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보세요! 당신 곁의 봄
2017.03.02 18:09
수정 : 2017.03.02 22:38기사원문
여행에선 무엇보다도 먹는 즐거움을 빼놓을 수 없다. 더구나 요즘 같은 '먹방' 시대에 하루 세 끼는 기본이요, 틈틈이 주전부리도 곁들여야 한다. 주전부리의 사전적 의미는 '맛이나 재미, 심심풀이로 먹는 음식'이다.
■ 꽈배기부터 식혜까지 시장 먹거리 다 모였다, 서대문 영천시장
출출한 오후 4시반. 입이 심심한데 뭐 먹을 게 없을까 고민이라면 서울 서대문 영천시장으로 가보자. 시장의 명물 꽈배기와 떡볶이부터 참기름 바른 꼬마김밥, 든든한 팥죽, 고소한 인절미, 쫀득한 찹쌀순대, 시원한 식혜까지 입맛 돋우고 속을 채워줄 간식거리가 모두 모였다. 저렴한 값은 덤이다.
지하철 3호선 독립문역 인근의 영천시장에서는 그야말로 먹거리의 향연이 펼쳐진다. 시장은 깔끔한 모습으로 정비됐지만, 그 역사는 60년 세월을 품고 있다. 심심풀이로 먹던 주전부리에 맛을 더하는 시장 인심이 살아 있는 곳이다. 주변에 역사를 간직한 서울 독립문과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알려지지 않은 벚꽃 명소인 안산자락길까지 볼거리가 많다. 자, 이제 영천시장으로 맛있는 간식 여행을 떠나보자. 영천시장 주전부리 가운데 선두주자는 꽈배기다. 밀가루 반죽이 170도 기름에 노릇노릇 익어 갈색 옷으로 갈아입는다. 뜨끈한 열기 품은 꽈배기가 설탕통에 툭 떨어진다. 흰 안개꽃을 맷돌에 곱게 갈아놓은 듯한 설탕이 빠지면 팥소 없는 찐빵. 한입 베어물면 달콤하고 바삭하게 씹히는 맛에 기분이 좋아진다.
■ '핫'한 화덕만두 먹고 월미도까지 돌아보자, 인천 차이나타운
인천 차이나타운은 주전부리의 천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화덕만두를 비롯해 공갈빵, 홍두병 등 맛있는 먹거리가 넘친다. 요즘 차이나타운에서 가장 '핫한' 주전부리는 화덕만두다. 200도가 넘는 옹기 화덕에 굽는 중국식 만두인데, 일반 만두와 달리 겉이 바삭하다. 한쪽에 꿀을 바르고 겉이 부풀게 구운 공갈빵도 대표적인 먹거리다. 별맛 있을까 싶어 무심코 집어 먹었다가 달콤하면서 고소한 맛에 자꾸 손이 간다. 큼직하고 부드러운 빵에 팥소가 듬뿍 들어간 홍두병, 두부판만한 카스텔라를 큼직하게 썰어 파는 대왕 카스테라 역시 젊은층에서 폭발적인 인기다.
차이나타운 여행에서 짜장면을 빼놓으면 섭섭하다. 인천 개항 후 산둥지방의 중국인이 대거 몰려와 중국요리를 하는 집이 문을 열었다. 짜장면의 원조는 '공화춘'으로 알려졌다. 지금은 공화춘이 있던 자리에 짜장면박물관이 들어섰다. 짜장면박물관을 둘러본 뒤 세계 명작 동화를 테마로 꾸민 송월동 동화마을, 근대 은행과 이국적인 건축물을 박물관과 전시관으로 꾸민 인천 개항장 근대역사문화타운을 돌아보면 하루해가 짧다. 여전한 모습으로 여행자를 반기는 월미도 역시 인천 여행의 낭만을 더해준다.
■ 메밀전병.수리취떡.수수부꾸미에 건강한 맛 가득, 강원 정선
강원도 정선에는 투박하지만 건강한 먹거리가 많다. 메밀전병, 수수부꾸미, 수리취떡 등 예부터 즐기던 주전부리가 지금까지 사랑받는다. 보기에 화려하거나 강한 양념 대신 원재료의 고유한 맛이 특징이다. 건강한 정선을 맛보려면 정선아리랑시장으로 가자. 정선의 산과 들에서 거둬들인 먹거리가 넘친다. 곤드레·취나물·고사리·다래나무순 같은 묵나물, 수수나 기장 같은 곡류, 황기와 헛개나무 같은 약재 등이 주를 이룬다. 메밀가루를 묽게 반죽해 얇게 부치고 김치, 갓, 무채를 버무린 소를 올려 돌돌 말면 담백하면서도 아삭하게 씹히는 맛이 좋은 메밀전병이 완성된다. 메밀 반죽에 배춧잎을 올려 메밀부치기(부침개의 사투리)를 만들고, 수수부꾸미는 찰수수 반죽에 팥소를 넣고 반으로 접어 기름에 부친다. 수리취 향이 은은한 수리취떡, 쫄깃한 감자떡도 발길을 붙잡는다.
