벌 기업의 부회장이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되는 것을 보며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고 전했다.
이어 "국가경제를 위해 세계를 상대로 싸우는 기업을 돕지는 못할 망정 추락하게 하고, 기업이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고 국가발전을 구원한다는 차원에서 공익재단에 기부한 것을 뇌물을 제공했다고 오해받게 한 것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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