정선의 주전부리를 충분히 맛봤다면 굴피집, 너와집 등 전통 가옥을 재현한 아라리촌, 금광과 석회동굴이 어우러진 화암동굴, 철길 따라 그림 같은 풍광을 감상할 수 있는 정선레일바이크로 다양한 매력을 느낄 차례다.
■ '한국의 나폴리'에서 맛보는 충무김밥.꿀빵, 경남 통영
경남 통영은 우리나라의 빼어난 미항(美港) 중 하나다. 시인 백석이 자신의 시 '통영 2'에서 '자다가도 일어나 바다로 가고 싶은 곳'이라 했을 만큼 낭만이 넘치고, '한국의 나폴리'라는 별칭이 있을 만큼 바다가 멋진 곳이다. 이런 통영이 최근 미항(味港)으로 거듭나고 있다. 사시사철 해산물이 풍성하고 그 맛이 뛰어난데다, 통영에 가야 제맛을 볼 수 있는 주전부리까지 더해져 전주에 버금가는 '맛의 고장'으로 우뚝 선 것. 대표적인 주전부리가 충무김밥과 꿀빵, 빼떼기죽이다. 모두 '통영이라서 나온 주전부리'이고, '한 끼가 되는 주전부리'다. 마침 봄이라 바다와 도시에 은빛 햇살이 반짝거리니 더 입에 감긴다.
통영은 산이나 바다 경치가 두루 좋은 곳이다. 아무리 맛있는 게 많아도 경치는 즐겨야 한다. 올봄에는 통영의 바다를 다양한 방법으로 즐겨보자. 케이블카를 타고 미륵산에 올라 한려수도를 내려다봐도 좋고, 옆구리에 미륵도의 바다를 끼고 출렁출렁 자전거를 타도 좋다. 동피랑 등 경사진 옛 골목길을 따라 걸으며 바다와 눈을 맞춰도 흐뭇하다.
■ 전복 하나가 통째로 들어간 전복빵 맛보세요, 전남 완도
전남 완도의 으뜸 해산물은 전복이다. 전국 전복 출하량 가운데 70% 이상이 완도 청정 바다에서 쏟아진다. 섬 길을 거닐다 보면 바닷가 주변을 채운 거뭇한 전복 양식장이 흔히 눈에 띈다. 완도에서 최근 주목을 끄는 주전부리는 전복빵이다. 지난해 초 처음 출시돼 전국 빵 마니아들이 성지 순례하 듯 찾아가는 '빵지순례' 남도 코스에도 이름을 올렸다.
전복빵에는 전복 하나가 통째로 들어간다. 빵을 가르면 오동통한 전복 속살이 가득하다. 웰빙 간식 전복빵은 쫄깃하면서 부드러운 맛을 살리고 비린내는 없앴다. 현지에서는 '장보고빵'이라는 이름으로 팔린다. 커피와 곁들여 먹어도 궁합이 좋다. 전복빵과 함께 전복쿠키, 해조류라테 역시 은은한 바다 향을 전한다. 읍내 음식특화거리에서는 전복해조류비빔밥이 식욕을 돋우고, 최근에는 해조류떡도 등장했다. 완도 해변을 거닐다 보면 거뭇한 전복 양식장이 흔히 눈에 띈다. 완도타워, 완도 청해진 유적, 청산도 등도 봄의 길목에 두루 들러볼만한 관광지다.
■ 흑돼지꼬치.꽁치김밥 한입에 엄지 번쩍, 제주 서귀포
제주는 일부러 찾아가 먹을 만큼 유명한 주전부리가 많다. 그중에서도 서귀포매일올레시장의 흑돼지꼬치구이와 꽁치김밥이 첫손가락에 꼽힌다. 두툼한 생고기가 빈틈없이 꽂힌 흑돼지꼬치구이는 보기만 해도 든든하다. 두 번 구운 고기를 한입 크기로 자른 뒤, 소스와 가쓰오부시를 듬뿍 얹어 먹으면 그 맛이 일품이다.
꽁치김밥은 이름처럼 꽁치 한 마리가 김밥에 통째로 들어간다. 김밥 앞뒤로 꽁치 머리와 꼬리가 나온 독특한 모양과 담백한 맛에 자꾸 손이 간다. 돌하르방을 본떠 만든 앙증맞은 풀빵과 새콤달콤한 감귤주스도 인기만점이다. 시장 구경을 마치고 쪽빛 바다와 예술 작품이 어우러진 자구리문화예술공원에서 잠시 쉬었다 가자. 부근에 전망 좋은 카페도 많다. 바다 전망이 멋진 '뷰크레스트', 리조트같이 이색적인 카페 '바다다'가 가볼만하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